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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일의 포맷 수출 기업 ‘썸씽스페셜’이 특별한 이유[이코노 인터뷰]

황진우 썸씽스페셜 대표
총인원 7명…올해 매출 30억~40억원 기록할 듯
포맷 기획으로 수출에 성공…해외 방송국에서 방영 예정

황진우 썸씽스페셜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90살 노인에게 “어린 시절은 어땠어요?”라고 진행자가 묻는다. 노인은 “까맣게 잊어버렸어. 기억이 나지 않아. 정말 미안해. 아가씨가 된 다음에 뭘 했는지가 떠오르지 않아”라고 슬픈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말한다. 삶의 기억이 사라진 무기력한 치매 노인에게 진행자는 “노래를 들으면서 옛일을 떠올려 보세요. 노래가 그치면 기억난 걸 이야기해달라”고 제안한다. 헤드폰을 쓰고 음악을 듣던 노인은 “(이 노래는) ‘성자의 행진’이다”며 어머니 몰래 밤에 집에서 빠져나가 콘서트에 간일, 댄서들에게 사진을 받은 일 등의 기억을 풀어놓는다. 무기력했던 노인의 표정이 음악을 들으면서 밝아진다. 다큐멘터리 ‘얼라이브 인사이드’(Alive Inside)의 한 장면이다. 치매 요양원에서 사는 노인들이 좋아하던 노래를 들으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이 프로그램이 한국에서 예능 형식으로 다시 태어난다. 치매 환자들이 즐겨들었던 노래를 가족이나 친구들 앞에서 노래하면서 삶의 기억을 되살려보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의 모 방송사에서 방영 예정이고, 수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적인 예능을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게 재탄생시킨 주인공은 황진우 썸씽스페셜(Something Special) 대표다. 썸씽스페셜은 한국에서 유일한 포맷(Format) 전문 기업이다. 

포맷은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를 초기화하는 단어로 친숙하다. 콘텐츠 산업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황 대표는 “세계포맷보호인증협회(FRAPA)에서 포맷은 ‘어떤 이야기들을 구조화하고, 다시 콘텐츠로 재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나 행위’라고 정의한다”면서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웃음) 한국에서 포맷 산업을 제일 처음 시작한 사람 입장에서 쉽게 설명하면 ‘지식재산권(IP)을 콘텐츠로 재생산할 수 있게 만드는 레시피를 만드는 기술이자 상품’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면가왕’이나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좀 더 큰 성과를 거두려면 그 이상의 다양한 사례를 만드는 것이 필수다. 예능을 예로 들면 나라별로 문화적 차이에 따라 웃음 포인트가 다르다. 나라별로 금기시하는 단어나 표현 등도 피해야 한다. 

황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 콘텐츠를 수출하려면 다섯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독창성 ▲보편성 ▲시즌제가 가능한 반복성 ▲확장성 ▲수용성이다. 하지만 한국 방송사나 제작사는 수출 작품의 번역에만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썸씽스페셜이 이런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고 있다. 


“웹소설·웹툰 IP 확보해 성장 이룰 것”

글로벌 포맷 산업의 규모는 2023년 기준 300억 달러(약 39조원)에 이른다. 네덜란드의 ‘탈파 네트워크’, 벨기에의 ‘BE 엔터테인먼트’, 스페인의 ‘미디어프로’, 이스라엘의 ‘아르모자 포맷’ 등의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유명한 포맷 기업으로 꼽힌다. 한국에는 썸씽스페셜이 유일무이한 포맷 기업이다. 황 대표는 “해외에 나가면 썸씽스페셜을 ‘한국의 창의성을 확보할 수 있는 원스톱 숍(One Stop Shop for Korea Creativity)라고 설명한다. K-콘텐츠가 필요하면 우리가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렇게 이야기한다”며 웃었다. 

황 대표는 “한국에서 1년에 제작되는 드라마가 100여 편이고, 10년이면 1000편이 넘는 드라마가 나온다”면서 “하지만 10여 년 동안 한국 드라마 포맷이 팔린 게 30편이 채 안 된다. 글로벌 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포맷에 대한 노하우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황 대표가 2020년 국내 유일의 포맷 기업 썸씽스페셜을 설립한 이유가 있다. 그는 포맷 비즈니스를 하려면 필요한 노하우를 현장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수퍼액션·OCN·XTM·tvN 등에서 프로듀서로 일하면서 쌓은 제작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2012년 당시 몸담고 있던 tvN에서 기존의 기획개발팀에 방송 콘텐츠 포맷의 수출을 전문적으로 해보기 위해 업그레이드된 콘텐츠이노베이션팀을 만들 때 낙점된 이가 황 대표다. 제작만 알고 있던 프로듀서는 그때부터 영상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야 수출이 가능한지, 포맷 산업이라는 게 뭔지 현장에서 체득하게 됐다. CJ ENM의 글로벌콘텐츠개발팀·콘텐츠액티베이션팀 팀장 등을 역임하면서 한국에서 가장 먼저 포맷 산업의 중심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그가 세계포맷인증보호협회 이사이자, 한국포맷산업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이유다. 그는 “일찍부터 포맷 산업에 뛰어들다 보니 맨땅에 헤딩도 많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사업 전략과 방향성을 깨닫게 됐다”며 웃었다. 


썸싱스페셜은 짧은 시간에 빠른 성장을 기록했다. 황 대표를 포함해 6명뿐인 조그마한 조직이지만, 지난해 1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아이디어로 시작해 작품 계약을 하고, 방영을 앞둔 작품들이 올해 성과로 이어질 예정이다. 해외 6개국에 수출한 ‘스틸 얼라이브’, 네덜란드 지상파 방송국에서 최초 방영하고 미국에 수출한 ‘비트 박스’, 세계 23개국에 진출 계약한 ‘배틀 인 더 박스’ 등이 수출에 성공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성과로 올해 매출액은 30억~40억원을 예상한다. 

황 대표는 더 빠른 성장을 위해서 웹소설·웹툰 등의 IP를 보유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세계 각국에서 의뢰가 많이 오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직도 커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그는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많은 투자사를 만나서 썸씽스페셜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포맷 산업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계속 회사 자료를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진우 썸씽스페셜 대표가 수출에 성공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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