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연매출 5% R&D 올인… K뷰티 다음은 K헤어 정조준” [이코노 인터뷰]
- 강승현 코스맥스 R&I 유닛장
코스맥스, K뷰티 열풍 이끄는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세계화장품학회(IFSCC) 학술대회 한국 최초 본상 까지
세계 최고 뷰티 기업과 어깨 나란히… 기초연구 기반 ODM ‘글로벌 넘버원’ 목표

성남=김민규 기자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말하자면 화장품 업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은 것과 비견할 수 있을까요. 수상 소식을 듣는 순간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습니다."
강승현 코스맥스 R&I(Research & Innovation) 유닛장의 코끝이 살짝 붉어졌다. 지난달 18일 경서연 코스맥스 R&I센터 책임연구원이 '화장품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화장품학회(IFSCC) 학술대회에서 한국 최초로 본상을 받았던 순간에 대해 물은 뒤였다. 벌써 보름 남짓한 시간이 흘렀지만 그날의 벅찬 마음은 그대로 품고 있는 듯했다.
코스맥스가 K뷰티를 넘어 글로벌 톱 수준의 연구소를 갖춘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으로 올라섰다. 65년의 전통을 가진 IFSCC 기초연구 본상은 '시세이도'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최정상급 화장품 기업 연구원들이 제출한 수천여 개의 초록 중 단 1건만 엄격한 블라인드 심사를 통해 선정된다.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3일 강승현 유닛장을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판교 사옥에서 만나 코스맥스가 글로벌 톱 수준의 ODM사로 올라선 배경과 또 다른 먹거리가 될 'K헤어'의 청사진을 들었다. 강 유닛장은 2001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한 후 25년 동안 화장품 연구 업계 전반을 경험한 전문가다. 2015년 코스맥스로 자리를 옮긴 이후 현재는 신규 원료 및 신소재와 신제형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K뷰티로 글로벌 '톱' 코스맥스
"코스맥스가 타 기업들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차별점이요? 연매출의 5% 이상을 R&D에 투자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야만 세계 최고의 화장품 기업들과 정면 승부를 할 수 있다는 이경수 회장님의 원칙이 지켜진 결과입니다."
코스맥스는 화장품 ODM 기업 중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높은 기업에 속한다. '최고의 연구소를 갖춘 기업은 아무리 환경이 바뀌어도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의 원칙에 따라 연매출의 5%를 R&D 투자에 온전히 쏟아붓고 있다. 코스맥스가 지난 3년(2022~2024년) 동안 평균 투자금은 532억 원에 달한다.
한국·미국·중국·인도네시아·태국 등에 현지 R&I센터를 갖추고 있는 코스맥스는 국내외 연구개발 인력만 1100여 명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누적 특허 출원 건수는 약 2000건, 특허 등록 건수는 약 760건에 이른다.

"코스맥스의 최근 3년 게재 논문은 그 어떤 국내 뷰티 대기업보다 많습니다. 우리의 연구 기술 위상이 톱 레벨에 이르지 못하면 로레알이나 시세이도 같은 기업과 대화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기초연구 분야 투자 비중은 글로벌 뷰티 기업에 뒤지지 않는다. '랑콤' '비오템' 등의 브랜드를 갖춘 로레알그룹은 전체 매출의 3%를 연구투자로 환원 중이다. 이중 기초 선행 연구 기술 부문에는 전체 예산의 3분의 1을 할당하고 있다. 일본 대표 화장품 기업인 시세이도그룹의 매출 대비 평균 R&D 투자 규모는 2~3% 선으로 알려진다.
"세계적인 기업들과 '맞짱' 뜨기 위해서는 이렇게 기초연구에 투자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코스맥스의 목표는 한국 '만'이 아닌 한국 '도' 공략하는 것입니다."
K뷰티의 붐과 함께 코스맥스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투자 열기도 뜨겁다. 특히 싱가포르 투자청(GIC)은 지난달 17일 코스맥스 주식 5484주(취득 단가 기준 12억 원가량)를 추가 매수하면서 지주사와 국민연금에 이어 3대 주주에 올라섰다.

성남=김민규 기자 /2025.09.29/
코스맥스의 두 번째 '킥'은 K헤어
코스맥스의 다음 먹거리는 K헤어다. 국내 헤어 카테고리는 샴푸와 린스에 많은 부분이 치중돼 있지만 해외는 규모와 다양성부터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북미와 유럽권의 퍼스널 헤어케어 시장은 한국보다 8~10배 이상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이 샴푸 비중이 높다면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서구는 모발과 두피 케어에 더 집중합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헤어케어 시장 규모는 약 995억2000만 달러(약 135조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흑인들은 곱슬이 많아 머리를 땋아 늘어뜨리는 록스(locs) 헤어스타일을 합니다. 머리를 자주 감지 못하다 보니 두피가 건조하고 비듬과 각질이 올라와 있죠. 말리고 펴는 과정에서 열 손상으로 인한 끊김도 있습니다."

해외 헤어케어 시장은 유니레버와 P&G 등 초대형 다국적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글로벌 뷰티 업계의 '다윗'으로 깊고 넓은 기초연구를 통한 맞춤형 제품으로 '공룡'과의 싸움을 돌파할 계획이다.
"코스맥스는 곱슬모와 두피케어 분야에 심도 있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인종의 12가지 모발을 4가지 두피 타입으로 분류해 진단자를 통해 약 640만 개까지 맞춤형 헤어·두피 솔루션이 곧 가능해집니다. 문진을 통해 개인 상태에 맞춰 성분과 향, 사용감을 모두 조정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우리만의 신기술입니다."
이미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서는 한국인의 반짝거리는 머릿결을 'K글래스헤어'라고 부르며 비결을 찾고 있다.
"과거에는 일본의 동그랗게 반짝이는 헤어를 칭하는 'J엔젤링'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K글래스헤어란 단어가 생긴 겁니다."

코스맥스의 항해 '글로벌 넘버 원'
2025년 2분기 코스맥스는 매출 6236억 원, 영업이익 608억 원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IB 업계는 코스맥스의 2025년 총매출액이 전년 대비 13% 늘어난 2조4400억 원, 영업이익은 28% 증가한 2240억 원으로 전망한다.
코스맥스는 그동안 해외 기업에서는 흉내 낼 수 없는 것들을 구현하면서 명성을 쌓아왔다. 피부과에서만 사용하던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연어 정소 추출물 성분)'이나 '스피큘(Spicule·해양 생물인 스펀지에서 추출된 천연 성분으로 미세한 바늘 모양의 물질)'이 대표적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에 가능했다.
"회장님께서 항상 빠른 의사결정과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십니다. 일단 아이디어가 나오면 개발로 연결하고 나머지 판단은 고객이 내리는 것이죠. 해외는 제품 개발 기간이 긴데 코스맥스는 몇 달이면 해냅니다."
코스맥스는 ‘글로벌 원 코스맥스(Global One Cosmax)’ 전략을 세우고 R&D와 글로벌 영업을 아우르는 종합 뷰티 플랫폼 기업을 향해 나갈 방침이다.
"우리 K뷰티는 자랑스러워해도 될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지금처럼 나아간다면 세계 럭셔리 뷰티 시장 공략도 얼마 지나지 않아 해낼 것으로 생각합니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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