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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해외법인 순익…신한·하나 ‘맑음’

[은행 해외법인 기상도]①
우리, 성장세 주춤…하나, 순익 16배 껑충
각 사 글로벌 전략…신규지점·디지털전환 등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국내 시중은행이 글로벌 무대에서의 존재감 확보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은행별 해외법인 실적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4대 은행 가운데 신한은행은 해외법인 순이익이 5000억원에 육박하며 규모가 가장 컸지만, KB국민은행은 200억원대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신한은행, 글로벌 존재감 ↑…우리은행, 순익 감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은행 해외법인 10곳의 순이익 합계는 4824억원이다. 2022년 4270억원 대비 13% 증가했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4대 은행 중 해외법인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특히 신한 카자흐스탄은행의 순이익이 2022년 94억원에서 2023년 687억원으로 대폭 개선됐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수혜로 분석된다. 카자흐스탄은행이 러시아에서 이탈한 한국계 기업의 자산을 유치한 효과다. 신한은행은 현재와 같은 국제 정세가 장기화 돼 국제 공급망이 변할 경우 신한 카자흐스탄은행의 잠재적 성장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아메리카신한은행의 순이익은 2022년 72억원 흑자에서 2023년 267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미국 감독당국의 제재(벌금)가 반영된 일시적인 현상이다. 신한은행은 일시적 요인 제외 시 순이익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을 지속 창출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지속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올해 베트남법인 3개 지점을 개점할 예정이며, 멕시코법인 내 사무소 1개를 지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해외법인 실적을 기록한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2023년 해외법인 11곳에서 227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다만 순이익은 2022년 2883억원과 비교해 20.9% 줄었다. 이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인해 조달비용이 증가했고,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자산건전성 관리에 집중한 영향이다.

우리은행은 오는 2030년까지 은행 전체 순이익 중 글로벌 수익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현재는 글로벌 수익 비중이 약 15% 정도다. 우리은행의 글로벌 성장전략 핵심은 ‘자체성장’과 ‘인수합병’(M&A)이다. 우리은행은 진출 국가 현황에 맞게 자체적 성장전략을 추구하거나 진출 후 현지 금융회사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해외 실적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신한은행 베트남법인 전경. [사진 신한은행]

하나은행, 中법인 흑자전환 눈길…국민은행, 아직은 적자
하나은행의 해외법인 11곳의 순익은 2022년 71억원에서 2023년 1129억원으로 큰 폭 개선됐다. 2022년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 및 리스크관리를 강화함에 따라, 2023년 대손비용률이 감소한 영향이다. 

특히 중국법인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의 순익이 2022년 -972억원에서 2023년 49억원으로 흑자전환한 점이 눈에 띈다. 추후 하나은행은 중국법인 경영진 현지화, 상품 현지화, 고객 현지화를 통해 중국 내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확보해나갈 예정이다. 

이외에 하나은행은 글로벌법인에서의 디지털전환도 꾀하고 있다.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은 2022년 6월 라인과 헙업해 공식 출범한 모바일 기반의 디지털뱅크 서비스 ‘라인뱅크’ 비즈니스 를 통해 디지털 전환를 가속화 하고 있다. 고객들은 라인뱅크 모바일 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대출신청부터 본인의 대출한도 조회까지 가능하다.

KB국민은행은 은행 전체 순익 기준으로 ‘리딩뱅크’ 자리를 넘나들지만, 해외에서의 실적은 여전히 적자다. 2023년 국민은행 해외법인 5곳은 234억원의 손실을 냈다. 다만 손실 규모가 2022년 2931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들며 흑자전환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인도네시아에 위치한 KB뱅크(구 부코핀은행)의 순손실 규모가 크게 줄었다. KB뱅크는 2022년 5372억원 순손실에서 2023년 1733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국민은행은 KB뱅크의 정상화 과정을 통해 2025년 흑자전환이 목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KB뱅크는 인수 당시 부실은행임을 인지하고 긴 호흡으로 경영 중”이라면서 “정상화를 위해 부실채권 대량 매각, 부실여신 회수를 계속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에는 차세대 전산시스템 오픈을 앞두고 있어 본격적인 리테일‧중소기업(SME) 시장 공략 기반을 갖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국민은행은 글로벌 부문의 투-트랙(Two-Track) 전략에 따라 신흥국에서는 ‘제 2의 모국 시장’(2nd Mother Market)인 인도네시아‧캄보디아‧베트남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을 하고 있다. 선진금융시장에서는 뉴욕‧런던‧홍콩‧싱가포르 4개 지역을 선진시장 허브로 육성 중이다. 그룹 글로벌 중장기 계획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한국‧동남아‧선진국’ 포트폴리오가 상호 보완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추가적으로 새로운 미래성장 모멘텀 확보를 위해 베트남 등 주요 거점국가에 대한 신규 투자나 중남미 미진출 권역에 대한 현지 금융기관과 협력 등 전략적 진출 방안을 모색 중”이라면서 “선진금융시장에서는 기업투자금융(CIB)·자본시장 업무 중심으로 해외 포트폴리오의 지역적 다변화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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