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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 드러낸 불법 공매도…‘공매도와 전쟁’ 개인이 승리할까

[‘불법공매도’와 전쟁]②
글로벌 IB 불법 공매도 적발로 형사처벌 도마 위
무차입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 구축 발표 촉각

개인투자자 공매도 반대 운동 (PG).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2021년 1월 당시 레딧을 중심으로 한 개인투자자들이 대형 헤지펀드의 공매도 포지션에 대항해 ‘게임스탑’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하며 주가를 폭등시켰다. 이에 월스트리트 대형 헤지펀드사들은 파산 위기에 몰리게 됐다.

하루 만에 게임스탑의 주가가 100% 넘게 폭등한 사건은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꿈일 뿐일까. 공매도 전쟁을 선포한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금융당국도 관련 시스템을 정비하며 ‘불법 공매도 척결’에 한창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 불법공매도 수사팀(팀장 권찬혁 금융조사1부 부장검사)은 글로벌 투자은행(IB) HSBC 홍콩 법인과 소속 트레이더 3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3년 전 자본시장법상 불법 공매도 형사처벌 규정이 신설된 후 첫 사례다. 

이들은 2021년 8월에서 12월 사이 투자자들로부터 주식을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지점 증권부에는 차입을 완료한 것처럼 거짓 통보한 뒤, 호텔신라 등 9개 상장사 주식 32만8781주(총 157억8468만원)를 공매도 주문한 혐의를 받는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다시 주식을 사서 주식을 빌린 곳에 갚는 투자 방식이다.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주식을 상환해 차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현행법상 공매도를 할 경우 주식을 반드시 ‘사전 차입’해야 한다. 공매도 시점에 빌린 주식이 없는 무차입 상태였다가 나중에 빌리는 ‘사후 차입’은 불법이다. 

무차입공매도는 시장의 변동성을 증가시키고 불안을 조성할 수 있다. 이는 투자자들과 기업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국회는 2020년 12월 무차입 공매도를 시행할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5배 벌금에 처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과징금 수위도 높아졌다. 금융당국은 2021~2022년 국내 증시에서 560억원대 규모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벌인 글로벌 IB BNP파리바와 HSBC에 대해 총 265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과징금으로는 사상 최대다.

또한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6일,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IB의 대규모 불법 무차입 공매도 사례가 적발되자 불법 공매도를 척결하겠다면서 공매도를 오는 6월까지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금감원은 이번 적발 건을 계기로 지난해 11월 ‘공매도 특별 조사단’을 꾸리고, 다른 주요 IB들을 대상으로 불법 공매도가 있는지 여부를 전수 조사하고 있다.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해야"

특히 당정은 중장기 계획으로 기관투자가의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과 증권사의 전산시스템 확인의무를 부과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추진 계획을 밝혔다. 앞서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18년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 사건과 골드만삭스 무차입 공매 사태가 발생하자 ‘주식 잔고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을 예고했다. 2020년에도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이 무차입 공매도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계획을 밝혔으나 무산됐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금융위가 실시간 주식 잔고 매매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던 게 2018년 5월”이라며 “해당 개선 방안을 통해 전일 업무 마감 후 기관과 외국인 주식 잔고를 산정하고 변동 내용을 파악하면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99.9% 막을 수 있는데도 아직도 이행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니터링 시스템은 매매 내역을 받아와서 무차입 공매도가 실행됐는지 확인만 하는 시스템으로, 외국인투자관리 시스템(FIMS)을 응용하면 천문학적 비용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관련 시스템 구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실시간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무차입 공매도를 파악하는 것은 기술적 한계가 따르는 데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실시간 공매도를 확인해서 차단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다”며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런 시스템을 만들려면 엄청나게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대차 거래의 전산화가 필요하고 해외에서 대차 거래한 체결 내역들이 실시간으로 우리나라로 연결돼야 할 텐데 만드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및 증권업계는 지난해 11월 23일 ‘무차입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 구축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방안 마련에 노력 중이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전산 TF의 성과를 이번 상반기까지 설명드리겠다”고 말한 가운데, 발표될 방안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외국계 IB와의 대차거래확인 시스템 연동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대차거래 플랫폼 에퀄랜드(Equilend)와 국내 핌스의 방식을 절충한 대차거래확정서의 전산화가 외국계 IB의 니즈를 맞추면서도 무차입 공매도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대차거래확정서가 전자적으로 증명된다면, 공매도 주문 이전에 주식을 대차했는지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과 연동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불법 공매도에 대한 ‘사전적 예방시스템’ 마련보다는 ‘사후 처벌 방식’으로 가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불법 공매도를 사전적으로 예방하려면 시스템이 너무 거대해져야 하고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실익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불법 공매도 사례가 적발되면 더욱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같은 경우는 중대 자본시장 범죄 같은 경우는 징역 100년형, 200년형으로 실제 구형이 되는데 우리나라는 기껏해야 3년, 5년 정도밖에 안 된다”며 “형량도 미국이나 다른 외국처럼 대폭 늘려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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