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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해외 진출 확대…다음 공략지는 동유럽

[은행 해외법인 기상도] ②
국내 시장 성장 한계 직면, 동유럽서 돌파구 모색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방산산업 분야 교류 확대

서울 시내에 설치된 ATM.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국내 시장에서 성장 한계에 다다른 은행들이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동남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진출 돌파구를 찾았지만 점차 유럽과 같은 선진 금융시장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모습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대거 진출한 폴란드 등 동유럽이 국내 은행들의 차기 거점 지역으로 떠오른다.

우크라 전쟁 발발 후 폴란드 진출 활발 

국내 은행들이 최근 들어와 폴란드 등 동유럽권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이 증가하고,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터지면서 폴란드 정부와 우리 정부와의 교류가 활발해져 기업 진출이 늘자 은행들이 금융지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도 국내 은행들은 손쉽게 마진을 남길 수 있는 동남아권에서 해외법인 수익의 60~70%를 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로 폴란드나 주변 국가의 한국 방위산업 관심이 커졌고, 자연스럽게 다양한 산업에서 한국과의 교류가 확대되며 금융서비스 수요가 커지는 것으로 은행권은 분석 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2023 폴란드 진출전략 보고서’에서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국내 기업의 폴란드 투자 진출이 지속되고 있다”며 “최근 LG화학 배터리 공장 투자 후 전기차 관련 기업의 진출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또 보고서는 2019년부터 폴란드가 유럽 전체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전기차 배터리 부품 생산기업뿐만 아니라 배터리 정밀 금형, 사출, 프레스 등을 전문으로 하는 중소기업들의 투자 진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과 폴란드 간 교역 규모는 2017~2021년 사이 연평균 15% 성장률을 보였고, 2021년에는 86억 달러를 초과해 역대 최대 교역액을 달성했다. 은행권은 코로나19 상황이 끝난 뒤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한국과 폴란드와의 방산 협력으로 교역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한 은행 관계자는 “폴란드 지역이 동유럽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한 국내 업체들의 주요 해외 진출 시장으로 여겨진 것에 이어 전쟁으로 인해 방산 허브로 부상했다”며 “국내 금융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시장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폴란드가 동유럽으로 여겨지지만 유럽에서는 중앙 유럽(Central Europe)로 인식한다”며 “그만큼 물류와 자본이 거쳐 가는 지역이 폴란드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전쟁이 끝난 후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국내 건설사들의 진출도 예상되는 만큼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현지 사무소를 개소하며 영업조직을 만드는 모습이다.

국책은행도 동유럽 확장 집중

최근까지 가장 활발하게 폴란드 진출을 신경 쓴 은행은 IBK기업은행이다. 지난해 5월 16일 폴란드 브로츠와프 사무소를 개소했다. 이날 개소식에는 김성태 기업은행장을 포함해 임훈민 주폴란드 대사, 폴란드 재무부 차관 및 투자청장, 주요 국내기업 법인장 등이 참석했다. 이 사무소를 통해 기업은행은 유럽에서의 새로운 사업전략 거점을 구축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지역이 폴란드 남서부 최대 공업도시로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 외에도 국내 300여 개 기업이 폴란드에 진출해 있다. 기업은행은 국내 기업들의 금융지원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또 기업은행은 지난해 10월 이사회를 통해 폴란드 사무소를 현지 법인으로 전환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기업은행에 앞서 신한은행은 2014년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사무소를 개설했고, 우리은행은 2017년 공업도시 카토비체에 사무소를 개설해 기업들의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3월 25일 폴란드 카오은행(Bank Pekao)과 코리아데스크 설치 계약을 체결했다. 페카오은행은 폴란드 현지 2위(자산기준) 은행으로 기업금융, 무역금융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코리아데스크 설치로 동유럽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며 “폴란드 진출 한국계 기업과 협력사에 현지 통화 대출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등 선진 금융권도 노린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3월 27일(현지시각) 오후 프랑스 몽루주 소재 크레디 아그리콜 그룹 본사를 방문해, 글로벌 CIB 분야 선도 은행인 크레디 아그리콜 CIB(Crédit Agricole Corporate and Investment Bank)와 유럽 지역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은형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사진 오른쪽)과 자비에 무스카 크레디 아그리콜 그룹 수석부회장 겸 CIB 최고경영자(사진 왼쪽)가 협약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하나은행]
금융권은 올해도 동유럽과 함께 프랑스 등으로 금융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3월 21일(현지시간) 유럽시장 공략 강화를 목적으로 헝가리의 수도인 부다페스트에 사무소를 개소했다. 하나은행은 헝가리가 세계 4위의 배터리 생산기지라는 점에 주목했다. 최근까지 이차전지 분야를 중심으로 그린필드형(용지 직접 매입 사업장 신규 건설) 해외 자본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헝가리가 유럽 7개국과 국경이 인접한 지리적 강점과 인건비 대비 높은 수준의 노동력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곳을 중심으로 이차전지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등 선제적 투자를 확대하는 중이다. 

하나은행은 부다페스트 사무소를 통해 동유럽 시장 네트워크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금융 수요에 맞춰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고, 향후 동유럽 지역 시장조사 및 헝가리 진출 기업과의 관계 확장을 위한 현지 교두보를 만들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유럽의 다양한 국가 금융기관과도 손을 잡고 있다. 지난 3월엔 프랑스에서 글로벌 기업투자금융(CIB) 분야 선도은행인 크레디 아그리콜 CIB(Crédit Agricole Corporate and Investment Bank)와 유럽 지역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유럽에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확장한다고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프랑스는 물론 유럽에 진출한 한국계 최초 은행”이라며 “1968년에는 런던 지점을 개설했고 파리 지점을 50년간 운영해 오는 등 유럽 금융시장에서 7개국 최다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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