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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밸류업 프로그램’, 알맹이는 무엇일까

[기업가치를 높여라] ➀
기업 스스로 가치 끌어올리면 인센티브 제공
투자 지표인 ‘코리아 밸류업 지수’도 개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2월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정부가 한국 증시 부양을 위해 준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윤곽을 드러냈다. 정부는 상장사가 스스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를 따르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 가치 제고가 기대되는 기업들을 모아 지수(Index)로 만들고, 이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는 등 투자를 유도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지난달 26일 금융위원회는 한국거래소, 자본연구원, 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유관기관과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를 열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세미나엔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해 금융투자업계, 상장기업, 학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정부 주도로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이유는 미국, 일본 등 주요국보다 한국 증시가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과 상장기업 수 등 양적 지표는 꾸준히 성장했다. 반면 주가순자산비율(Price Book Value Ratio·PBR), 주가이익비율(Price Earnings Ratio·PER) 등 시장평가 지표는 주요국 대비 낮았다.

예컨대 한국 증시의 지난해 말 기준 PBR은 1.05배로 10년 평균치(1.04배)와 비슷했다. 사실상 10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지난 10년간 선진국 평균 PBR인 2.5배와 비교하면 매우 뒤처진다. 신흥국 평균 PBR인 1.58배와 비교해도 낮은 수치다.

지난 2월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서 정지헌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부는 이 같은 기업가치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상장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앞으로 상장사들은 자신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방안을 마련해 최소 연 1회 공시해야 한다.

상장사, ‘주가 제고 계획’ 매년 공시해야

공시는 크게 세 과정으로 이뤄진다. 먼저 기업의 자본비용·자본수익성, 지배구조 등을 다각적으로 파악해 기업가치가 적정한 수준인지 기업 스스로 평가한다. 이를 바탕으로 3년 이상의 중장기 기업가치 목표 수준과 도달 시점·방안 등을 설정한다. 2년 차부터는 전년도 계획과 이행 수준 등을 공시에 포함시켜야 한다.

이번 조치에 대해 정부는 자율성을 내세웠지만, 주요 코스피 상장사에 대해선 사실상 의무화로 해석된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하는 기업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여부와 투자자 소통 노력을 기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 자산 5000억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2026년부터는 코스피 상장사 전체로 공시 대상이 확대된다.

정부는 오는 5월 2차 세미나를 열고 기업들의 의견을 수용해 상반기 중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계획이다. 하반기부터는 준비된 기업부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자율적으로 공시한다. 금융위는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시장에 이를 적극적으로 설명해 투자자로부터 정당한 평가를 받으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자율적 권고로 기업 참여가 저조해지는 등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같은 지적에 금융위는 “공시 의무화는 오히려 의미 없는 형식적 계획 수립과 공시만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기업 노력을 강제하는 것보다는 인센티브를 통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당근책’도 마련됐다. 기업가치 목표 설정이 적절한지, 계획을 충실히 세웠는지, 이행과 주주와의 소통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등을 종합평가해 우수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매년 5월 10여 곳을 선정해 기업 밸류업 표창을 수여하고, 표창을 받은 기업에게는 5종의 세정지원이 주어진다. 구체적으로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 우대, 부가·법인세 경정청구 우대, 가업승계 컨설팅 등이다.

연내 우수 기업 모은 ETF도 나온다

투자자들이 주목할 만한 내용도 담겼다. 우선 기업가치 제고가 기대되는 상장사로 구성된 시장 지표인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오는 9월까지 개발하고, 연말까지 이를 추종하는 ETF도 출시될 예정이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를 유도할 수 있게끔 ‘스튜어드십 코드’에 밸류업 지원방안을 반영하는 조치도 시행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타인의 자산을 관리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행동지침이다. 정부는 상반기 중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을 개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현재 거래소 정보데이터 시스템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모아 한눈에 보기 쉽게 만들 예정이다. 분기별로 PBR, PER, 자기자본이익률(Return On Equity·ROE)을 표시하고, 연간 배당성향·배당수익률도 연 1회(5월 초) 공표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기업 스스로가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기업문화가 확산·정착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추진하려 한다”며 “정부도 세제 개선, 상법 개정 등 추가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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