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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미국이 아니다?...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까지 과제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②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 작업 본격화
몸값 높아 인수자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

화물사업부 매각을 추진하는 아시아나항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통합 항공사’ 출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다. 기업결합 심사의 마지막 퍼즐인 미국 경쟁당국(법무부)의 판단도 올해 6월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이 승인한 만큼 미국도 긍정적인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다만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문제는 따로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바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이다. 관련 작업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몸값이 너무 높아서다. 추가 운영 자금 투입 부담, 시장 위축 등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화물사업부 처분하는 아시아나항공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으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 대상을 선정하고, 늦어도 10월 전까지 관련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28일까지 인수자를 찾기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예비입찰 마감에 앞서 매각 주관사인 UBS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잠재적 인수 후보자들에게 투자 설명서, 비밀 유지 서약서 등을 발송하기도 했다. 투자 설명서에는 구체적인 손익·자산·부채 등 핵심 정보가 미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에 대한 주요 경영 지표들은 3월 예정된 실사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인수 능력이 없는 곳들이 중요 정보만 가로채는 경우가 제법 많아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모습”이라면서 “그만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작업은 대한항공 입장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매각하려는 이유는 ‘통합 항공사 출범’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하는 숙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3일 유럽연합 경쟁당국인 유럽집행위원회(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유럽 일부 노선과 함께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매각해야 경쟁제한 우려가 해소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유럽 경쟁당국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을 기업결합 조건으로 내걸었다. [사진 연합뉴스]

예상보다 높은 몸값 및 시장 위축 부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는 ‘알짜’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4분기 기준 화물 사업 매출액 비중은 전체의 27%에 달한다. 같은 기간 57%를 기록한 국제 여객 매출 다음으로 많은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사업 부문에서 두 번째로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예상되는 몸값의 규모도 상당하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가격은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7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화물기 11대(보유 8대, 리스 3대) 중 절반 이상이 노후화됐다는 점, 1조원 안팎의 부채를 떠안아야 한다는 점 등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종합하면 인수자는 최소 2조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까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예비 인수 후보자로 거론된 곳은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에어로케이 등이다. UBS는 지난 2월 28일 오후 2시까지 예비 입찰을 진행했다. 시장에서 예상했던 대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에 도전장을 내민 곳은 제주항공·에어프레미아·이스타항공·에어인천 등 4곳이다. 이들은 자금조달 및 사업 계획 등이 담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일각에서는 자금력을 갖춘 인수 후보자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해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항공화물 시장이 예년 같지 않아서다. 최근 글로벌 항공화물 시장은 수요 감소와 공급 증가 양상을 띠고 있다. 이 여파로 항공 운임이 떨어지면서 항공사들이 타격을 입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지난해 화물 사업 매출(1조 6071억원)이 전년 대비 46% 감소했다.

항공화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2019년과 비교하면 확실히 주춤한 모습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적항공사의 항공화물 운송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11.4% 늘어난 395만3921톤(t)으로 집계됐다. 2019년(427만4717톤)과 비교하면 7.5% 줄어든 수치다.

올해도 불확실성이 크다. 대한항공 측은 “올해 1분기 화물은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으로 전통적인 항공화물(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수요 반등 시기가 불확실하다”고 내다봤다.

항공 운임도 하락세다. 글로벌 항공화물 운송지수 TAC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월 홍콩~북미 노선 화물 운임은 킬로그램(kg)당 5.22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고점을 찍었던 지난 2021년 12월(12.72달러)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떨어진 것이다. 같은 기간 홍콩~유럽 노선과 프랑크푸르트~북미 노선 화물 운임은 각각 4.12달러, 1.95달러 수준을 보였다. 마찬가지로 2021년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항공화물 시장은 지난해 수요 감소, 공급 증가에 따른 항공화물 운임 하락 등으로 좋지 않았다”면서 “경쟁 심화, 대외 환경 불확실성 등으로 한 치 앞도 예상이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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