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수익 악화에 부실자산 급증까지 ‘이중고’
[리스크 빨간불 증권사]④
부실자산, 고정이하자산 3조원 돌파
자본 여력 부족 중소형사 증가율↑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가 커지며 증권사들의 투자은행(IB) 부문 수익성은 떨어진 반면, 부실자산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자본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수수료 수익 저하폭이 두드러지면서 수익 창출과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48개 증권사의 고정이하자산(부실 자산)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3조8833억원, 고정이하자산 비율은 142%를 기록했다. 2021년보다 각각 1조6157억원, 52%포인트(p) 증가하며 처음으로 고정이하자산이 3조원을 돌파했다. 앞서 감소세를 보였던 고정이하자산은 2018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연도별 증권사의 고정이하자산을 살펴보면 ▲2018년 1조1592억원 ▲2019년 1조2212억원 ▲2020년 2조327억원 ▲2021년 2조2666억원 ▲2022년 2조6718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증권사 자산 건전성은 채무 상환 능력 등을 고려해 자산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으로 분류한다. 이때 고정이하자산은 부실자산으로 구분된다. 고정은 이익이 나지 않지만 회수 가능한 자산, 회수의문과 추정손실은 회수하기 어렵거나 잠정 손실로 집계해 손실 가능성이 높은 자산을 가리킨다. 자산을 회수하지 못해 손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고정이하자산 3조원 돌파…건전성도 ‘경고등’
지난해부터 부동산 경기 침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IB부문 수익성이 부진하자, 향후 건전성 악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수수료 수익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9개사의 경우 5조8000억원을 시현하며 전년 동기 6조3000억원 대비 6.9% 감소했다. 자기자본 1조~4조원대 대형 9개사의 수수료 수익은 1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9000억원) 대비 25.5%
감소했다.
자기자본 1조원 미만 중소형 7개사의 경우 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000억원) 대비 36.3% 줄었다. 이들 증권사는 자기자본 규모가 작
을수록 수수료 수익 저하폭이 더욱 큰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차이의 주요 원인은 IB부문 외 수익원 다변화와 연관돼 있다. 초대형사와 대형사는 보유하고 있는 영업망 등 위탁매매부문의 강점을 통해 수탁수수료 수익이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1%, 11.7% 늘어난 반면 중소형사는 1.3%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 기간 IB부문 수수료 수익은 초대형사와 대형사, 중소형사가 각각 29.2%, 50.2%, 51.4%씩 감소했다. 자산관리부문 수수료 수익 역시 같은 기간 초대형사와 대형사, 중소형사 각각 5.9%, 15.0%, 20.8%씩 줄었다. 초대형사는 IB부문의 부진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고, 수탁수수료 수익 증가를 통해 수수료 수익 감소를 최소화한 모습이다. 대형사는 IB부문의 위축이 비교적 컸지만 수탁수수료 수익 증가에 힘입어 수수료 수익 감소에 일부 대응할 수 있었다.
반면 중소형사는 IB부문의 위축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사업부문의 부재로 이익창출력 저하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대표적인 자산건전성 지표를 살펴보면 초대형 증권사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순요주의이하자산 비율은 3.4%, 고정이하자산비율은 1.9%를 기록하며 저하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해외익스포저 등 요주의자산 전환이 늘어났지만 해외 부실자산 회수도 일부 이뤄진 영향이다.
반면 이 기간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순요주의이하자산 비율은 각각 9.9%, 13.2%, 고정이하자산비율은 각각 3.5%, 3.6%로 저하됐다. 2022년 상반기까지 브릿지론 등 고위험 부동산PF를 중심으로 위험인수가 지속되면서 3분기 이후 요주의이하자산이 급격히 늘어나는 등 건전성 저하가 크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지속과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으로 부동산 익스포저의 부실 관련 최종 손실 인식 규모가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PF대주단 협약 등 연착륙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지만 규모와 내용면에서 유의미한 리스크 감축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국내외 부동산 익스포저의 상당 부분이 만기 연장됐다. 부동산펀드 등은 건전성 지표에 포함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재 자산건전성 지표에는 상당한 착시효과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1실 수석연구원은 “다수 브릿지론의 경우 본PF 전환이 이뤄지지 않고 만기연장이 이뤄져 이자부담 증가와 사업성 하락의 우려가 존재한다”며 “PF의 경우 미분양 우려 혹은 분양가 인상 기대로 인한 분양연기로 절대 규모가 감소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상업용오피스 등 부동산펀드 자산의 경우 기중 평가손익과 만기 시 최종 손실규모간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에 부동산 익스포저와 관련한 최종 손실 인식 규모에 대해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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