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 보상 공시 확대와 기업 밸류업의 상관관계 [스페셜리스트 뷰]
경영자 보상, 기업 성과와 긴밀히 연계돼야
국내 공시제도, 글로벌 스탠더드보다 미흡
자본시장 신뢰 증진 위해 상세 체계 마련 요구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사회적으로 경영자 보상에 대한 관심이 많다. 매년 3월 대기업의 사업보고서가 공시되면 ‘연봉킹(king)’이 누구인지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경영자들의 보상수준이 과도하게 높다는 기사가 많이 나온다. 지난해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분석한 결과 대기업에서 가장 많은 보상을 받은 경영자의 평균연봉은 21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경영자 보상을 단순히 호기심의 대상으로만 보기에는 자본시장에서 갖는 의미가 작지 않다.
경영자가 높은 보상을 받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경영자는 조직성과에 대한 전반적인 책임을 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과 창출의 대가로서 높은 보상을 받는다.
또한 경영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아울러 경영자는 기업의 주인인 주주로부터 위임을 받아 기업을 경영하는 대리인이기 때문에 경영자 보상은 직원에 대한 보상과는 차원이 다르다. 주주들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영자를 찾게 되고 그들을 동기부여하기 위해 보상을 제공한다.
경영자 보상 계약이 최적 계약이 되기 위해서는 경영자 보상이 기업의 성과와 연계돼 있어야 하고, 단기성과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충분한 장기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 경영진의 성과급 비중은 38% 수준으로 미국 보험사의 성과급 비중인 84%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 장기성과와 연동되는 성과보수의 이연 지급 비중도 24%에 그쳐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았다. 성과급 중 스톡옵션의 비중도 8% 수준으로 미국의 68%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최근 우리나라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식 기준 보상이 확대되고 있다. 한화그룹은 2020년부터 임직원들이 장기성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양도제한조건부주식(Restricted Stock Unit·RSU)을 제공하고 있다. RSU는 기업이 5~10년 후 특정성과 달성 시 주식으로 성과급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임직원들이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도록 동기 부여하기 위해 활용된다.
주식회사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어 경영자 보상이 자본시장에 투명하게 공개될수록 성과와 보상 간의 민감도가 높아지고 기업의 성과가 높아진다. 따라서 자본시장에서 투자자들이 경영자와 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지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경영자 보상 정보를 투명하고 상세하게 공시할 필요가 있다.
대리인 문제, 경영자 보상 공시 필요한 본질적 이유
대리인 관계는 한 사람 이상의 사람들이 자신이 보유한 의사결정 권한을 다른 사람에게 위임함으로써 형성된다. 위탁자를 ‘주인’(principal), 그리고 수탁자를 ‘대리인’(agent)이라고 한다. 이런관계에서 대리인들이 자신의 사적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회주의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주식회사의 경우 주주와 경영자 간 ‘대리인 문제’가 발생한다.
기업에서 대리인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주주와 경영자 간 ‘목적 불일치’ 때문이다. 대기업의 경영자가 좋은 사업 기회를 자신이 소유한 개인회사로 이전하는 경우 경영자의 부는 증가하지만, 주주의 부는 감소한다.
두 번째는 주주와 경영자 간의 ‘정보 비대칭’ 때문이다. 경영자는 주주에 비해 기업에 관한 정보우위를 가지고 있어 이를 활용해 자신의 사적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 경영자가 내부정보를 활용해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경우 등이 그렇다.
기업에서 경영자와 주주 간 대리인 문제는 인센티브 계약이나 모니터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첫째, 주주와 경영자 간 ‘인센티브 계약’을 통해 주주와 경영자의 부를 일치시킬 수 있다. 경영자와 주주의 이익과 연계해 경영자가 열심히 노력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할 수 있다. 둘째, 경영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주주와 경영자 간 정보 비대칭을 완화할 수 있다. 주주들이 경영자의 행동을 적절하게 감시할 수 있다면 경영자는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 어렵다.
이때 주주는 다양한 방법으로 경영자의 행동을 감시할 수 있다. 먼저 이사회나 감사위원회에 독립적인 사외이사와 감사위원들을 선임해 경영자의 행동을 감시한다.
다음으로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신뢰성이 있는 재무 정보를 충분히 공시하도록 요구해 경영자들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영자 보상이 주주와 경영자 간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있는지 충실히 투자자들에게 공시하도록 하면, 투자자들이 경영자가 대리인 비용을 감소시키는 적절한 인센티브 계약이 체결됐는지 판단하기 쉽다. 많은 국가에서 경영진 보상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요구하는 이유다.
국내 경영자 보상 공시제도의 변천사
우리나라는 2013년 개정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라 2014년부터 5억원 이상 보상을 받는 등기임원에 대한 보수 공시가 시작됐다. 임원 보수 공시제도는 개별 임원에게 지급하는 보수와 산정 기준을 공개함으로써 임원 보수에 대한 주주들의 통제권을 강화하고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도입됐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법인 중에서 당해 사업연도에 5억원 이상 보수를 받은 등기임원만을 공시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에서 지배주주가 경영권을 행사하면서도 법적 책임이나 보수 공개를 피하기 위해 등기이사직을 사퇴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런 문제점이 공론화되자 2016년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보수 총액기준 상위 5명에 대한 개인별 보수와 그 구체적인 산정 기준 및 방법을 공개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등기 여부와 무관하게 5억원 이상 보수지급자 중에서 상위 5명으로 공개 범위가 확대됐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기업공시서식을 개정해 기업들이 임직원들에게 RSU를 제공하는 경우 관련 내용을 상세하게 공시하도록 요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대규모 기업집단 공시 매뉴얼을 개정해 직전 사업연도에 특수관계인과 주식지급거래 약정을 체결한 경우 ▲부여일 ▲부여조건 ▲약정된 주식 부여 종류 및 수량 등을 공시하도록 했다. 이는 주식 보상 제도가 지배주주의 지분율 확대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SK로 본 국내 경영자 보상 공시…‘산출 기준 파악 어렵네’
SK의 경영자 보상 공시 내용을 통해 국내 대기업의 경영자 보상구조와 공시 수준을 살펴보자.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는 총 9명의 등기이사가 있으며, 2023년 3월 주주총회에서 임원 보수로 220억원의 한도를 승인받았다. 하지만 실제 지급한 임원보수 금액은 161억원으로 1인당 평군 18억원의 보수를 지급했으며, 승인받은 금액의 80% 집행했다. 임원 유형별로 구분하면, 사내 등기이사는 1인당 38억원, 사외이사는 1인당 평균 1억7000만원, 감사위원회 위원은 1인당 1억30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보수가 5억원 이상인 등기임원과 개인별 보수가 5억 이상 중 상위 5명의 개별 보수 현황을 공시해야 한다. SK는 장동현 부회장, 도재식 이사, 최태원 회장, 이용욱 사장, 최규남 사장 상위 5명의 보수를 공시하고 있다.
전문경영인인 장동현 부회장의 경우 총 167억원으로 가장 높은 보수를 받았다. 구체적으로 급여 20억원과 상여 27억원을 받았으며 상여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계량지표와 그룹 포트폴리오 고도화 및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등의 비계량 성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상여는 경영진과 주주의 이해를 일치시키기 위해서 현금 22억원과 RSU 3061주를 제공했다. 그러나 장동현 부회장은 보상 규모에 퇴직금 120억원이 포함돼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 반면, 지배주주인 최태원 회장은 상여 없이 급여로만 35억원을 받았다. 급여 산정 기준으로 이사보수 지급 규정에 따라 직책, 직위 및 리더십, 전문성을 고려했다.
SK는 경영진과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기업가치 제고와 임원 보상을 연계하기 위해 성과연계주식보상(Performance Shared Unit·PSU), 스톡 그랜트(Stock Grant) 그리고 주식평가보상권(Stock Appreciation Rights·SARs)과 같은 주식 기준 보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SK는 전문경영인의 경우 상여의 비중이 급여보다 높아 성과와 보상 간의 연계 수준이 높다. 상여의 일부를 RSU로 지급해 주주와 경영자 간의 이해관계 일치도도 높다.
다만, 최태원 회장의 경우 성과연동 보상 없이 35억원을 급여로 받고 있어 성과에 따른 보상의 민감도는 낮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경영자 보상 산출 근거로 매출액, 영업이익, 기업가치와 리더십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개략적인 설명만 하고 있다. 회사의 보상철학과 정책이 무엇인지 급여와 성과급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에 따라 산출됐는지 파악하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
애플, 경영자 보상과 주주 이익 ‘한 배’
미국의 경영자 보상 공시제도는 어떨까. 애플의 2023년 경영자 보상공시 사례를 살펴보자. 올해 1월 애플이 공시한 주주의결권권유서(proxy statements)에는 경영자 보상과 관련된 ▲보상 원칙(guiding principle) ▲보상 정책(policies) ▲보상 관행(practices) ▲주주 피드백을 포함한 보상 의사결정 과정(decision-making process) ▲2023년 공시 대상 임원에게 지급한 보상 내역 등이 포함돼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에 따르면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포함해 보상 규모 상위 5명의 개별 보상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 애플은 CEO인 팀 쿡, CFO인 루카 마에스트리, 법무 자문위원(General Counsel)인 캐서린 애덤스, 소매 부문 임원인 디어드리 오브라이언, 그리고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제프 윌리엄스 등 5명의 보상 정보를 공시했다.
애플의 보상 원칙은 세 가지로 ‘팀 기반 접근법으로 경영진은 하나의 팀으로서 애플의 전체적인 성공에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경영자 보상이 장기적인 주주 이익과 연계되도록 성과연동형으로 부여한다’, ‘장기주식 보상을 통해 우수한 경영진을 유지하고, 장기성과를 달성하며, 주주와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킨다’다.
애플의 경영자 보상 구조를 살펴보면, 팀 쿡의 경우 총보상 중 급여는 6%, 현금 인센티브는 12%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장기주식은 82%를 차지하고 있다. 현금 인센티브와 장기주식보상을 합한 변동급이 총보상의 94%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4명의 공시 대상 경영자도 보상구조가 유사하며, 기업 성과와 경영자 보상이 매우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애플은 경영자들에게 ‘시간 기반 양도제한조건부주식’(Time-based RSU)과 ‘성과 기반 양도제한조건부주식’(Performance-based RSU)을 모두 부여하고 있다. 시간 기반 RSU는 장기적으로 우수한 경영진 팀의 안정성과 유지를 촉진하기 위해 지급된다.
성과 기반 RSU는 기업의 장기적 가치 창출과 경영자와 주주들의 이익을 일치시키기 위해 제공된다. 특히, 성과 기반 RSU는 주가와 배당을 고려한 애플의 총주주수익률(TSR)을 기준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과의 상대적인 성과에 따라 부여 주식 수가 결정된다.
또 애플의 경영자 보상수준은 유사 기업군과의 비교를 통한 상대평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애플의 보상위원회는 매년 시장 기준으로 경영자 보상수준을 비교하기 위해 주요 동료 기업 그룹과 보조 동료 기업 그룹을 구성한다. 보상위원회는 독립적인 보상 컨설턴트와 함께 동료 기업들의 보상 프로그램과 관행에 관한 제도를 검토하고 의사 결정 과정에 도움을 받는다.
애플의 상대적인 보상 규모, 범위, 성과 및 수익성을 고려해 경쟁력 있는 경영자 보상수준을 설정한다. 애플의 보상위원회는 팀 쿡의 총 목표 보상을 주요 동료 기업 그룹 내 CEO 급여의 80~90%로 설정하고 있다.
애플과 비교 대상이 되는 주요 동료 기업 그룹은 기술·미디어 및 인터넷 서비스 산업에서 애플과 인재 영입을 경쟁하는 미국의 상장 대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2024년 애플의 주요 동료 기업으로는 알파벳·아마존·AT&T·시스코·컴캐스트·디즈니·인텔·메타·마이크로소프트·넷플릭스·오라클·퀄컴·세일즈포스·버라이즌·비자·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 등이 선정됐다. 애플의 2023년 자산의 매출은 동료 그룹 중간값의 4배이며, 시가총액은 동료 그룹 중간값의 12배 수준이다.
팀 쿡의 2023년 보상구조는 기본연봉 300만 달러, 연간 현금 인센티브 600만 달러, 주식보상 4000만 달러 등 총 4900만 달러 보상패키지로 구성돼 있다. 이외에도 개인 비행기 이용 등 상당한 개인적인 혜택이 추가된다.
그런데 팀 쿡은 2023년 전년 대비 40% 삭감된 4000만 달러의 주식 보상을 받았다. 이런 CEO 보상체계 변화는 주주들의 적극적인 관여의 결과다. 2022년 애플의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경영자 보상을 승인하는 자문 투표에서 64%만이 찬성해 과거 수준과 비교하여 현저히 낮은 찬성률을 기록했다.
이후 애플의 보상위원회는 주주들의 우려를 파악하고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경영자의 보상구조를 변경했다. 2023년 팀 쿡에게 부여된 성과 기반 RSU 비율을 50%에서 75%로 높였으며(시간 기반 RSU 비율은 25%로 감소), 향후에도 75%를 유지하도록 해 보상-성과 민감도를 높였다. 이런 적극적인 노력 덕분에 2024년 애플 주주총회에서는 주주 89%가 경영자 보상 프로그램에 찬성을 던졌다.
2023년 애플은 383억 달러의 매출과 114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목표 대비 166.1% 수준의 성과를 달성한 수치다. 애플의 보상위원회는 경영진이 목표 초과 달성과 핵심 이니셔티브에 대한 성과를 고려해 현금 보너스에 7.5%를 가산했다. 따라서 5명의 경영자들은 목표 대비 178.6%의 현금 보너스를 받게 됐다.
또한 애플의 과거 3년간 TSR은 173.34%로 S&P 500의 98%의 성과를 달성하였다. 따라서 성과 기반 RSU도 목표 대비 200%를 지급받았다. 팀 쿡이 CEO로 재직한 과거 10년간 애플의 TSR은 1402%로 벤치마크인 S&P 500 기업의 수익률인 360%의 40배를 달성했다. 아울러 애플의 시가총액은 과거 10년간 2조 달러가 증가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애플의 경영자 보상 정책이 주주 이익과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다는 증거다.
경영자 보상 공시 확대…밸류업에도 긍정적
앞서 살펴봤듯이 한국의 경영자 보상 공시제도는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개선돼 왔다. 그럼에도 자본주의 선진국인 미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국내 경영자 보상공시 제도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첫째, 경영자 보상정책과 방향이 제시돼야 한다. 미국 기업은 경영자 보상정책과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경영자 보상 공시는 단순히 경영자가 얼마의 보상을 받는지 공개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기업지배구조 측면에서 인재를 영입하고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어떤 보상철학과 정책을 가졌는지 등 자본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
둘째, 경영자 보상의 산출 근거를 보다 명확하고 상세하게 공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장단기 성과급 지급을 위한 성과지표 및 목표 수준, 상대평가를 한다면 비교 대상 기업 그룹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애플이 경영자 보상을 위해 TSR 기준으로 S&P 500 기업과 상대평가를 하고 있으며, 총보상 수준은 유사 기업 그룹을 설정해 상대적으로 결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국내에선 현재 공시되는 경영자 보상 정보로는 경영자 보상이 어떤 성과와 연계돼 있는지,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셋째, 경영자 보상이 기업 성과와 얼마나 밀접하게 연계돼 있는지 공시해야 한다. 미국은 경영자 보상이 주주가치와 어떻게 연계되는지 주주들에게 의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경영자 보상 공시에서는 성과-보상의 연계와 관련된 내용이 명확하게 제시돼 있지 않다. SK의 사례에서 보듯이 전문경영인의 보상은 성과와 연동된 반면, 지배주주인 경영자는 성과와 관계없이 일정한 급여를 받는 경우도 있다. 성과-보상의 관계에 대한 공시 강화는 경영자와 주주 간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경영자의 높은 보상수준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넷째, 경영자 보상에 있어 주주들의 관여 수준을 높이고 관련된 공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애플은 경영자 보상에 대한 주주들의 관여가 팀 쿡의 보상수준 및 구조를 주주 친화적으로 변화하도록 유도했다. 이런 주주총회에서 경영자 보상에 대한 권고적 투표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사회와 보상위원회에 주주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수단은 된다. 최근 국민연금은 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우리금융지주 등의 이사보수한도 안건에 대해 반대의견을 냈다. 향후 국내서도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경영자 보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주식 기준 보상에 대한 상세한 공시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경영자 보상은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하므로 스톡옵션이나 RSU의 경우 부여일과 지급시기에 따라 보상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RSU도 시간 기준으로 제공하는지 성과 기반으로 제공하는지도 상세하게 공시해야 한다.
물론 지배주주가 직접 경영을 담당하는 대기업의 경우 경영자 보상을 상세하게 공시하는 데 거부감이 클 수 있다. 하지만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상장기업에서 공시는 자본시장 친화적으로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따라서 경영자 보상 공시의 확대는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상장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범준 교수는_서울대 경영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인회계사이며 삼일PwC에서 통신·방송 산업 전문가로서 전략 및 운영 컨설팅을 담당했다. 2015년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성과 평가와 보상, 기업지배구조, 전략적 원가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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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가 높은 보상을 받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경영자는 조직성과에 대한 전반적인 책임을 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과 창출의 대가로서 높은 보상을 받는다.
또한 경영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아울러 경영자는 기업의 주인인 주주로부터 위임을 받아 기업을 경영하는 대리인이기 때문에 경영자 보상은 직원에 대한 보상과는 차원이 다르다. 주주들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영자를 찾게 되고 그들을 동기부여하기 위해 보상을 제공한다.
경영자 보상 계약이 최적 계약이 되기 위해서는 경영자 보상이 기업의 성과와 연계돼 있어야 하고, 단기성과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충분한 장기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 경영진의 성과급 비중은 38% 수준으로 미국 보험사의 성과급 비중인 84%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 장기성과와 연동되는 성과보수의 이연 지급 비중도 24%에 그쳐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았다. 성과급 중 스톡옵션의 비중도 8% 수준으로 미국의 68%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최근 우리나라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식 기준 보상이 확대되고 있다. 한화그룹은 2020년부터 임직원들이 장기성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양도제한조건부주식(Restricted Stock Unit·RSU)을 제공하고 있다. RSU는 기업이 5~10년 후 특정성과 달성 시 주식으로 성과급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임직원들이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도록 동기 부여하기 위해 활용된다.
주식회사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어 경영자 보상이 자본시장에 투명하게 공개될수록 성과와 보상 간의 민감도가 높아지고 기업의 성과가 높아진다. 따라서 자본시장에서 투자자들이 경영자와 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지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경영자 보상 정보를 투명하고 상세하게 공시할 필요가 있다.
대리인 문제, 경영자 보상 공시 필요한 본질적 이유
대리인 관계는 한 사람 이상의 사람들이 자신이 보유한 의사결정 권한을 다른 사람에게 위임함으로써 형성된다. 위탁자를 ‘주인’(principal), 그리고 수탁자를 ‘대리인’(agent)이라고 한다. 이런관계에서 대리인들이 자신의 사적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회주의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주식회사의 경우 주주와 경영자 간 ‘대리인 문제’가 발생한다.
기업에서 대리인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주주와 경영자 간 ‘목적 불일치’ 때문이다. 대기업의 경영자가 좋은 사업 기회를 자신이 소유한 개인회사로 이전하는 경우 경영자의 부는 증가하지만, 주주의 부는 감소한다.
두 번째는 주주와 경영자 간의 ‘정보 비대칭’ 때문이다. 경영자는 주주에 비해 기업에 관한 정보우위를 가지고 있어 이를 활용해 자신의 사적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 경영자가 내부정보를 활용해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경우 등이 그렇다.
기업에서 경영자와 주주 간 대리인 문제는 인센티브 계약이나 모니터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첫째, 주주와 경영자 간 ‘인센티브 계약’을 통해 주주와 경영자의 부를 일치시킬 수 있다. 경영자와 주주의 이익과 연계해 경영자가 열심히 노력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할 수 있다. 둘째, 경영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주주와 경영자 간 정보 비대칭을 완화할 수 있다. 주주들이 경영자의 행동을 적절하게 감시할 수 있다면 경영자는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 어렵다.
이때 주주는 다양한 방법으로 경영자의 행동을 감시할 수 있다. 먼저 이사회나 감사위원회에 독립적인 사외이사와 감사위원들을 선임해 경영자의 행동을 감시한다.
다음으로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신뢰성이 있는 재무 정보를 충분히 공시하도록 요구해 경영자들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영자 보상이 주주와 경영자 간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있는지 충실히 투자자들에게 공시하도록 하면, 투자자들이 경영자가 대리인 비용을 감소시키는 적절한 인센티브 계약이 체결됐는지 판단하기 쉽다. 많은 국가에서 경영진 보상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요구하는 이유다.
국내 경영자 보상 공시제도의 변천사
우리나라는 2013년 개정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라 2014년부터 5억원 이상 보상을 받는 등기임원에 대한 보수 공시가 시작됐다. 임원 보수 공시제도는 개별 임원에게 지급하는 보수와 산정 기준을 공개함으로써 임원 보수에 대한 주주들의 통제권을 강화하고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도입됐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법인 중에서 당해 사업연도에 5억원 이상 보수를 받은 등기임원만을 공시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에서 지배주주가 경영권을 행사하면서도 법적 책임이나 보수 공개를 피하기 위해 등기이사직을 사퇴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런 문제점이 공론화되자 2016년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보수 총액기준 상위 5명에 대한 개인별 보수와 그 구체적인 산정 기준 및 방법을 공개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등기 여부와 무관하게 5억원 이상 보수지급자 중에서 상위 5명으로 공개 범위가 확대됐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기업공시서식을 개정해 기업들이 임직원들에게 RSU를 제공하는 경우 관련 내용을 상세하게 공시하도록 요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대규모 기업집단 공시 매뉴얼을 개정해 직전 사업연도에 특수관계인과 주식지급거래 약정을 체결한 경우 ▲부여일 ▲부여조건 ▲약정된 주식 부여 종류 및 수량 등을 공시하도록 했다. 이는 주식 보상 제도가 지배주주의 지분율 확대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SK로 본 국내 경영자 보상 공시…‘산출 기준 파악 어렵네’
SK의 경영자 보상 공시 내용을 통해 국내 대기업의 경영자 보상구조와 공시 수준을 살펴보자.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는 총 9명의 등기이사가 있으며, 2023년 3월 주주총회에서 임원 보수로 220억원의 한도를 승인받았다. 하지만 실제 지급한 임원보수 금액은 161억원으로 1인당 평군 18억원의 보수를 지급했으며, 승인받은 금액의 80% 집행했다. 임원 유형별로 구분하면, 사내 등기이사는 1인당 38억원, 사외이사는 1인당 평균 1억7000만원, 감사위원회 위원은 1인당 1억30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보수가 5억원 이상인 등기임원과 개인별 보수가 5억 이상 중 상위 5명의 개별 보수 현황을 공시해야 한다. SK는 장동현 부회장, 도재식 이사, 최태원 회장, 이용욱 사장, 최규남 사장 상위 5명의 보수를 공시하고 있다.
전문경영인인 장동현 부회장의 경우 총 167억원으로 가장 높은 보수를 받았다. 구체적으로 급여 20억원과 상여 27억원을 받았으며 상여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계량지표와 그룹 포트폴리오 고도화 및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등의 비계량 성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상여는 경영진과 주주의 이해를 일치시키기 위해서 현금 22억원과 RSU 3061주를 제공했다. 그러나 장동현 부회장은 보상 규모에 퇴직금 120억원이 포함돼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 반면, 지배주주인 최태원 회장은 상여 없이 급여로만 35억원을 받았다. 급여 산정 기준으로 이사보수 지급 규정에 따라 직책, 직위 및 리더십, 전문성을 고려했다.
SK는 경영진과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기업가치 제고와 임원 보상을 연계하기 위해 성과연계주식보상(Performance Shared Unit·PSU), 스톡 그랜트(Stock Grant) 그리고 주식평가보상권(Stock Appreciation Rights·SARs)과 같은 주식 기준 보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SK는 전문경영인의 경우 상여의 비중이 급여보다 높아 성과와 보상 간의 연계 수준이 높다. 상여의 일부를 RSU로 지급해 주주와 경영자 간의 이해관계 일치도도 높다.
다만, 최태원 회장의 경우 성과연동 보상 없이 35억원을 급여로 받고 있어 성과에 따른 보상의 민감도는 낮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경영자 보상 산출 근거로 매출액, 영업이익, 기업가치와 리더십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개략적인 설명만 하고 있다. 회사의 보상철학과 정책이 무엇인지 급여와 성과급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에 따라 산출됐는지 파악하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
애플, 경영자 보상과 주주 이익 ‘한 배’
미국의 경영자 보상 공시제도는 어떨까. 애플의 2023년 경영자 보상공시 사례를 살펴보자. 올해 1월 애플이 공시한 주주의결권권유서(proxy statements)에는 경영자 보상과 관련된 ▲보상 원칙(guiding principle) ▲보상 정책(policies) ▲보상 관행(practices) ▲주주 피드백을 포함한 보상 의사결정 과정(decision-making process) ▲2023년 공시 대상 임원에게 지급한 보상 내역 등이 포함돼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에 따르면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포함해 보상 규모 상위 5명의 개별 보상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 애플은 CEO인 팀 쿡, CFO인 루카 마에스트리, 법무 자문위원(General Counsel)인 캐서린 애덤스, 소매 부문 임원인 디어드리 오브라이언, 그리고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제프 윌리엄스 등 5명의 보상 정보를 공시했다.
애플의 보상 원칙은 세 가지로 ‘팀 기반 접근법으로 경영진은 하나의 팀으로서 애플의 전체적인 성공에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경영자 보상이 장기적인 주주 이익과 연계되도록 성과연동형으로 부여한다’, ‘장기주식 보상을 통해 우수한 경영진을 유지하고, 장기성과를 달성하며, 주주와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킨다’다.
애플의 경영자 보상 구조를 살펴보면, 팀 쿡의 경우 총보상 중 급여는 6%, 현금 인센티브는 12%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장기주식은 82%를 차지하고 있다. 현금 인센티브와 장기주식보상을 합한 변동급이 총보상의 94%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4명의 공시 대상 경영자도 보상구조가 유사하며, 기업 성과와 경영자 보상이 매우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애플은 경영자들에게 ‘시간 기반 양도제한조건부주식’(Time-based RSU)과 ‘성과 기반 양도제한조건부주식’(Performance-based RSU)을 모두 부여하고 있다. 시간 기반 RSU는 장기적으로 우수한 경영진 팀의 안정성과 유지를 촉진하기 위해 지급된다.
성과 기반 RSU는 기업의 장기적 가치 창출과 경영자와 주주들의 이익을 일치시키기 위해 제공된다. 특히, 성과 기반 RSU는 주가와 배당을 고려한 애플의 총주주수익률(TSR)을 기준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과의 상대적인 성과에 따라 부여 주식 수가 결정된다.
또 애플의 경영자 보상수준은 유사 기업군과의 비교를 통한 상대평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애플의 보상위원회는 매년 시장 기준으로 경영자 보상수준을 비교하기 위해 주요 동료 기업 그룹과 보조 동료 기업 그룹을 구성한다. 보상위원회는 독립적인 보상 컨설턴트와 함께 동료 기업들의 보상 프로그램과 관행에 관한 제도를 검토하고 의사 결정 과정에 도움을 받는다.
애플의 상대적인 보상 규모, 범위, 성과 및 수익성을 고려해 경쟁력 있는 경영자 보상수준을 설정한다. 애플의 보상위원회는 팀 쿡의 총 목표 보상을 주요 동료 기업 그룹 내 CEO 급여의 80~90%로 설정하고 있다.
애플과 비교 대상이 되는 주요 동료 기업 그룹은 기술·미디어 및 인터넷 서비스 산업에서 애플과 인재 영입을 경쟁하는 미국의 상장 대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2024년 애플의 주요 동료 기업으로는 알파벳·아마존·AT&T·시스코·컴캐스트·디즈니·인텔·메타·마이크로소프트·넷플릭스·오라클·퀄컴·세일즈포스·버라이즌·비자·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 등이 선정됐다. 애플의 2023년 자산의 매출은 동료 그룹 중간값의 4배이며, 시가총액은 동료 그룹 중간값의 12배 수준이다.
팀 쿡의 2023년 보상구조는 기본연봉 300만 달러, 연간 현금 인센티브 600만 달러, 주식보상 4000만 달러 등 총 4900만 달러 보상패키지로 구성돼 있다. 이외에도 개인 비행기 이용 등 상당한 개인적인 혜택이 추가된다.
그런데 팀 쿡은 2023년 전년 대비 40% 삭감된 4000만 달러의 주식 보상을 받았다. 이런 CEO 보상체계 변화는 주주들의 적극적인 관여의 결과다. 2022년 애플의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경영자 보상을 승인하는 자문 투표에서 64%만이 찬성해 과거 수준과 비교하여 현저히 낮은 찬성률을 기록했다.
이후 애플의 보상위원회는 주주들의 우려를 파악하고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경영자의 보상구조를 변경했다. 2023년 팀 쿡에게 부여된 성과 기반 RSU 비율을 50%에서 75%로 높였으며(시간 기반 RSU 비율은 25%로 감소), 향후에도 75%를 유지하도록 해 보상-성과 민감도를 높였다. 이런 적극적인 노력 덕분에 2024년 애플 주주총회에서는 주주 89%가 경영자 보상 프로그램에 찬성을 던졌다.
2023년 애플은 383억 달러의 매출과 114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목표 대비 166.1% 수준의 성과를 달성한 수치다. 애플의 보상위원회는 경영진이 목표 초과 달성과 핵심 이니셔티브에 대한 성과를 고려해 현금 보너스에 7.5%를 가산했다. 따라서 5명의 경영자들은 목표 대비 178.6%의 현금 보너스를 받게 됐다.
또한 애플의 과거 3년간 TSR은 173.34%로 S&P 500의 98%의 성과를 달성하였다. 따라서 성과 기반 RSU도 목표 대비 200%를 지급받았다. 팀 쿡이 CEO로 재직한 과거 10년간 애플의 TSR은 1402%로 벤치마크인 S&P 500 기업의 수익률인 360%의 40배를 달성했다. 아울러 애플의 시가총액은 과거 10년간 2조 달러가 증가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애플의 경영자 보상 정책이 주주 이익과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다는 증거다.
경영자 보상 공시 확대…밸류업에도 긍정적
앞서 살펴봤듯이 한국의 경영자 보상 공시제도는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개선돼 왔다. 그럼에도 자본주의 선진국인 미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국내 경영자 보상공시 제도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첫째, 경영자 보상정책과 방향이 제시돼야 한다. 미국 기업은 경영자 보상정책과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경영자 보상 공시는 단순히 경영자가 얼마의 보상을 받는지 공개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기업지배구조 측면에서 인재를 영입하고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어떤 보상철학과 정책을 가졌는지 등 자본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
둘째, 경영자 보상의 산출 근거를 보다 명확하고 상세하게 공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장단기 성과급 지급을 위한 성과지표 및 목표 수준, 상대평가를 한다면 비교 대상 기업 그룹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애플이 경영자 보상을 위해 TSR 기준으로 S&P 500 기업과 상대평가를 하고 있으며, 총보상 수준은 유사 기업 그룹을 설정해 상대적으로 결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국내에선 현재 공시되는 경영자 보상 정보로는 경영자 보상이 어떤 성과와 연계돼 있는지,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셋째, 경영자 보상이 기업 성과와 얼마나 밀접하게 연계돼 있는지 공시해야 한다. 미국은 경영자 보상이 주주가치와 어떻게 연계되는지 주주들에게 의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경영자 보상 공시에서는 성과-보상의 연계와 관련된 내용이 명확하게 제시돼 있지 않다. SK의 사례에서 보듯이 전문경영인의 보상은 성과와 연동된 반면, 지배주주인 경영자는 성과와 관계없이 일정한 급여를 받는 경우도 있다. 성과-보상의 관계에 대한 공시 강화는 경영자와 주주 간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경영자의 높은 보상수준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넷째, 경영자 보상에 있어 주주들의 관여 수준을 높이고 관련된 공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애플은 경영자 보상에 대한 주주들의 관여가 팀 쿡의 보상수준 및 구조를 주주 친화적으로 변화하도록 유도했다. 이런 주주총회에서 경영자 보상에 대한 권고적 투표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사회와 보상위원회에 주주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수단은 된다. 최근 국민연금은 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우리금융지주 등의 이사보수한도 안건에 대해 반대의견을 냈다. 향후 국내서도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경영자 보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주식 기준 보상에 대한 상세한 공시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경영자 보상은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하므로 스톡옵션이나 RSU의 경우 부여일과 지급시기에 따라 보상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RSU도 시간 기준으로 제공하는지 성과 기반으로 제공하는지도 상세하게 공시해야 한다.
물론 지배주주가 직접 경영을 담당하는 대기업의 경우 경영자 보상을 상세하게 공시하는 데 거부감이 클 수 있다. 하지만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상장기업에서 공시는 자본시장 친화적으로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따라서 경영자 보상 공시의 확대는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상장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범준 교수는_서울대 경영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인회계사이며 삼일PwC에서 통신·방송 산업 전문가로서 전략 및 운영 컨설팅을 담당했다. 2015년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성과 평가와 보상, 기업지배구조, 전략적 원가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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