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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보지 않고 혈당 측정…연속혈당측정기 뭐길래

[혈당 측정 시장 재편]①
신체 부착 형태로 24시간 실시간 혈당 측정
애보트·덱스콤 등 다국적 기업이 시장 차지해

아이센스의 연속혈당측정기(CGM)  ‘케어센스 에어’. 센서를 팔 뒤에 붙이면, 채혈 없이 혈당이 측정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으로 혈당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사진 아이센스]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애플워치’와 ‘갤럭시워치’ 등 우리 몸에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는 헬스케어 시장에서 특히 주목한다. 기기 특성상 24시간 내 몸에 부착해 사용할 수 있어 건강관리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웨어러블 기기는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종일 우리 몸에 붙어 센서를 통해 다양한 건강 정보를 수집해준다. 특히 질환을 매번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웨어러블 기기는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센서를 통해 혈당이나 혈압, 체온, 호흡 빈도 등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어 환자는 물론, 건강한 사람도 건강관리를 위해 웨어러블 기기를 찾는 추세다. 애플과 삼성전자 등 웨어러블 기기 개발 기업 외에도 구글과 아마존 등 정보통신(IT) 공룡들도 웨어러블 기기 탑재가 가능한 헬스케어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는 특히 당뇨병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당뇨병 환자는 피를 뽑아 혈당을 측정하는데,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선 채혈 없이도 식전 혈당이나 식후 혈당 등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어서다. 이 기기는 사람의 몸에 부착할 수 있어, 몇 시간에 한 번 혈당을 측정하는 기존의 혈당 측정 기기와 달리 종일 혈당의 흐름을 볼 수 있다.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못해 언제 혈당이 치솟을지 모르는 당뇨병 환자에겐 이런 혈당 측정 기기가 필수인 셈이다. 실제 정부는 2년 전부터 당뇨병 환자가 부착할 수 있는 24시간 혈당 측정 의료기기인 연속혈당측정기(CGM)에 대한 건강보험을 확대하고 있다. 환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BGM 대체하는 CGM

혈당 측정 기기는 혈당을 측정하는 본체이고, 혈당 스트립은 혈당을 측정할 때마다 사용하는 일회용 소모품이다. 혈당 측정 기기는 본체의 수명이 길기 때문에, 기업들은 소모품인 혈당 스트립을 판매해 매출을 올린다.

혈당 스트립의 시장 규모와 성장률도 혈당 측정 기기 보다 높다.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 인포 리서치에 따르면, 혈당 측정 기기 시장에서 혈당 측정 기기와 혈당 스트립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13.35%, 86.65%로 추산된다.

혈당 측정 기기는 환자가 손끝에 피를 낸 뒤 기기를 통해 혈당을 재는 자가혈당측정기(BGM)가 많이 쓰인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가혈당측정기를 대체할 연속혈당측정기가 주목받고 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혈당의 흐름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혈당 측정 기기다. 센서가 달린 바늘을 피부에 삽입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혈당 수치를 볼 수 있다. 자가혈당측정기를 통해 혈당을 측정할 때는, 이른바 ‘피를 보는’ 모습이 익숙하지만,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면 채혈 없이도 혈당을 관리할 수 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현재 인슐린 분비가 어려운 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애보트의 ‘프리스타일 리브레’, 메드트로닉의 ‘가디언 커넥트’, 덱스콤의 ‘G7’ 등이 쓰인다.

(왼쪽부터) 덱스콤과 아이센스의 연속혈당측정기(CGM)인 ‘G7’과 ‘케어센스 에어’ [사진 각 사]
연속혈당측정기는 현재 당뇨병 환자의 일부만 사용하고 있지만, 기술의 발달과 혈당 관리의 필요 증대로 시장을 빠르게 키울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에는 혈당을 관리해 체중 감량에 도움을 주는, 이른바 ‘혈당 다이어트’가 유행하며 당뇨병 환자 외에도 혈당 측정 기기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혈당 다이어트는 혈당이 빠르게 오르내리는 ‘혈당 스파이크’를 잡아 체지방을 낮추는 방법이다. 혈당 스파이크가 나타나면 인슐린이 평소보다 과도하게 분비되는데,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다. 인슐린을 많이 만들어도 포도당이 세포에 제대로 흡수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에너지가 되지 못한 포도당은 지방으로 변환돼 우리 몸에 쌓이고,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되면 살이 찌기 쉬운 체질로 변할 수 있다는 뜻이다.

CGM, 의료현장 넘어 일상 속으로

다국적 기업들도 이런 흐름에 집중하고 있다. 당뇨병 환자뿐 아니라 건강하거나 당뇨병 전 단계의 증상을 보이는 사용자를 공략해 매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연속혈당측정기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애보트도 연속혈당측정기를 당뇨병 시장 밖으로 내보내기 위한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로버트 포드 애보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2028년까지 100억 달러의 매출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며 “인슐린 펌프의 연결 센서를 확대하고 연속혈당측정기의 고객 범위를 확장하는 것 외에 건강한 사용자에게도 웨어러블 센서를 공급하기 위한 활동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앞서 애보트는 영국에 혈당과 케톤, 젖산 등의 체내 농도를 측정하는 웨어러블 센서 ‘링고’를 출시했는데, 미국으로 공급 영역을 확대해 매출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연속혈당측정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덱스콤도 올해 중순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속혈당측정기를 새롭게 출시한다. 애보트가 웨어러블 센서 링고로 혈당 측정 기기 시장을 키우려 하자, 여기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새 제품은 ‘스텔로’로, 덱스콤의 연속혈당측정기 ‘G7’을 바탕 삼아 만들어졌다. 인슐린을 투여하지 않는 사람이 대상으로 사용 기간은 15일이다. 덱스콤의 다른 연속혈당측정기처럼 모바일 앱을 통해 혈당 흐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스텔로는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를 획득하기도 했다. 이 기관의 제프 슈렌 의료기기·방사선센터(CDRH) 소장은 스텔로의 허가와 관련해 “스텔로는 혈당을 모니터링하는 강력한 도구”라며 “처방 없이도 이 기기를 구할 수 있게 된 만큼 연속혈당측정기의 접근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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