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면접도 AI로 한다는데...전문가의 생각은?

[이제는 구인 구직도 AI시대]⑤
채용 전형서 AI 면접 비중 증가…최종 인재 선발은 '사람' 몫
"AI면접은 양적 평가…전문 어휘, 정확하게 구사해야"

채용 박람회 한 부스를 찾은 취업준비생들이 면접을 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AI(인공지능) 면접에서 녹화 중인 것도 모르고 혼잣말로 연습했네요. 탈락할까 걱정입니다.

최근 한 대기업 채용 전형에 응했던 A 씨는 AI 면접을 보면서 실수했다고 말했다. A 씨는 “면접이 언제 시작하는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잘 몰라 예상 질문지를 모니터 앞에 펴는 모습이 그대로 녹화됐다”라고 했다. 그는 “‘사람’ 면접관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해 줄 수 있는 부분도 AI는 감점 요소로 엄격하게 평가할 것 같다”며 “면접을 잘 보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2019년쯤 불기 시작한 AI 열풍은 취업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들이 저마다 면접 전형에도 AI 평가 과정을 도입하면서 경우에 따라 지원자들의 당락에 영향을 미칠만한 수준까지 AI 영향력이 확대됐다. 대기업뿐 아니라 은행권, 공기업, 중견기업, 일부 중소기업도 AI 면접 전형을 일반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AI 면접 지원을 위해 훈련을 돕고 지원자들은 AI 면접에 자연스럽게 임하기 위해 학원까지 다닌다.

최근 신입사원 공개채용 시작한 서울주택도시공사(SH)도 AI 면접을 진행한다. ▲서류전형 ▲필기전형 ▲AI 면접 ▲직무 수행능력 및 인성 면접 순이다. 2020년 AI 면접을 도입한 이후 꾸준히 AI 면접 전형을 실시하고 있다. AI 면접의 장점을 묻는 말에 SH 관계자는 효율성과 객관성을 꼽았다. 사람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지원자의 능력이나 경험 등을 바탕으로 실제 직무 수행능력이나 인성 면접에서 다루면 도움이 될 수 있는 질문을 제시해 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원자가 과거 민원 업무와 관련한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AI 면접을 통해 말했다면 AI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지’ 등에 관한 질문을 만든다. 면접관은 이를 보고 지원자에게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그렇다고 AI 면접이 지원자의 당락을 가르는 요소는 아니다. AI 면접은 쉽게 말해 ‘미니 면접’, 즉 면접을 앞두고 실시하는 예행연습에 가깝다. 회사는 여기서 얻은 정보를 면접관에게 제공하는데, 그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면접관의 몫이다. SH 관계자는 “AI 면접으로 지원자가 탈락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강조하는 또 다른 AI 면접의 장점은 객관성이다. AI가 사람을 평가할 때는 감정적인 요소를 배제할 수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는 아무래도 주관적인 요소가 작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면접관이 선호하는 인상이나 말투가 지원자 평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대한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회사도 면접관도 노력하지만, 시스템에 따른 엄격함 면에서 AI의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AI 면접 양적 평가에 가깝다" 
전문가가 말하는 AI 면접이란 무엇일까. 또 어떻게 AI 면접에 임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권순희 이화여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현재 기업에서 실시하는 AI 면접에 대해 “양적 평가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AI가 질문을 던질 때 요구되는 적절한 키워드가 있는데 이를 얼마나 자세하게 말했느냐를 통해 점수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많은 정답에 가까운 키워드를 많이 말하고, 해당 분야에서 필요한 전문적인 단어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구사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는 해석이다.

권 교수는 김윤정 덕성여대 교양대 교수와 함께 AI 면접 대비에 쓰일 화법 교육 방안을 연구하고 처음으로 논문을 낸 AI 면접 전문가로 꼽힌다. 권 교수는 어휘 사용 빈도수나 목소리 톤, 순발력, 얼굴 표정 등 다양한 평가 요소의 분석을 통해 AI가 지원자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분석했다. 특히 지원자가 사용하는 어휘에 따라 얼마나 긍정적인지 성격이 외향 혹은 내향적인지를 분류하고 말끝을 흐리거나 분명히 하는 정도가 자신감과 연관 있는지도 설명했다. 가령 말끝을 “~했습니다”로 끝나는 대답에서 ‘니다’라는 마지막 부분에 힘이 없거나 말꼬리가 내려가면 그 대답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AI 면접도 일반 면접과 마찬가지로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표정을 밝게 하는 것은 물론 긍정적인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지원하는 분야의 전문적인 단어를 명확하고 자신 있게 구사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

다만 AI 면접이 인재를 최종 선발하는 만능열쇠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게 권 교수 설명이다. 그는 “앞으로 AI가 발전해 더 세밀하게 지원자를 파악하고 평가에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최종적으로 소수의 인재를 선발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한국캐피탈, 한국전쟁 참전용사 후손 16명에 장학금 전달

2넥슨, 신규 PC 게임 ‘프로젝트 로키’ 정식 명칭 ‘슈퍼바이브’로 확정

3SK온, 엑손모빌과 리튬 공급 MOU…美 리튬 최대 10만톤 확보

4해외건설전문가포럼, ‘해외투자개발사업 법률적 타당성조사 공동 세미나’ 성료

5우리은행, 벤처기업에 ‘원비즈플라자’ 무상 제공

6엔비디아 4거래일 만 반등에...SK하이닉스·한미반도체, 동반 상승

7미래에셋, ‘TIGER 미국나스닥100+15%프리미엄초단기 ETF’ 상장일 개인 순매수 1위

8DGB금융, 하반기 조직개편…디지털 경쟁력 강화 초점

9한진家 막내딸 조현민 사장, 자사주 2억원어치 매입

실시간 뉴스

1한국캐피탈, 한국전쟁 참전용사 후손 16명에 장학금 전달

2넥슨, 신규 PC 게임 ‘프로젝트 로키’ 정식 명칭 ‘슈퍼바이브’로 확정

3SK온, 엑손모빌과 리튬 공급 MOU…美 리튬 최대 10만톤 확보

4해외건설전문가포럼, ‘해외투자개발사업 법률적 타당성조사 공동 세미나’ 성료

5우리은행, 벤처기업에 ‘원비즈플라자’ 무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