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친 증권사 순위…부동산 PF 리스크 관리 빨간불
[리스크 빨간불 증권사] ①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 순위 비교
미래에셋·키움 내리고… 삼성·NH 오르고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순위가 뒤바뀌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와 투자환경 악화가 증권사 실적에 영향을 줬다. 부동산 부문의 투자 손실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아야 했던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039490)의 순위는 떨어진 반면, 평가손실과 충당금 규모가 작았던 삼성증권(016360)과 NH투자증권(005940)은 전년 대비 순위가 올랐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가 지난해 벌어들인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총 4조871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인 2022년(4조8456억원) 보다 0.53% 감소한 수치다. 메리츠증권이 8813억원의 영업이익으로 가장 높은 실적을 냈다. 이어 삼성증권(7411억원)과 NH투자증권(7257억원)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KB증권은 6802억원으로 4위, #한국투자증권은 6647억원으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키움증권(5647억원), 미래에셋증권(5110억원), #신한투자증권(2531억원), 대신증권(1840억원)이 뒤를 이었다. 하나증권은 10대 증권사 중 유일하게 334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반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늘어난 증권사는 삼성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5개사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증가한증권사는 KB증권이다. 전년 대비 177.6% 증가해 8위에서 4위로 뛰어올랐다. 신한투자증권도 109.2%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75.5% 줄었다.
상위권에서는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의 약진이 돋보였다. 삼성증권은 2022년 4위에서 지난해 2위로, NH투자증권은 5위에서 3위로 순위가 올랐다. 부동산 관련 평가손실과 충당금 규모가 작았기 때문이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NH투자증권은 부동산 PF 등 일회성 손실이 1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른 경쟁사 대비 작은 규모고, 올해도 충당금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지 않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2022년 2위였던 미래에셋증권과 3위였던 키움증권은 5000억원대 충당금을 쌓은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은 자본 대비 해외투자 비중이 40%대로 업계 평균(20%)보다 높다 보니 해외 부동산 관련 우려도 상대적으로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달성한 ‘1조 클럽’ 증권사가 단 한 곳도 없었다. 2022년 유일한 1조 클럽이었던 메리츠증권 역시 부동산 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지난해 영업이익 8813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23개 증권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2645억원 손실로 전년(합산 영업손실 350억원) 대비 손실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2022년 4분기에는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부동산 리스크와 급격한 금리 인상 등으로 증권사들이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며 어닝 쇼크가 나타났는데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보다 심각했다.
손실의 원인은 이번에도 부동산이었다. 양호한 수익창출력 시현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PF 관련 대손비용, 해외부동산펀드 관련 손상차손, 고객미수금 관련 대손비용이 영업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금융당국의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기조에 따라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를 대거 충당금으로 반영하면서 손실로 인식했다. 이번 실적 부진의 상당수가 대규모 충당금 반영이 원인이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의 부동산 부실 관련 충당금 부담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증권 23개사의 지난해 말 대손충당금은 4조225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2조954억원) 대비 101.6%, 2배 이상 급증했다. 부동산 PF 관련 부채 부담도 큰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증권사 채무보증 충당부채는 1조62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6021억원) 대비 76.46% 급증했다.
부동산 PF 대출잔액도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7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4조5000억원) 대비 3조3000억원(73.3%) 늘어난 수치다. 연체율은 같은 기간 3.35%포인트(p) 증가한 13.73%로 금융업권 중 가장 높다.
연체율이 높은 만큼 일부 대형사를 중심으로 조 단위 충당금을 쌓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된 증권사는 실적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김선주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해외부동산 투자 자산 회수지연 및 손실부담도 지속될 전망”이라며 “고금리 장기화와 공실률 급등의 영향으로 미국·유럽 내 상업용 부동산가치가 하락하며 종합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해외부동산펀드에 대한 대규모 손상차손을 반영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이어 “2023년 9월말 해외부동산펀드 투자규모 10조2000억원(종합 IB 9조4000억원, 일반증권사 8000억원) 중 절반 이상이 2018~2020년 사이에 투자된 건인 점을 감안할 때 2024년에도 상당규모 펀드의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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