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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된 게임업계 양극화…해법은 참신한 신작?

[위기의 한국 게임산업]①
과거부터 계속 돼 온 게임사간 실적 양극화
기존 모바일 MMORPG 문법에서 벗어나야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코로나19 이후 대형 게임사와 중소형 게임사 간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상황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대형 게임사들간 격차도 벌어지기 시작했다. 일부 게임사들은 경영난 및 게임 흥행 실패로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도 했다.

게임업계 양극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상황이 점차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게임업계는 매출액 기준으로 ‘빅5’인 넥슨, 넷마블,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등이 이끌고 있다. 

대형 게임사 간 양극화도 심화

지난해 게임 상위 5개 기업의 매출 규모는 약 11조1482억원이다. 이는 2021년 전체 게임산업 매출 추정액인 20조9913억원의 약 53%에 해당하는 수치다. 사실상 상위 기업 5곳이 전체 게임산업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대형 게임사 간 격차도 더욱 크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국내 게임업계 ‘맏형’ 넥슨은 지난해 매출 3조9323억원, 영업이익 1조251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0%, 영업이익은 30% 늘었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도 지난해 매출 1조9106억원, 영업이익 768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3.1%, 2.2% 증가했다.

지난해 ‘P의 거짓’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네오위즈는 매출 3656억원, 영업이익 31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4%, 62% 증가한 수치다. ‘블루 아카이브’ 일본 흥행에 성공한 넥슨게임즈도 지난해 매출 1933억원, 영업이익 12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6% 늘었고, 영업이익은 133% 증가했다.

반면 넷마블은 지난해 매출 2조5014억원, 누적 영업손실 696억원을 기록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매출 1조7798억원, 영업이익 137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1%, 영업이익은 75%나 감소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매출 1조241억원, 영업이익 74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1%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58% 감소했다.

‘서머너즈 워’ 지식재산권(IP)으로 유명한 컴투스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인 7722억원을 달성했으나 누적 영업손실 393억원을 기록했다. 미르 IP로 유명한 위메이드도 매출은 전년 대비 31% 증가한 6072억원을 기록했으나 누적 영업손실은 1126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검은사막’ IP로 유명한 펄어비스는 지난해 매출 3335억원, 영업손실 164억원을 기록했으며, ‘뮤’ IP로 유명한 웹젠은 매출 1963억원, 영업이익 49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9%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40%나 줄었다. ‘쿠키런’ IP로 유명한 데브시스터즈도 매출 1611억원, 영업손실 48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대형 게임사들과 중소 게임사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면 이제는 대형 게임사 간에도 실적 격차가 크게 벌어진 모습이다. 특히 신작 개발 지연 및 IP 노후화에 따른 실적 부진이 눈에 띈다. 호실적을 기록한 게임사들은 꾸준한 캐시카우 확보 및 신작 흥행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으로 넥슨은 지난해 ‘FC 온라인’과 ‘FC 모바일’, ‘던전앤파이터’, ‘블루 아카이브’ 등 라이브 서비스 타이틀의 호조와 ‘프라시아 전기’, ‘데이브 더 다이버’, ‘더 파이널스’, ‘메이플스토리M’(중국) 등 신규 출시작의 흥행에 힘입어 연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2022년 말 카타르 월드컵 시기부터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여온 ‘FC 온라인’은 2023년 강한 모멘텀을 유지하며 기록적인 연간 매출을 달성했다. 중국 지역 ‘던전앤파이터’도 춘절 패키지 판매에 호조를 시작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메이플스토리’ 역시 6차 전직 콘텐츠를 선보이는 등 성장에 일조하며 2023년 넥슨의 PC 매출은 전년 대비 25%나 증가했다.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온 ‘FC 모바일’과 한국과 일본 흥행에 이어 중국 진출에 성공한 ‘블루 아카이브’, 중국에 출시한 ‘메이플스토리M’이 좋은 성과를 거두며 모바일 매출 또한 전년 동기 대비 9% 성장했다.

아울러 넥슨은 지난해 한국과 중국·일본·북미·유럽·동남아 등 기타 지역까지 모든 지역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개성 있는 비주얼과 참신한 게임성으로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데이브 더 다이버’와 ‘더 파이널스’의 성과로 북미∙유럽 지역은 4분기에만 매출이 78% 증가하는 기록을 세웠다.

TL 이미지 [사진 엔씨소프트]

신작 흥행으로 호실적 기록한 넥슨…신작 ‘TL’ 부진에 울상인 엔씨

호실적을 기록한 넥슨과 달리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엔씨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그동안 공개해 왔던 개별 게임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다. 엔씨의 이번 실적 부진은 ‘리니지’ IP 활용 게임들의 노후화와 더불어 기대작이었던 신작 ‘쓰론앤리버티’(TL)의 흥행 실패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게임별 매출 비공개와 관련해 신작 TL의 부진이 연관돼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엔씨의 지난해 4분기 PC 게임 매출은 923억원으로 TL 출시에도 불구하고 전분기 대비 0.9% 줄었다. 이와 관련해 엔씨 측은 “TL의 국내 출시와 함께 리니지2, 길드워2의 매출이 증가했다”며 “리니지, 아이온은 전분기 대비 감소했다”고 밝혔다.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도 게임별 매출 비공개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홍원준 CFO는 “전 세계 회사 중에서 저희처럼 발표하는 곳이 없더라”며 “트렌드를 따르고자 한 것이지, 게임별 매출을 숨기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게임별 매출은 IR을 통해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공개하겠다”고 해명했다.

TL 실적 부진과 관련해 홍 CFO는 “TL의 국내 출시 이후 여러 지표가 시장의 기대치만큼 나오지 않은 것은 잘 인지하고 있다”며 “콘텐츠 난이도에 대한 이슈와 조작 편의성, PVE 콘텐츠 밸런스 문제 때문에 초반 리텐션(고객 유지) 지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TL이 해외에서 새로운 지표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서구권 이용자들의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고 해외 이용자들의 관심이 상당히 크다”며 “올해 출시에는 변화가 없고 아마존이 퍼블리싱을 맡고 있어 마케팅 전략상 글로벌 경쟁작을 고려해 최적의 시기를 결정해서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모바일게임이 주류가 된 상황에서 향후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모바일게임의 경우, 게임 자체 수명이 PC 온라인게임에 비해 짧다는 단점이 있다. PC와 모바일게임을 모두 서비스하는 게임사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수명이 긴 PC 게임을 통해 실적 방어에 어느 정도 성공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반면 모바일게임 위주로 서비스해 온 게임사들의 경우 신작 출시가 지연되거나 신작 흥행에 실패할 경우, 실적 방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퍼스트 디센던트 이미지 [사진 넥슨]

아울러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과거와 달리 모바일게임만으로 높은 매출을 올리기 어려운 구조가 되고 있다. 유저들의 모바일게임 피로도 역시 높은 상황이다. 특히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리니지라이크’ 장르의 경우, 사실상 전체 파이는 많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나눠 먹는 구조로 변질된 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엔씨가 웹젠, 카카오게임즈 등을 저작권 침해로 고소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엔씨는 최근에도 서울중앙지법에 카카오게임즈·레드랩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및 서비스 중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엔씨는 레드랩게임즈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을 맡은 ‘롬’이 ‘리니지W’의 게임 콘셉트와 콘텐츠·아트·사용자환경(UI)·연출 등을 도용했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롬’ 개발사 레드랩게임즈도 법적 대응 검토를 예고한 상황이다.

기존 문법에서 벗어난 다양한 신작 선보이는 게임사들

최근 게임사들은 한국과 중국·대만 등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만 인기가 높은 모바일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 벗어나 PC 및 콘솔 게임을 비롯한 참신한 게임 개발에 나서고 있다. 기존 한국에서만 통하던 흥행 공식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콘솔 게임은 전 세계 게임산업의 25%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큰 시장이지만, PC와 모바일 게임 위주의 사업을 벌이던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불모지로 불려 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한국 게임업계는 그동안 특정 장르에 매몰된 게임 IP와 수익 모델, 모바일 위주의 플랫폼, 한국과 중국 등 일부 시장에만 집중된 사업 구조 등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며 “최근 콘솔 시장에 주목하는 것도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사업다각화를 고려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콘솔 시장은 북미와 유럽이 선도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PwC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북미와 유럽 지역의 콘솔 게임시장은 각각 184억 달러, 250억 달러로 추산되며 두 권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 세계 콘솔 시장의 82.9%에 달한다. 따라서 글로벌 콘솔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북미와 유럽 시장 공략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PC 및 콘솔 게임인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와 네오위즈 ‘P의 거짓’의 지난해 출시돼 전 세계적으로 흥행성을 인정받았다.  

글로벌 누적 판매량 300만장을 돌파한 데이브 더 다이버는 넥슨의 게임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에서 선보인 하이브리드 해양 어드벤처 게임이다. 데이브는 블루홀을 탐험하며 해양 생물을 사냥하는 어드벤처 요소와 초밥집을 운영하는 경영 시뮬레이션이 결합한 게임으로, 매력적인 캐릭터와 흥미로운 스토리가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P의 거짓 이미지 [사진 네오위즈]

P의거짓은 19세기 말 벨에포크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실적인 그래픽과 고전 명작 ‘피노키오’를 잔혹동화로 각색한 독특한 세계관, 뛰어난 액션성 등으로 주목받았다.

넥슨은 올해도 PC·콘솔 크로스 플레이 게임인 ‘퍼스트 디센던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퍼스트 디센던트는 3인칭 슈팅 전투에 RPG 플레이가 결합한 게임으로, 체계적인 성장 시스템과 짜임새 있는 PvE(플레이어 대 환경) 콘텐츠를 도입했다. 특히 언리얼 엔진5로 구현한 실사 같은 그래픽 비주얼과 매력적인 캐릭터가 강점이며, 부드러운 모션과 더불어 역동적인 슈팅 액션을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PC 및 콘솔 기반의 싱글 패키지 게임 ‘퍼스트 버서커: 카잔’도 주목할 만하다.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네오플 대표 IP인 ‘던전앤파이터 유니버스’(DFU)의 다중 우주 중 하나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펠로스 제국’의 대장군 ‘카잔’이 몰락하게 된 사건을 파헤치는 복수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하드코어 액션 RPG 장르로서 ‘던전앤파이터’ 고유의 액션성이 깃든 도전적인 전투 형식과, 캐릭터 성장에 따라 습득할 수 있는 강력한 스킬 체계가 가미돼 폭넓은 플레이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쿠키런’ IP로 유명한 데브시스터즈는 1분기 ‘쿠키런: 마녀의 성’을 시작으로 2분기 ‘쿠키런: 모험의 탑', 하반기에는 ‘쿠키런: 오븐스매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첫 출시작인 ‘쿠키런: 마녀의 성’은 ‘쿠키런: 킹덤’을 탄생시킨 스튜디오킹덤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퍼즐 어드벤처 게임이다. 직관적인 퍼즐 플레이와 마녀의 성에서 탈출하기 위한 쿠키들의 모험을 결합한 것은 물론, 쿠키별 다채로운 스킬, 공간 데코레이션, 퍼즐 게임 최초 성우 보이스를 삽입한 인게임 애니메이션 등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높은 몰입도를 바탕으로 쿠키런 팬덤 및 퍼즐 게임 유저층 공략에 나선다.

이어 출격을 준비하고 있는 ‘쿠키런: 모험의 탑’은 최근 모바일 CBT(비공개 시범 테스트)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전반적인 플레이 만족도 및 출시 이후 플레이 의사 등에 긍정적인 지표가 도출됐고, 이 중 협동 플레이 기반의 레이드 모드와 직접 조작하는 전투 액션 등 핵심 게임성에 대한 글로벌 유저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이번 테스트 피드백 및 데이터를 토대로 완성도를 높여 오는 2분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중국 시장 도전하는 국내 게임사들

중국 시장 진출도 국내 게임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엔씨, 넷마블, 위메이드 등 주요 게임사들은 잇따라 판호를 발급받고 중국 현지 게임 서비스를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판호란 중국이 자국에 출시되는 게임에 발급하는 일종의 ‘서비스 인허가권’이다.

엔씨는 올해 ‘블레이드앤소울2’ 중국 출시로 반등을 노린다. 지난해 12월 판호를 받고 현재 현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넷마블은 ‘제2의 나라’ 판호를 획득하고 올 상반기 내 중국에 선보인다. 현지 퍼블리셔로 텐센트와 계약을 체결했다. 

위메이드는 올해 ‘미르4’와 ‘미르M’으로 다시 한번 중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지난해 12월 미르M은 ‘모광쌍용’이라는 이름으로 판호를 획득했다. 올해 4분기 출시를 목표로 퍼블리셔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미르4의 경우 중국 게임 기업 37게임즈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판호 발급 절차를 포함, 중국 서비스 준비에 돌입했다.

네오위즈는 모바일 힐링게임 ‘고양이와 스프’로 중국 시장을 공략한다. 네오위즈 게임이 판호를 발급받은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고양이와 스프의 중국 서비스는 킹소프트 그룹 산하 게임사 ‘킹소프트 시요’가 맡는다.


쿠키런:모험의탑 이미지 [사진 데브시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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