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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출신 직원의 이유있는 도전…K-로봇 꽃 피운다[이코노 인터뷰]

[서비스 로봇 뜬다]③ 최진 모빈 대표
엔진 개발 연구원 로봇 스타트업 창업
‘제약 없는 모빌리티 만들자’에서 출발

계단을 오르는 바퀴형 배달 로봇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한 최진 모빈(Mobinn)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인공지능(AI)이 요즘 부각되고 있지만 결국 그 AI를 서비스하기 위해 고객과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그 영역은 모빌리티라고 생각한다. 기존 모빌리티는 제약이 많다. 그래서 우리는 ‘제약이 없는 모빌리티를 만들어 보자’라는 것에서 출발했다.”

최진 모빈(MOBINN:MOBility INNovation) 대표이사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서비스 로봇이 우리의 삶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냈다.

가능성에서 출발한 무모한 도전

최 대표는 국내 대표 모빌리티 솔루션 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출신이다. 기술연구소 소속 엔진 개발 담당 연구원이었다. 누구나 부러워 할법한 대기업 소속에 처우도 훌륭했다.

그런 그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스타트업 세계로 뛰어들었다. 최 대표는 “1년 만에 뚝딱 결정한 것이 아니다. 2018년부터 현대차그룹 아이디어 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우리의 생각들이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2013년부터 바퀴로 장애물 극복을 생각했으며, 준비 과정에서 사람들이 원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H 스타트업(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모빈의 사명은 ‘모빌리티 이노베이션’(Mobility Innovation)의 약자다. “5분 만에 사명을 지었다”며 웃어 보인 최 대표는 ‘확장성’을 가진 사명이라 사람들이 오히려 좋아했다고 했다. 그만큼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얘기다.

실제 모빈의 제품 라인업을 보면 단순히 이동성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배송 로봇부터 순찰 로봇, 신호수 로봇 등 다양하다. 여기에 자신들이 개발한 로봇 플랫폼 판매까지 병행한다. 최 대표는 “다른 스타트업과 우리가 다른 점은 매출 파이프라인이 다양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2020년 모빈 설립을 통해 로봇 사업에 뛰어들면서 세 가지를 목표로 세웠다고 한다. 각 분야의 전문 기업들과 함께해 확실한 품질 경쟁력 갖겠다는 것이었다. 최 대표는 “로봇은 신성델타테크, 배터리는 솔라이트, 타이어는 금호타이어가 각각 제작하고 있다”면서 “로봇 사업을 시작하면서 세 가지 목표를 세웠는 데, 로봇을 직접 만들지 않고 배터리와 타이어는 전문 회사가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디자인, 사업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쟁력을 갖기 위한 대학과의 연계도 꾸준히 이어왔다고 한다. 최 대표는 “대학들과의 협업을 계속해 왔다”면서 “초기 로봇 개발 당시에는 국민대와 함께했고 현재는 카이스트와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빈은 현재 로봇 구조(특허 출원 3건), 적재물의 안정성/제어(6건), 휠 시스템(4건), 적재물 하차/디자인(4건) 등 17건의 특허 출원(특허 등록을 위한 심사 신청)을 낸 상태다. 기술 개발에 대한 열정이 낳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모빈(Mobinn) 임직원들. 사진은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조선명 이사(공동창업자), 문성익 연구원, 고아름 매니저, 장웅수 연구원, 최진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테스트는 끝났다...정식 서비스 개발 준비


모빈이 현재 집중하고 있는 주력 사업 모델은 배달 서비스 로봇이다. ▲BGFretail(편의점 배달) ▲현대글로비스 및 현대엔지니어링(주택단지 배달) ▲호반(리조트 배달) 등 국내 주요 기업과 지난해까지 서비스 검증 및 개발 협력을 이어왔다.

모빈의 배달 서비스 로봇은 3D 라이다를 이용한 주/야간 3차원 위치추정 기술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최 대표는 “장애물 극복 특화 주행 판단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모빈의 배송 로봇에는 위치 추정을 위한 3D 라이다 1개, 근접 장애물 인식을 위한 울트라소닉 센서 4개, 사물 인식을 위한 뎁스 카메라 2개 등이 적용돼 있다.

최 대표는 “분사 이후 10억원 정도 투자를 받았다. 투자 의향을 내비친 곳은 더 있지만 지원사업을 통해 충분히 2~3년 정도 개발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했다”면서 “지난해까지 보여주는 것은 끝났다. 지금껏 실증 사업을 통해 준비해 왔다. 이제 리조트, 주택단지 서비스 등 실체를 갖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는 아파트를 메인으로 가야 하지만 인프라 연동 등이 필요하다. 또 수평적 배달이 대부분인 해외와 달리 수직 배달이 요구돼 허들이 있다. 우선 인프라 연동이 필요 없는 곳에 집중하려고 한다. 지난해 실증 데이터를 갖고 올해 정식 서비스를 개발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모빈은 실증 사업 등을 통해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내 배달 로봇 시장이 충분히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빈 측은 배달 로봇 초기 시장 규모를 876억원(연간), 전체 시장 규모를 107조원으로 전망했다.

사람들은 왜 빨리 확장하지 않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해외에는 배송 로봇이 이미 널리 퍼져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차근차근’ 사업을 준비하는 이유는 딱 하나라고. 최 대표는 “우리는 더욱 많이 준비해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하고 싶다”면서 “프로젝트를 최소화해 정확히, 그리고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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