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원두 수확량…커피산업,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스페셜리스트뷰]
스페셜티커피 넘어선 ‘제4의 물결’…커피산업 미래 키워드는?
생산지가 마주한 위기, 더 많은 관심 필요
[조원진 커피칼럼니스트] 이렇게 된 이상 카페나 차려보자고 말하는 수많은 이들의 꿈은 현실이 됐다. 2023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프랜차이즈(가맹점) 조사 결과’에서 2022년 기준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가 치킨전문점 수를 추월해 조사 항목 중 3순위에 도달했다. 이는 통계청이 집계를 시작한 2013년 이래 처음이다. ‘직장인으로 살아남거나, 치킨집 사장님이 되거나’의 역사는 서서히 저물고 바야흐로 카페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증명했다.
카페나 차려보자는 꿈은 코로나 시대를 지나 집에서도 구현되고 있다. 커피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카페인을 충전하기 위한 필수요소에서 ‘취향의 음료’로 변했다. 여기에 나만의 공간을 꾸미고자 하는 집콕 트렌드 흐름을 타고 홈카페가 인기다.
치킨집 추월한 카페, 집으로 들어간 카페
통계청 품목별 수출입 실적을 살펴보면 ‘커피·차를 끓이는 기기’ 수입 중량과 금액은 2018년부터 2022년 사이 각각 40%, 80% 증가했다. 최근 수년간 커피 박람회에서는 가정용 하이엔드 에스프레소머신과 그라인더가 주력 신상품으로 등장해 주목받았다. 2023년도에는 수치가 하락세지만 국내 머신 업체들의 성장세나 커피 원두 전문 판매 플랫폼의 매출 증가세를 보면 여전히 홈카페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카페가 집 안팎으로 온 국민에게 퍼져나가는 모습은 국내 커피산업의 거대한 흐름을 보여준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FIS)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믹스커피 제품 등을 포함하는 조제커피 시장은 8500억원에서 7800억원 수준으로 줄었고, 시장 비중도 33%에서 24%로 내려앉았다. 반면 원두 커피 등을 의미하는 볶은 커피 시장은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고 시장 비중도 21%에서 33%로 커졌다.
사무실에서 사랑받던 믹스커피의 자리는 아메리카노로 대체됐고, 설탕과 프림의 양으로 취향을 따지던 사람들은 롱블랙과 라떼, 카푸치노를 마시게 됐다. 카페 산업이 성장한 이면에는 보다 건강함을 지향하면서도 출처가 분명한 먹거리를 찾는, 또 자신의 취향을 찾으려는 소비자의 꾸준한 성장이 한 몫한 셈이다.
하지만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커피산업의 앞날은 불안하기만 하다. 커피전문점 개업이 증가함과 동시에 폐업 영업장 수도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국세통계 포털 집계 결과를 보면 2023년 11월 기준 국내 커피·음료점업 점포 수는 10만개(9만6584개)에 육박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폐업 집계에 의하면 2023년에만 1만2000여 개의 카페가 폐업했다.
커피전문점은 외식 분야에서도 손에 꼽히는 노동집약적 업종이다. 통계청 ‘프랜차이즈(가맹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커피전문점의 종사자 1인당 매출액은 5000여 만원으로 조사 대상 업종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비슷한 점포 수를 가진 치킨전문점이 종업원 1인당 1억2000만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커피전문점의 높은 폐업률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인건비 등 고정비는 지속 상승하고 있고 하루만 지나도 수십 개의 경쟁 업체들이 생겨난다. 소비자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따라 매일 다른 카페를 찾아 떠난다. 이에 커피전문점 창업은 자영업자들의 꿈이자 희망이었지만 점차 지옥으로 변모하는 모양새다.
커피산업 주목할 새 키워드 스페셜티커피·홈카페
그럼에도 커피산업의 성장은 시대의 거대한 흐름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 통계에 의하면 국내 커피 시장은 2023년 기준 129억 달러(17조1776억원)에 육박하며, 2028년에는 159억 달러(21조1724억원) 규모로 전망된다. 글로벌로 눈을 돌리면 커피 시장규모는 2023년 4526억 달러(약 603조원)에서 2028년 5343억 달러(711조원)로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 성장 그래프가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국내와 비슷하게 ‘스페셜티커피’와 ‘홈카페’를 주목하면 된다.
스페셜티커피라는 단어는 1970년 커피수입업자 에르나 크누첸(Erna Knutsen)이 ‘티앤커피 트레이드 저널’(Tea&Coffee Trade Journal)에 자신이 직거래하는 커피 품질을 강조하기 위해 처음 사용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스페셜티커피라는 개념이 확장되기에 그만큼 시장이 성장하지 못했다. 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이로부터 20여년이 흐른 2000년대 전후다.
70년대에는 인스턴트 커피를 기반으로 한 커피 소비에서 벗어나 갓 볶은 커피로 내린 에스프레소 음료가 인기를 끌던 시기였다. 스타벅스와 같은 에스프레소 기반의 음료를 파는 카페들은 인스턴트 제품이 커피의 대중화를 이끌던 ‘커피 제1의 물결’ 시대의 바통을 이어받아 ‘제2의 물결’을 이끌었다.
커피는 원두를 볶은 후 국가 단위의 원산지 라벨만 달아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소비자들의 취향은 더욱 다양해졌다. 건강하고 안심한 먹거리를 위해 더 많은 정보를 원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커피 산지와 밀접하게 관계를 맺어 커피를 구매하고 전문적인 지식으로 커피를 내려주는 스페셜티 커피가 새로운 파도인 ‘제3의 물결’을 일으켰다.
스페셜티커피 개념이 탄생한지 20년이 지나 시장은 성장을 거듭했다. 다시 20년이 지난 현재는 그 어느 때보다 스페셜티커피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미국커피협회(National Coffee Association)의 2023년도 데이터 기반 트렌드 조사(2023 National Coffee Data Trends Specialty Coffee Breakout Report)에 따르면 18세 이상 미국 소비자 중 52%가 ‘바로 지난주에 스페셜티커피를 소비했다’고 답변했다. 29세에서 39세 사이로 범위를 좁히면 수치는 62%로 올라간다. 한 번이라도 스페셜티커피의 투명한 정보와 전문성이 담보하는 품질을 경험하면, 더 낮은 품질의 커피를 좀처럼 찾기 힘들어진다.
이처럼 제3의 물결이 확산되자, 전문가들은 너도나도 ‘제4의 물결’에 대해 예측하기 시작했다. 아직 그 정의가 불분명한 제4의 물결에 대해 전문가들의 분석은 제각각이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선택에는 분명한 기조가 있다. 거래의 투명성과 품질 검증은 물론, 과정에서의 윤리성을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다국적 생두 트레이딩 플랫폼 알그라노(Algrano)는 자신들의 설문에 참여한 로스터 중 절반이 소비자들의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하거나 투명한 커피’를 찾는 요청이 생두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이 더 많은 비용을 다이렉트 트레이드(직거래)에 투자하고 지속가능성 리포트를 발간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전 세계 소비자들은 코로나를 거치며 더 안전하고 명확한 먹거리를 요구하고 있다. 가령 2023년 독일 쾰른에서 열린 아누가(ANUGA)식품 박람회는 ‘클린라벨’과 ‘지속가능성’을 핵심 키워드로 뽑았다. 식품 산업의 큰 축을 담당하는 커피 시장도 소비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클린라벨을 요구 받고 있다. 이렇게 스페셜티커피 완성 키워드인 추적가능성과 전문성은 시대의 부름을 받고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커피 소비자들의 성장과 세계적인 전염병의 유행은 동시에 홈카페 시장 발전을 이끌었다. 비영리 환경단체인 국제보존협회(Conservation International)와 국제 시민단체 솔리다리다드(Solidaridard)의 의뢰로 에토스 에그리컬쳐(Ethos Agriculture)가 발간한 ‘리포트 커피 바로미터’(Coffee Barometer)에 따르면 2020년까지 미국 소비자의 40%가 캡슐 커피 머신과 같은 싱글-컵 브루잉 시스템(Single-Cup System)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 리포트에서는 유럽 커피연합의 통계를 인용해 유럽연합(EU27)에서 커피 팟(Coffee Pods) 시장이 전체 커피산업의 16%를 차지하고 있으며, 소매 매출의 40%를 차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성장하는 홈카페 시장에 호응해 기업들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월드커피포털(World Coffee Portal)은 2020년 네스프레소가 캡슐 커피 수요를 맞추기 위해 1억7000만 달러(2263억원)를 투자해 10개의 캡슐 커피 생산라인을 증설했으며, JDE 피츠(JDE Peet’s) 또한 캡슐 커피 생산을 60% 가까이 확대하며 홈카페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 제조 업체 드롱기(De’Longhi)도 2021년 상반기에만 순이익이 300% 넘게 증가했다는 발표 내용도 덧붙였다. SNS에는 전문적인 커피 지식을 동반한 콘텐츠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페셜티커피 업계의 유명인사이자 2007년 월드바리스타 챔피언인 제임스 호프먼(James Hoffmann), 오닉스 커피의 대표이자 커피 업계를 대표하는 ‘긱’(Geek·특정분야에 열정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인 랜스 핸드릭(Lance Hendrick)의 유튜브 채널은 홈카페 열풍에 힘입어 각각 구독자 200만명과 20만명을 넘어섰다.
지나치게 빠른 홈카페 시장의 성장이 거품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일견 존재한다. 가파른 매출 상승세를 기록하던 업체들의 성장이 2023년 들어 주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피 머신의 평균 수명을 생각하면, 잠시 주춤한 성장세에 대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앞다퉈 ‘좋은 커피에 대한 경험’을 언급한다. 한 번이라도 좋은 커피에 입을 댄 사람들은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명언은 스페셜티커피와 홈카페 시장의 성장을 든든히 떠받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커피 생산의 암울한 미래, 그리고 희망
이처럼 커피 소비국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생산국에서 전해 오는 소식은 그리 밝지 만은 않다. 전문가들은 올해 예측된 엘리뇨로 인해 브라질과 베트남, 인도 등 주요 로부스타(Robusta·세계 커피 생산량 30~40% 차지) 산지의 수확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로부스타 거래 가격은 역사적인 고점에 다다르고 있으며, 가용량은 1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아라비카 커피의 수확은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나 엘니뇨의 영향으로 생산량 예측치가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콜롬비아는 엘리뇨의 영향으로 주요 산지인 안티오키아(Antioquia)와 우일라(Huila)지역이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으며, 카우카(Cauca) 지역은 가뭄과 산불로 국가 재난사태가 선포된 상태다. 미국 농림청(USDA)도 아라비카의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소비량 역시 그만큼 늘 것으로 보고 있어 올해 말 세계 커피 재고는 12년 새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커피 선물 거래 시장의 가격 책정은 산지의 생산 위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네덜란드의 컨설턴트 뉴포어사이트(NewForesight)는 볶은 커피의 평균 가격이 1982년부터 2018년까지 98% 상승했으나, 선물 거래 시장의 가격은 27% 감소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세계적으로 아라비카(Arabica·세계 커피 생산량 60~70% 차지) 커피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에도 산지에서 날아온 소식은 농가들이 겪는 위기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스타리카는 불규칙한 강수량과 수확 인력의 부족, 생산비용의 상승으로 평균 이하 품질 제품의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온두라스도 수확 인력이 부족해 커피 가격이 지속 상승하고 있다.
커피 산지에는 비단 경제적, 환경적 이슈뿐 아니라 정치적 요소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불안해진 중동 정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홍해 항로 때문에 국제 물류 이송이 차질을 빚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아시아-유럽, 동아프리카-유럽, 동아프리카-미국 노선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국내에 배송될 아프리카 지역의 커피 선적과 이송도 난항을 겪고 있는데, 에티오피아 커피의 수출 창구인 지부티(Djibouti) 항구의 선적이 적체 되면서 업체들은 기민하게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물론 단기간에 전파되는 짤막한 커피 산지의 뉴스가 전체적인 커피 시장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언제까지나 수십 년 전과 같은 가격으로 커피를 구매할 수 있을지, 커피 나무들이 지속적인 환경 오염에도 똑같은 결실을 맺어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커피 농가의 위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커피 바로미터에 따르면 전 세계 1000만개가 넘는 농가 중 95% 이상이 5헥타르(ha) 이하의 농장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 그 중 84%는 2ha 미만인데, 낮은 판매 가격에도 경제적 대안이 없어 커피를 재배해 온 곳들이 상당수다.
스톡홀름 환경연구소(SEI)는 최근 기후분석을 통해 전 세계 아라비카 커피 생산이 잠정적으로 45.2%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2050년에 이르러서는 상당한 비율의 아라비카 커피 생산지가 더 이상 커피 재배가 불가능한 환경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도 세계 커피 산지에서는 정치적, 경제적, 환경적 이유로 커피 생산이 불가능해지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브라질의 미나스 제라이스의 일부 지역과 에티오피아 하라 지역이 커피 멸종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강제적·자발적 노력
커피 소비국이나 선진국들은 이러한 커피 생산의 위기를 초래한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또한 이들 국가들의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정책적 대응은 지나치게 자국 중심적인 기준을 내세워 비판받기도 한다. 다만 이들 국가들의 지속적인 입법 강화는 우리가 직면한 커피 생산 위기에 일말의 도움이 되기도 한다.
커피 바로미터는 북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 유럽의 국가들이 기업들에게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도록 요구하는 입법조치를 내놓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의 ▲EU삼림파괴금지법(EUDR, EU Regulation on Deforestation)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 The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등이 꼽힌다.
이 정책들은 2024년부터 점진적으로 일선 기업들에 적용될 예정이다. 커피 바로미터는 유럽 내에서 운영되는 커피 업체들은 물론, 제한 항목을 유럽 내로 수입하는 사업자의 경우에도 이 정책들의 요구사항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럽의 커피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회사들이 강제적으로 가치사슬에서의 책임감을 부여받게 된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의 행정적인 규제 외에도 개별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꾸준히 이뤄져 왔다. 가령, 영국의 ▲오존(Ozone) ▲미국의 스텀타운(Stumptown) ▲덴마크의 커피 콜렉티브(Coffee Collective) 등 세계적인 스페셜티 커피 업체들은 비콥(B Corp)인증을 받으며 지속가능한 커피 산업에 기여하고 있다.
비콥인증은 정부나 비영리 단체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빈곤, 건강 등 각종 지역 사회문제에 적극 참여하고, 존엄성을 보장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노력을 한 기업들에 주어지는 인증이다. 이들 업체들을 포함해 ▲하트커피 로스터스(Heart Coffee Roasters) ▲올림피아커피(Olympia Coffee) ▲카운터 컬쳐 커피(Counter Culture Coffee) 등 유수의 스페셜티 커피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지속가능성 리포트(Transparency Report)를 발표하고 있다. 단기적이고 일회적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네슬레와 스타벅스, 라바짜 등의 기업들도 꾸준히 생물 다양성, 수자원 보호, 생태계 보전 등에 대한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커피 산업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지속가능한 커피 생산에 대해 각자의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 거대한 흐름은 또다시 물결을 타고 국내에 다다를 가능성이 높다.
국내 카페 수가 10만 개에 육박하며, 커피 가맹사업이 그 어느 때보다도 호황을 이루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지속가능성 이슈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나마 환경 문제를 다루는 업체들 상당수가 일회용품 규제 등의 정책에만 소극적으로 맞서는 상황이다.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내세운 일부 스페셜티 커피 업체들은 매년 커피 산지를 찾아 그곳의 상황을 전달하고 지속가능한 커피 농업에 대해 어떤 의무감을 가져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에 생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정책적 후원 없이 소비자에게 지속가능한 커피에 대한 고민을 깊이있게 전달하기는 어렵다.
커피 산지가 마주한 생산의 위기는 커피산업과 관련한 모든 이가 풀어야 할 숙제다. 장기적인 커피 생산량 감소는 이제 더 이상 예측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커피산업의 가치사슬에서 커피 생산자가 일방적으로 희생을 당하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똑똑해진 소비자가 거부하기 시작할 것이다. 정책적으로 환경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산업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진보하되 후퇴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커피 농가가 더 큰 위기를 맞기 전, 더 많은 이들이 커피 산지가 마주한 위기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이 늘어남과 함께, 그 커피를 만드는 이들 또한 함께 기쁨을 누리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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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나 차려보자는 꿈은 코로나 시대를 지나 집에서도 구현되고 있다. 커피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카페인을 충전하기 위한 필수요소에서 ‘취향의 음료’로 변했다. 여기에 나만의 공간을 꾸미고자 하는 집콕 트렌드 흐름을 타고 홈카페가 인기다.
치킨집 추월한 카페, 집으로 들어간 카페
통계청 품목별 수출입 실적을 살펴보면 ‘커피·차를 끓이는 기기’ 수입 중량과 금액은 2018년부터 2022년 사이 각각 40%, 80% 증가했다. 최근 수년간 커피 박람회에서는 가정용 하이엔드 에스프레소머신과 그라인더가 주력 신상품으로 등장해 주목받았다. 2023년도에는 수치가 하락세지만 국내 머신 업체들의 성장세나 커피 원두 전문 판매 플랫폼의 매출 증가세를 보면 여전히 홈카페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카페가 집 안팎으로 온 국민에게 퍼져나가는 모습은 국내 커피산업의 거대한 흐름을 보여준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FIS)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믹스커피 제품 등을 포함하는 조제커피 시장은 8500억원에서 7800억원 수준으로 줄었고, 시장 비중도 33%에서 24%로 내려앉았다. 반면 원두 커피 등을 의미하는 볶은 커피 시장은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고 시장 비중도 21%에서 33%로 커졌다.
사무실에서 사랑받던 믹스커피의 자리는 아메리카노로 대체됐고, 설탕과 프림의 양으로 취향을 따지던 사람들은 롱블랙과 라떼, 카푸치노를 마시게 됐다. 카페 산업이 성장한 이면에는 보다 건강함을 지향하면서도 출처가 분명한 먹거리를 찾는, 또 자신의 취향을 찾으려는 소비자의 꾸준한 성장이 한 몫한 셈이다.
하지만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커피산업의 앞날은 불안하기만 하다. 커피전문점 개업이 증가함과 동시에 폐업 영업장 수도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국세통계 포털 집계 결과를 보면 2023년 11월 기준 국내 커피·음료점업 점포 수는 10만개(9만6584개)에 육박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폐업 집계에 의하면 2023년에만 1만2000여 개의 카페가 폐업했다.
커피전문점은 외식 분야에서도 손에 꼽히는 노동집약적 업종이다. 통계청 ‘프랜차이즈(가맹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커피전문점의 종사자 1인당 매출액은 5000여 만원으로 조사 대상 업종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비슷한 점포 수를 가진 치킨전문점이 종업원 1인당 1억2000만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커피전문점의 높은 폐업률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인건비 등 고정비는 지속 상승하고 있고 하루만 지나도 수십 개의 경쟁 업체들이 생겨난다. 소비자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따라 매일 다른 카페를 찾아 떠난다. 이에 커피전문점 창업은 자영업자들의 꿈이자 희망이었지만 점차 지옥으로 변모하는 모양새다.
커피산업 주목할 새 키워드 스페셜티커피·홈카페
그럼에도 커피산업의 성장은 시대의 거대한 흐름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 통계에 의하면 국내 커피 시장은 2023년 기준 129억 달러(17조1776억원)에 육박하며, 2028년에는 159억 달러(21조1724억원) 규모로 전망된다. 글로벌로 눈을 돌리면 커피 시장규모는 2023년 4526억 달러(약 603조원)에서 2028년 5343억 달러(711조원)로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 성장 그래프가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국내와 비슷하게 ‘스페셜티커피’와 ‘홈카페’를 주목하면 된다.
스페셜티커피라는 단어는 1970년 커피수입업자 에르나 크누첸(Erna Knutsen)이 ‘티앤커피 트레이드 저널’(Tea&Coffee Trade Journal)에 자신이 직거래하는 커피 품질을 강조하기 위해 처음 사용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스페셜티커피라는 개념이 확장되기에 그만큼 시장이 성장하지 못했다. 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이로부터 20여년이 흐른 2000년대 전후다.
70년대에는 인스턴트 커피를 기반으로 한 커피 소비에서 벗어나 갓 볶은 커피로 내린 에스프레소 음료가 인기를 끌던 시기였다. 스타벅스와 같은 에스프레소 기반의 음료를 파는 카페들은 인스턴트 제품이 커피의 대중화를 이끌던 ‘커피 제1의 물결’ 시대의 바통을 이어받아 ‘제2의 물결’을 이끌었다.
커피는 원두를 볶은 후 국가 단위의 원산지 라벨만 달아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소비자들의 취향은 더욱 다양해졌다. 건강하고 안심한 먹거리를 위해 더 많은 정보를 원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커피 산지와 밀접하게 관계를 맺어 커피를 구매하고 전문적인 지식으로 커피를 내려주는 스페셜티 커피가 새로운 파도인 ‘제3의 물결’을 일으켰다.
스페셜티커피 개념이 탄생한지 20년이 지나 시장은 성장을 거듭했다. 다시 20년이 지난 현재는 그 어느 때보다 스페셜티커피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미국커피협회(National Coffee Association)의 2023년도 데이터 기반 트렌드 조사(2023 National Coffee Data Trends Specialty Coffee Breakout Report)에 따르면 18세 이상 미국 소비자 중 52%가 ‘바로 지난주에 스페셜티커피를 소비했다’고 답변했다. 29세에서 39세 사이로 범위를 좁히면 수치는 62%로 올라간다. 한 번이라도 스페셜티커피의 투명한 정보와 전문성이 담보하는 품질을 경험하면, 더 낮은 품질의 커피를 좀처럼 찾기 힘들어진다.
이처럼 제3의 물결이 확산되자, 전문가들은 너도나도 ‘제4의 물결’에 대해 예측하기 시작했다. 아직 그 정의가 불분명한 제4의 물결에 대해 전문가들의 분석은 제각각이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선택에는 분명한 기조가 있다. 거래의 투명성과 품질 검증은 물론, 과정에서의 윤리성을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다국적 생두 트레이딩 플랫폼 알그라노(Algrano)는 자신들의 설문에 참여한 로스터 중 절반이 소비자들의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하거나 투명한 커피’를 찾는 요청이 생두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이 더 많은 비용을 다이렉트 트레이드(직거래)에 투자하고 지속가능성 리포트를 발간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전 세계 소비자들은 코로나를 거치며 더 안전하고 명확한 먹거리를 요구하고 있다. 가령 2023년 독일 쾰른에서 열린 아누가(ANUGA)식품 박람회는 ‘클린라벨’과 ‘지속가능성’을 핵심 키워드로 뽑았다. 식품 산업의 큰 축을 담당하는 커피 시장도 소비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클린라벨을 요구 받고 있다. 이렇게 스페셜티커피 완성 키워드인 추적가능성과 전문성은 시대의 부름을 받고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커피 소비자들의 성장과 세계적인 전염병의 유행은 동시에 홈카페 시장 발전을 이끌었다. 비영리 환경단체인 국제보존협회(Conservation International)와 국제 시민단체 솔리다리다드(Solidaridard)의 의뢰로 에토스 에그리컬쳐(Ethos Agriculture)가 발간한 ‘리포트 커피 바로미터’(Coffee Barometer)에 따르면 2020년까지 미국 소비자의 40%가 캡슐 커피 머신과 같은 싱글-컵 브루잉 시스템(Single-Cup System)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 리포트에서는 유럽 커피연합의 통계를 인용해 유럽연합(EU27)에서 커피 팟(Coffee Pods) 시장이 전체 커피산업의 16%를 차지하고 있으며, 소매 매출의 40%를 차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성장하는 홈카페 시장에 호응해 기업들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월드커피포털(World Coffee Portal)은 2020년 네스프레소가 캡슐 커피 수요를 맞추기 위해 1억7000만 달러(2263억원)를 투자해 10개의 캡슐 커피 생산라인을 증설했으며, JDE 피츠(JDE Peet’s) 또한 캡슐 커피 생산을 60% 가까이 확대하며 홈카페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 제조 업체 드롱기(De’Longhi)도 2021년 상반기에만 순이익이 300% 넘게 증가했다는 발표 내용도 덧붙였다. SNS에는 전문적인 커피 지식을 동반한 콘텐츠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페셜티커피 업계의 유명인사이자 2007년 월드바리스타 챔피언인 제임스 호프먼(James Hoffmann), 오닉스 커피의 대표이자 커피 업계를 대표하는 ‘긱’(Geek·특정분야에 열정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인 랜스 핸드릭(Lance Hendrick)의 유튜브 채널은 홈카페 열풍에 힘입어 각각 구독자 200만명과 20만명을 넘어섰다.
지나치게 빠른 홈카페 시장의 성장이 거품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일견 존재한다. 가파른 매출 상승세를 기록하던 업체들의 성장이 2023년 들어 주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피 머신의 평균 수명을 생각하면, 잠시 주춤한 성장세에 대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앞다퉈 ‘좋은 커피에 대한 경험’을 언급한다. 한 번이라도 좋은 커피에 입을 댄 사람들은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명언은 스페셜티커피와 홈카페 시장의 성장을 든든히 떠받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커피 생산의 암울한 미래, 그리고 희망
이처럼 커피 소비국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생산국에서 전해 오는 소식은 그리 밝지 만은 않다. 전문가들은 올해 예측된 엘리뇨로 인해 브라질과 베트남, 인도 등 주요 로부스타(Robusta·세계 커피 생산량 30~40% 차지) 산지의 수확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로부스타 거래 가격은 역사적인 고점에 다다르고 있으며, 가용량은 1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아라비카 커피의 수확은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나 엘니뇨의 영향으로 생산량 예측치가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콜롬비아는 엘리뇨의 영향으로 주요 산지인 안티오키아(Antioquia)와 우일라(Huila)지역이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으며, 카우카(Cauca) 지역은 가뭄과 산불로 국가 재난사태가 선포된 상태다. 미국 농림청(USDA)도 아라비카의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소비량 역시 그만큼 늘 것으로 보고 있어 올해 말 세계 커피 재고는 12년 새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커피 선물 거래 시장의 가격 책정은 산지의 생산 위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네덜란드의 컨설턴트 뉴포어사이트(NewForesight)는 볶은 커피의 평균 가격이 1982년부터 2018년까지 98% 상승했으나, 선물 거래 시장의 가격은 27% 감소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세계적으로 아라비카(Arabica·세계 커피 생산량 60~70% 차지) 커피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에도 산지에서 날아온 소식은 농가들이 겪는 위기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스타리카는 불규칙한 강수량과 수확 인력의 부족, 생산비용의 상승으로 평균 이하 품질 제품의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온두라스도 수확 인력이 부족해 커피 가격이 지속 상승하고 있다.
커피 산지에는 비단 경제적, 환경적 이슈뿐 아니라 정치적 요소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불안해진 중동 정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홍해 항로 때문에 국제 물류 이송이 차질을 빚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아시아-유럽, 동아프리카-유럽, 동아프리카-미국 노선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국내에 배송될 아프리카 지역의 커피 선적과 이송도 난항을 겪고 있는데, 에티오피아 커피의 수출 창구인 지부티(Djibouti) 항구의 선적이 적체 되면서 업체들은 기민하게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물론 단기간에 전파되는 짤막한 커피 산지의 뉴스가 전체적인 커피 시장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언제까지나 수십 년 전과 같은 가격으로 커피를 구매할 수 있을지, 커피 나무들이 지속적인 환경 오염에도 똑같은 결실을 맺어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커피 농가의 위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커피 바로미터에 따르면 전 세계 1000만개가 넘는 농가 중 95% 이상이 5헥타르(ha) 이하의 농장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 그 중 84%는 2ha 미만인데, 낮은 판매 가격에도 경제적 대안이 없어 커피를 재배해 온 곳들이 상당수다.
스톡홀름 환경연구소(SEI)는 최근 기후분석을 통해 전 세계 아라비카 커피 생산이 잠정적으로 45.2%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2050년에 이르러서는 상당한 비율의 아라비카 커피 생산지가 더 이상 커피 재배가 불가능한 환경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도 세계 커피 산지에서는 정치적, 경제적, 환경적 이유로 커피 생산이 불가능해지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브라질의 미나스 제라이스의 일부 지역과 에티오피아 하라 지역이 커피 멸종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강제적·자발적 노력
커피 소비국이나 선진국들은 이러한 커피 생산의 위기를 초래한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또한 이들 국가들의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정책적 대응은 지나치게 자국 중심적인 기준을 내세워 비판받기도 한다. 다만 이들 국가들의 지속적인 입법 강화는 우리가 직면한 커피 생산 위기에 일말의 도움이 되기도 한다.
커피 바로미터는 북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 유럽의 국가들이 기업들에게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도록 요구하는 입법조치를 내놓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의 ▲EU삼림파괴금지법(EUDR, EU Regulation on Deforestation)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 The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등이 꼽힌다.
이 정책들은 2024년부터 점진적으로 일선 기업들에 적용될 예정이다. 커피 바로미터는 유럽 내에서 운영되는 커피 업체들은 물론, 제한 항목을 유럽 내로 수입하는 사업자의 경우에도 이 정책들의 요구사항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럽의 커피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회사들이 강제적으로 가치사슬에서의 책임감을 부여받게 된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의 행정적인 규제 외에도 개별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꾸준히 이뤄져 왔다. 가령, 영국의 ▲오존(Ozone) ▲미국의 스텀타운(Stumptown) ▲덴마크의 커피 콜렉티브(Coffee Collective) 등 세계적인 스페셜티 커피 업체들은 비콥(B Corp)인증을 받으며 지속가능한 커피 산업에 기여하고 있다.
비콥인증은 정부나 비영리 단체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빈곤, 건강 등 각종 지역 사회문제에 적극 참여하고, 존엄성을 보장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노력을 한 기업들에 주어지는 인증이다. 이들 업체들을 포함해 ▲하트커피 로스터스(Heart Coffee Roasters) ▲올림피아커피(Olympia Coffee) ▲카운터 컬쳐 커피(Counter Culture Coffee) 등 유수의 스페셜티 커피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지속가능성 리포트(Transparency Report)를 발표하고 있다. 단기적이고 일회적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네슬레와 스타벅스, 라바짜 등의 기업들도 꾸준히 생물 다양성, 수자원 보호, 생태계 보전 등에 대한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커피 산업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지속가능한 커피 생산에 대해 각자의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 거대한 흐름은 또다시 물결을 타고 국내에 다다를 가능성이 높다.
국내 카페 수가 10만 개에 육박하며, 커피 가맹사업이 그 어느 때보다도 호황을 이루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지속가능성 이슈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나마 환경 문제를 다루는 업체들 상당수가 일회용품 규제 등의 정책에만 소극적으로 맞서는 상황이다.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내세운 일부 스페셜티 커피 업체들은 매년 커피 산지를 찾아 그곳의 상황을 전달하고 지속가능한 커피 농업에 대해 어떤 의무감을 가져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에 생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정책적 후원 없이 소비자에게 지속가능한 커피에 대한 고민을 깊이있게 전달하기는 어렵다.
커피 산지가 마주한 생산의 위기는 커피산업과 관련한 모든 이가 풀어야 할 숙제다. 장기적인 커피 생산량 감소는 이제 더 이상 예측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커피산업의 가치사슬에서 커피 생산자가 일방적으로 희생을 당하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똑똑해진 소비자가 거부하기 시작할 것이다. 정책적으로 환경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산업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진보하되 후퇴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커피 농가가 더 큰 위기를 맞기 전, 더 많은 이들이 커피 산지가 마주한 위기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이 늘어남과 함께, 그 커피를 만드는 이들 또한 함께 기쁨을 누리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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