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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난리난 ‘이 술’…국내서도 통할까

[고도주 열풍, 주류업계 지각변동] ①
지난해 테킬라 수입액 648만달러…전년 대비 10.4%↑
미국 내 열풍 타고 MZ세대·마니아에 인기
국내 주류업계, 연이어 프리미엄 데킬라 출시

국순당은 지난 2월부터 세계적인 인플루언서 켄달 제너가 설립한 ‘818 데킬라’ 브랜드를 공식 판매 중이다. [사진 국순당]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이제 ‘부어라 마셔라’ 식의 음주 시대는 끝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 문화가 정착되며 술을 음미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다만 팬데믹 초기 빠르게 성장했던 와인과 위스키의 인기는 한풀 꺾인 분위기다. 대신 올해는 미국의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멕시코 증류주 ‘테킬라’가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주류 수입·유통사들도 테킬라를 새로운 동력으로 삼고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는 등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 취향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데킬라가 국내에서도 인기 주류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

미국 MZ들 빠진 테킬라 뭐길래

주류업계에 따르면 최근 테킬라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위스키 열풍으로 증류주 전반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위스키에 이어 고(高)도수 주류인 테킬라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량은 3만톤(t)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스카치·버번·라이 등 위스키류 수입량은 3만586t으로 전년 대비 13.1% 증가했다. 다만 수입액은 전년보다 2.7% 감소한 2억5967만 달러(약 35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하이볼(위스키+탄산수)에 타먹는 저가 위스키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테킬라 수입은 증가세다. 국내 테킬라 수입액은 2020년 253만1000달러(약 33억7888만원)에서 지난해 647만6000달러(약 86억5000만원)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프리미엄 테킬라가 인기를 끌면서 수입액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테킬라 수입량은 755t으로 866t을 수입한 전년 동기 대비 100t가량 줄었지만 수입액은 10%(60만 달러)가량 늘었다. 이는 테킬라 중에서도 고가 제품 수입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테킬라 인기를 선도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테킬라는 최근 미국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해 국내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들에게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주류 통계 기관 IWSR에 따르면 테킬라는 미국에서 보드카·위스키를 제치고 지난해 증류주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테킬라는 멕시코의 대표 술로 알로에와 비슷한 모습의 다육식물 용설란(아가베·Agave)으로 만든 증류주다. 멕시코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라시에서 자란 특산종 푸른 용설란만 사용하고 있어 희소성과 가치를 높인다. 

당초 테킬라는 ‘원샷(한입에 털어 넣는) 독주’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미국·일본 등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하이볼·칵테일 등 술과 음료를 섞어 즐기는 ‘믹솔로지’(Mix+Technology) 주류의 기본 술로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국내에서도 수요가 늘고 있다. 

주류업계 판 키우다 

국내 주류업계는 테킬라 인기가 조만간 한국에서 더 확산될 것으로 내다보고 라인업 강화에 힘쓰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테킬라’에 무게를 두고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 9월 프리미엄 테킬라인 ‘돈 훌리오 1942’를 국내에 출시했다. 미국산 오크통에서 최소 2년 이상 숙성해 캐러멜과 아몬드 향이 풍부하고 바닐라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막걸리·백세주 등으로 잘 알려진 국순당은 최근 미국 유명모델 켄달 제너의 테킬라 브랜드 ‘818 테킬라’ 4종을 들여와 국내에 공식 론칭했다. 숙성 과정별로 ▲블랑코(2개월 미만) ▲레포사도(1년 미만) ▲아네호(1년 이상 3년 이하) ▲에잇리저드(3년 이상) 등 총 4종으로 구분되는 818 데킬라는 8년 이상 재배된 푸른 용설란만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제품과 유통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10만원대부터 60만원대까지 형성돼 있다.
하이트진로가 지난 2월 출시한 멕시코 프리미엄 테킬라 ‘코모스’. [사진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도 지난 2월 멕시코 프리미엄 테킬라 ‘코모스’(KOMOS)를 선보였다. 출시 모델은 750㎖ 용량의 ▲아네호 크리스탈리노 ▲엑스트라 아네호 2종으로, 알코올 도수는 40도다. 코모스도 818 테킬라처럼 100% 푸른 용설란으로 만들었으며 가격은 아네호 크리스탈리노는 30만~40만원대, 엑스트라 아네호는 100만원 초반대다.

최근 주류업계가 테킬라를 주목하는 것은 위스키에서 비롯된 증류주 인기와 관심이 다른 주종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증류주 인기의 중심에는 ‘하이볼의 유행’이 자리한다. 하이볼에는 위스키뿐만 아니라 진, 보드카, 테킬라 등의 증류주가 첨가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취향이 다변화하고 하이볼 문화가 확산하면서 위스키를 넘어 다른 증류주로 관심과 소비가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며 “와인, 위스키 붐이 지나가면서 이제 단일 주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맛과 경험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해외에서 다양한 술을 맛본 소비자 수요가 늘면서 주류업계 또한 다양한 주류 라인업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현재 고가의 프리미엄 테킬라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위스키처럼 대중화된다면 중저가 카테고리로도 확장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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