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아마존도 못 한 쿠팡의 ‘마법’…스포츠로 토종 OTT ‘선두 굳히기’

[OTT 시장, 스포츠가 뜬다]②
MLB 두 구단 초청한 ‘서울 시리즈’ 역대급 흥행…온라인 유입 ‘껑충’
소비자 “와우”…축구·야구 ‘대형 경기’ 연달아 개최하며 가입자 ‘락인’

3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최된 ‘쿠팡플레이와 함께하는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개막전 전경. [사진 쿠팡플레이]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스포츠는 아마존. 스포츠는 쿠팡.

쿠팡이 미국 ‘유통 공룡’ 아마존의 성공 방정식을 국내서 그대로 구현하고 있다. 아마존은 배송 중심의 유료 멤버십인 ‘아마존 프라임’에 번들(Bundle·묶음) 혜택으로 ‘프라임 비디오’를 제공 중이다. 아마존은 일찍이 조 단위 투자를 통해 다수의 스포츠 대형 리그 중계를 프라임 비디오에 덧붙였다. ‘스포츠는 아마존 프라임’이란 인식이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배경이다.

쿠팡은 아마존 프라임을 벤치마킹해 ‘와우 멤버십’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0년 12월 24일 정식 출시된 쿠팡플레이는 프라임 비디오와 대응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다. 프라임 비디오가 스포츠 콘텐츠를 중심으로 성장한 것처럼, 쿠팡플레이 역시 시작부터 스포츠 분야를 정조준했다. 그리고 ‘스포츠는 쿠팡플레이’란 인식이 국내에 자리 잡기까진 채 3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3월은 특히 이런 인식이 굳혀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간 축구를 중심으로 외연을 확장해 왔던 쿠팡플레이가 야구까지 섭렵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쿠팡플레이와 함께하는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이하 서울 시리즈)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미국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을 정도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쿠팡플레이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두 구단(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을 한국으로 초청해 정규 시즌 개막전을 여는 ‘새역사’를 써냈다. 미국 본토가 아닌 해외에서 MLB 개막전이 열린 건 서울이 역대 5번째다. 서울 시리즈는 MLB 사무국이 주최한 행사이지만, 사실상 프레젠팅 파트너·마케팅 파트너·주관 중계권자로 이름을 올린 쿠팡플레이가 개최한 경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경기의 입장권 구매 자격도 와우 멤버십 회원에게만 주어졌다. 쇼핑 플랫폼이 고객을 위해, 그것도 타국에서 MLB 경기를 개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마존도 하지 못한 일을 쿠팡이 해낸 셈이다.

SD 파드리스는 김하성·고우석이 소속된 구단이고, LA 다저스는 박찬호·류현진이 거쳐 간 곳이다. 특히 이번 서울 시리즈에서 ‘글로벌 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LA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고 첫 정규 경기를 치렀다는 점도 세계 이목을 사로잡는 계기가 됐다. 한국 땅을 밟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 모두가 화제에 올랐다.
LA 다저스 소속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3월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최된 ‘쿠팡플레이와 함께하는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스페셜 경기에 오르기 전 몸을 풀며 웃고 있다. [사진 쿠팡플레이]

이번에도 통한 ‘쿠팡의 마법’

서울 시리즈 정규 시즌 개막전(두 경기)은 물론 한국 프로 야구 선수들과 가진 스페셜 매치(네 경기)는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흥행했다. 1만6000석을 수용할 수 있는 서울 고척스카이돔 매진은 당연했고, 웃돈을 들여서라도 구하려는 이들 때문에 암표가 성행하기도 했다. 구설에 오른 운영 미숙함은 해결해야 할 숙제이지만, 쿠팡플레이 이벤트가 세간의 이목을 사로잡았단 점만은 분명하다.

쿠팡이 제공하는 가치에 매료된 소비자들은 더욱 생태계에 결속하는 양상을 보였다. 쿠팡플레이의 운영 목적인 ‘락인 효과’(Lock-in·유사한 상품 또는 서비스로의 수요 이전이 어렵게 되는 현상)가 극대화됐다는 의미다. 글로벌 OTT에서 증명된 ‘스포츠 흥행 공식’이 쿠팡플레이를 통해 다시 한번 증명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서울 시리즈를 두고 팬들 사이에선 ‘쿠팡이 또 한 번 마법을 부린 것’이란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손흥민 선수가 소속된 영국 축구 구단 토트넘 홋츠퍼(2022년)를 시작으로 ▲세비야 FC(2022년) ▲맨체스터 시티(2023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2023년) ▲파리 생제르맹 FC(2023년) 소속 선수들이 쿠팡플레이 초청으로 한국 땅을 밟은 바 있다. 이런 대형 이벤트가 야구 분야로 확산하자 ‘스포츠는 쿠팡플레이’란 인식은 더욱 견고해졌다.

스포츠로 토종 OTT 1위 ‘굳히기’

온라인 유입 효과 역시 상당했다. 2023년 8월을 기점으로 토종 OTT 플랫폼 1위로 오른 쿠팡플레이는 올해 3월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직접 개최하면서 ‘선두 굳히기’에 들어선 모습이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3·4차전’ 한국과 태국의 경기 중계가 겹쳤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내 OTT 중 월드컵 예선 경기를 중계하는 건 쿠팡플레이가 유일하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플레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3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약 780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스포츠 콘텐츠’를 통한 유입 효과가 두드러진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로 3월 10일부터 28일까지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없는 날의 평균 일간활성이용자수(DAU)는 80만명 수준에 그쳤다. 반면 ‘서울 시리즈’(3월 17일·18일·20일·21일)와 ‘월드컵 예선전’(3월 21일·26일)이 열린 5일의 DAU 평균치는 150만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 3월 21일엔 DAU가 194만명까지 치솟았다. 서울 시리즈 MLB 공식 개막 2차전(SD 파드리스 vs LA 다저스)과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4차전(태국 vs 대한민국)이 겹치면서 ‘스포츠 팬 유입’이 극대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쿠팡플레이는 지난해 8월 MAU 612만명을 달성하며 티빙(598만명)을 누르고 토종 OTT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올해 3월까지 8개월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두 플랫폼의 격차는 당시 14만명 정도에 불과했으나, 올해 3월엔 89만명으로 벌어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다양한 대형 스포츠 이벤트 개최뿐 아니라 중계·경기 전후 볼거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했기에 가능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쿠팡플레이는 이번 서울 시리즈에 국내 야구 중계 사상 최다인 42대의 카메라를 동원했다. 카메라 종류 역시 ▲4K ▲엄파이어 캠 ▲와이어캠 ▲탑샷 ▲4D 등으로 다각화했다. 투구 궤적과 타자 움직임을 주심의 시야에서 느낄 수 있는 엄파이어 캠을 국내 경기에 도입한 건 쿠팡플레이가 처음이다. MLB 측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울 시리즈 개막전을 소개하며 ‘4D 카메라 앵글은 말도 안 된다’(This 4D camera angle is ridiculous)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송재우·김선우·한명재·한장희·정용검으로 꾸려진 해설진 역시 팬들 사이에선 ‘중계 드림팀’으로 불렸다. 또 선수단 입국부터 공식 훈련까지 일주일간 모든 과정을 생중계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낸 요인으로 작용했다. ▲경기 종료 직후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이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1·2위 차지하거나 ▲서울 시리즈 관련 키워드가 X(옛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상위권에 오르는 등의 성과도 ‘다양한 볼거리’ 제공에 따른 결과다.

쿠팡플레이의 ‘스포츠 사랑’은 비단 서울 시리즈에서만 일회성으로 나타난 게 아니다. 이미 ▲독일 분데스리가(축구) ▲K리그(축구) ▲스페인 라리가(축구) ▲프랑스 리그1(축구) ▲데이비스 컵(테니스) ▲포뮬러 원(F1·자동차 경주대회) ▲NFL(미식축구 리그) ▲NHL(북미 하키 리그) ▲ONE 챔피언십(격투기) 등 다양한 경기를 중계하고 있다. ‘쿠플픽’이란 자체 콘텐츠를 통해 K리그 경기를 분석하거나, NFL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선수의 인터뷰를 직접 취재하는 식으로 볼거리 영역도 확장 중이다.

쿠팡의 와우 멤버십은 2023년 말 기준 1400만명으로 성장했다. 국내 유료 구독 상품 중 최대 규모다. 쿠팡은 가입자 증가에 따른 수익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수단으로 쿠팡플레이를 활용하며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냈다. 쿠팡플레이의 ‘다음’이 늘 주목받는 이유다. 쿠팡플레이는 올여름 김민재 선수가 소속된 독일 축구 명문 구단 ‘바이에른 뮌헨’을 한국으로 초청할 계획이다.
손흥민 선수가 지난 2022년 7월 쿠팡이 토트넘 홋스퍼 FC 구단을 초청해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경기에 참가해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쿠팡플레이]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中 여행하다 휴대전화·노트북 불심검문 당할 수도

2노소영, 최태원 동거인에 건 위자료 소송...8월 선고

3김성태 기업은행장, 반도체 기업 하이콘 방문…“중소기업 지원 최선”

4카카오, 모처럼 ‘수익성 챙긴’ 실적…영업익 92% ‘급증’

5 ‘여친 살해’ 의대생, 신상 공개 안 해…“피해자 2차 가해 우려”

6中 이커머스서 산 슬라임...가습기 살균제 성분 검출

7밑그림 그리는 ‘철도 지하화’사업…부동산 개발 기지개 켜나

8美 보그워너 대구연구소 준공... 미래모빌리티 구동시스템 연구개발 본격화

9TK신공항 범도민추진위, 의성 화물터미널 건설 촉구

실시간 뉴스

1中 여행하다 휴대전화·노트북 불심검문 당할 수도

2노소영, 최태원 동거인에 건 위자료 소송...8월 선고

3김성태 기업은행장, 반도체 기업 하이콘 방문…“중소기업 지원 최선”

4카카오, 모처럼 ‘수익성 챙긴’ 실적…영업익 92% ‘급증’

5 ‘여친 살해’ 의대생, 신상 공개 안 해…“피해자 2차 가해 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