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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자기자본 변동...신평사 잇단 경고 왜일까

[리스크 빨간불 증권사]②
자기자본 상위 '미래·한투證' 해외 부동산 리스크 경고
유상증자·현금성 이익 등 실질적인 자본 확충 필요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지난해 국내 증권사 자기자본 순위가 달라졌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1, 2위로 상위권을 차지한 가운데, 국내외 신용평가사에서는 해당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내리는 등 잇단 경고음이 나와 관심이 모아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대 증권사의 자기자본 총 합계액은 61조126억원으로 지난 2022년(56조8718억원) 말 대비 7.3%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규모 최상위 증권사는 미래에셋 증권으로 지난 2022년에 이어 또 다시 1위에 올랐다. 미래에셋의 지난해 말 자기자본은 9조4390억원으로 전년(9조955억원) 대비 3.8% 증가했다. 

2위는 한국투자증권으로 2022년 3위에서 한 계단 상승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말 자기자본 규모는 8조2118억원으로 전년(6조5528억원)보다 25%나 증가했다. 3위는 NH투자증권으로 2022년 3위에서 한국투자증권 아래로 자기자본 순위가 내려갔다. NH투자증권의 지난해 말 자기자본 규모는 7조1065억원이었다. 이어 삼성증권은 6조3376억원의 자기자본을 기록하며 기존 4위 순위를 지켜냈다. 

KB증권과 하나증권은 순위가 뒤바뀌었다. 지난해 말 KB증권의 자기자본은 6조1572억원으로 전년(5조8155억원) 대비 5.9% 올라 6위에서 5위로 올랐다. 하지만 하나증권은 지난해 자기자본 5조7525억원을 기록해 전년(5조8476억원) 대비 1.6% 하락하며 순위가 기존 5위에서 6위로 밀렸다. 하나증권은 자기자본 규모가 10대 증권사 중 유일하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7위부터 10위까지는 순위가 동일했다. 7위 메리츠증권(5조6193억원)에 이어 ▲8위 신한투자증권(5조2633억원) ▲9위 키움증권(4조2725억원) ▲10위 대신증권(2조8529억원) 등의 순으로 자기자본 규모가 집계됐다. 특히 대신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자기자본이 39% 넘게 증가했다. 

자기자본 순위 1,2위 미래·한투證 글로벌 신평사 경고  


자기자본은 증권사들이 이를 활용해 수익을 내거나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에 주요한 수익성 지표로 꼽힌다. 증권사 자기자본이 8조원을 넘을 경우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 자격 취득이 가능하다. 또 3조원이 넘으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자격 취득을 신청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증권사들은 자기 자본을 잘 굴려서 수익 내는 게 비중이 높다”며 “해외 사업이라든지 혹은 초대형 투자은행(IB) 등 다른 쪽으로도 뭔가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많아지다 보니까 자기자본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기자본 순위 최상위를 기록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조차 최근 글로벌 신평사로부터 하향된 신용등급을 받아 리스크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제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지난 3월 8일(현지시간)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국내외 부동산 시장 둔화로 인해 증권산업의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S&P글로벌은 “부정적 등급전망은 향후 1∼2년간 부동산 관련 리스크가 국내 증권사들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S&P의 견해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S&P글로벌은 미국·유럽의 상업용 부동산 등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대체투자 관련 신용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S&P글로벌은 “지난해 말 기준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대비 해외대체투자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평균 약 30%로 추정된다”라며 “해당 투자자산의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다고 판단되는 후순위 트랜치 또는 지분 투자”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불확실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 실패 가능성과 유동성 위기, 그에 따른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등도 증권업 하방 요인으로 짚었다. 

국내 신평사는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계열사 간 ‘이례적 자본거래’를 통해 몸집을 키운 것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무리한 사업확장을 시도하다 자칫 재무안정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3월 5일 ‘증권사 대형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한국투자금융그룹과 대신금융그룹의 계열사간 이례적 자본거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증권사들이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실질적인 현금유입 없이 계열사 간 자본거래를 통해 몸집을 불린 것을 이례적인 자본거래로 표현했다. 

국내외 부동산 리스크 관리 도마 위…“실질적인 자본 확충 중요”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신평사는 ‘자기자본의 질’을 중시한다”면서 “자기자본 증가의 원천 중 가장 좋은 것은 유상증자나 현금성 이익 발생이며, 현금 유입이 동반되지 않은 자기자본 증가는 자본의 질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했다.

그는 “종투사나 초대형 IB 및 IMA 사업자 자격을 획득하면 영업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이는 규모의 경제 진전과 수익원 다각화 측면에서 좋은 일”이라면서도 “영업 확대는 또 다른 관점에서는 위험투자와 차입금 증가를 의미한다. 실질적인 자본 확충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투자와 차입금이 대폭 늘면 종합적인 재무안정성은 오히려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22년 12월 자회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모회사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카카오뱅크 지분을 각각 23.2%와 4.0% 인수했다. 취득 금액 합계는 총 3조4000억원으로 당시 이 거래로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 지분 27.2%를 보유한 2대 주주가 됐다.
해당 거래 이후에도 한국투자금융그룹 계열사 합산 기준 카카오뱅크 지분율은 27.2%로 이전과 동일해 카카오뱅크의 주주구성에 실질적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계열사들의 주식 매각이익 관련 배당금·유상증자 자금 유입으로 인해, 별도 기준으로 기존 6조원대에서 8조원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대신증권도 지난해 10월 대신에프앤아이·저축은행·자산운용 등 5개 자회사로부터 배당금 4801억원을 받고 다시 4306억원을 해당 5개 자회사에 출자했다.이 과정에서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은 별도 기준 2조1702억원(작년 9월 말 기준)에서 2조6503억원으로 이들 자회사의 배당금 유입 총액만큼 늘었다. 이후 대신증권의 작년 12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2조8529억원으로 1471억원을 추가하면 자기자본 3조원대에 진입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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