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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시간 다 쏟았는데…상장 문턱 못 넘는 바이오 업체

[걸림돌 된 거래소]①
바이오 기업 줄줄이 상장 심사 지연
심사 기간 100일 넘긴 기업 수두룩
“사업 추진 어려워…기간 단축 필요”

파두 사태로 인해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을 향한 잣대가 깐깐해지면서 바이오 기업도 상장에 고배를 마시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반도체 팹리스 기업인 파두의 이른바 ‘뻥튀기 상장’ 사태로 기업들의 상장 문턱이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자본과 규모가 크지 않은 바이오 기업들은 상장 절차를 거치며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파두와 같은 기술특례상장제도로 상장을 노리는 기업들은 기술성 평가 이후 상장예비심사가 지속해서 지연되며 투자 적기를 놓칠까 우려하고 있다. 매출 성과가 없는 바이오 기업의 입지는 더 좁아진 모습이다.

깐깐한 심사에 ‘상장 포기’ 속출

한국거래소(거래소)에 따르면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2023년 10월 청구한 상장예비심사 결과를 아직 받지 못했다. 상장을 준비한지 반년이 넘었지만, 심사가 하염없이 늦어지며 시간과 인력을 상장 준비 외 분야에 배치하지 못하고 있다.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은 이 회사뿐만이 아니다. 2023년 9월과 10월, 11월, 12월에 각각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엔지노믹스와 퓨쳐메디신, 티디에스팜, 지피씨알 등도 아직 심사 결과를 받지 못했다. 같은 해 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에이치이엠파마도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도 오랜 기간 심사 결과를 기다리긴 마찬가지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과 함께 2023년 10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엑셀세라퓨틱스는 최근에서야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금융감독원(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 회사는 2023년 10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는데, 올해 5월 9일 심사 승인을 통보받았다.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192일 만이다. 상장 규정에서 정한 상장예비심사 기간은 45일이다. 하지만 서류 보완이나 추가 심사가 필요하다면, 통보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이들 기업보다 앞선 2023년 7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이엔셀은 엑셀세라퓨틱스의 심사 기간보다 더 긴 260일 만에 심사 결과를 받았다. 씨어스테크놀로지는 2023년 8월, 아이빔테크놀로지는 같은 해 9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는데, 이들 기업도 심사 청구 이후 각각 218일, 227일 만에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같은 해 11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하스는 102일 만에, 라메디텍도 161일 만에 심사를 승인받았다. 노브메타파마는 2023년 7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올해 5월 9일 미승인을 통보받고 재심사를 청구했다.

깐깐해진 심사 기준에 아예 상장을 포기한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올해 상장예비심사를 철회한 바이오 기업은 옵토레인과 하이센스바이오, 피노바이오 등이다. 디지털 분자진단(PCR) 기업인 옵토레인은 기업공개(IPO)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 실적을 보완하기 위해 심사 철회를 결정했다. 피노바이오도 파두 사태 등으로 심사가 지연돼 심사 철회를 결정했다고 했다.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바이오로직스가 설립한 하이센스바이오는 이 회사의 개발 물질의 임상 결과를 두고 거래소와 이견이 있어 심사를 철회했다.

계속된 심사 지연…투자시기 놓칠라

상장을 준비하는 여러 바이오 기업이 심사 결과를 듣기 위해 오래 기다리는 이유는 파두 사태로 기업의 상장 문턱이 높아져서다. 파두는 기술력이 좋은 기업을 위한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활용해 상장한 케이스다. 하지만 상장 직후 추정 실적과 동떨어지는 성과를 냈고,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와 거래소, 금감원에도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기업이 상장 과정에서 추정 실적을 부풀려 제출했을 때, 이들 기업·기관이 이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파두와 같이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도 실제 실적과 추정 실적에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상장한 기업은 정해진 기간 이후에는 특정 매출을 올려야 하는데, 상장 이후 지속해서 실적 부진을 겪으며 상장 폐지 기로에 선 기업도 많다. 바이오 기업의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했던 한 관계자는 “(거래소가) 파두와 같은 트랙으로 상장하려는 기업의 실적은 더 들여다보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신약 개발 기업은 실적을 당장 내기 어려운 만큼,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기도 한다. 매출을 올려 상장 유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다.

바이오 기업들은 심사 지연이 지속되자 투자 시기를 놓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한 바이오 기업의 관계자는 “상장을 준비하면 기업의 모든 인력과 비용, 시간을 상장에만 쏟아붓게 된다”며 “상장 과정이 늦어지면 연구개발(R&D) 투자가 핵심인 바이오 기업 입장에서 성장 동력을 상실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상장하려는 기업은 대다수가 매출이 뻔하다”며 “심사 지연의 이유로 매출 등이 언급되는데, 매출은 공개된 정보인 만큼 심사 기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거래소는 상장에 도전하는 기업의 사업 역량을 보강할 수 있는 상장예비심사 과정의 개선방안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는 ▲상장예비심사 승인 이후 상장 이전까지의 ‘월별 매출’에 관한 공시 계획 제출 ▲추정 시나리오(낙관적·중립적·보수적)별 예상 매출액 공지 ▲자본잠식 상태 기술성장기업의 자본잠식 해소 계획 제출 등의 개선방안이 담겼다.

금감원도 2023년 12월 기업공개(IPO) 주관업무 혁신 작업반을 꾸려 파두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작업반은 IPO 주관업무와 관련한 내부통제, 기업실사, 공모가액 산정, 영업 관행, 증권신고서 작성 등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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