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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5대 금융 비이자이익…‘수익 다변화’ 어려워진다

[비이자 업고 뛰어]①
5대 금융그룹 1Q 비이자이익, 전년 比 12.6%↓
홍콩 ELS 사태로 수수료이익 감소 불가피

서울 시내에 설치된 ATM.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출 이자에만 기댄 수익 구조를 은행권이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비이자이익 확대를 외쳐왔지만 현실은 제자리걸음이다. 수익성을 다변화하지 못하면서 대출 금리 변동에 따라 연체율 상승이나 마진율 하락에 따른 리스크에 쉽게 노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까지 겹쳐 비이자이익 감소는 계속될 전망이다. 

5대 금융 이자이익-비이자이익 격차 확대

국내 금융그룹들의 이자이익은 역대 최대를 경신하고 있지만 비이자이익은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이자이익은 자산관리(WM)·신용카드·외환·신탁·뱅킹(이체)·방카슈랑스·펀드 등을 통해 얻는 이익이다. 수수료이익이 비이자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자산매매 및 평가익이다.

수수료이익은 ELS나 주가연계신탁(ELT)을 판매하거나, 고객들의 자산관리 및 계좌이체 수수료 등을 통해서 발생한다. 금융권에서는 대출 이자 의존도가 높은 만큼 비이자 부문 역량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 당국도 비이자이익 강화를 주문해 왔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의 올해 1분기 비이자이익은 총 3조83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6%(5509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5대 금융그룹의 이자이익은 11조8216억원에서 12조5909억원으로 6.5% 증가했다. 이에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의 격차는 올 1분기 8조7597억원으로 확대됐다.

각 금융사의 올 1분기 비이자이익을 보면 KB금융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8.7% 감소한 1조2605억원을 기록했고 이어 ▲신한금융 1조25억원(0.3% 감소) ▲하나금융 7126억원(8.4% 감소) ▲NH농협금융 5046억원(30% 감소) ▲우리금융 3510억원(5.7% 증가) 등을 기록했다. 

지난 3년 동안 5대 금융의 비이자이익은 정체된 모습이다. 5대 금융의 연도별 1분기 비이자이익을 보면 ▲2021년 1분기 3조8099억원 ▲2022년 1분기 3조2614억원 ▲2023년 1분기 4조3821억원 ▲2024년 1분기 3조8312억원 등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와 3년 전 1분기와 비교하면 비이자이익은 0.6%(213억원) 증가에 그쳤다

은행권, ELS 판매 중단 나서 


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이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사태가 터지며 업계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고, 최대 계열사인 은행에선 ELS 상품 판매 일시 중단에 나섰기 때문이다.

수수료이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품 판매에 대한 기피 현상이 은행권에 발생하면서 그룹 전체의 비이자이익 성장이 꺾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A은행 관계자는 “라임 펀드 사태에 이어 이번 홍콩 H지수 ELS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비이자이익을 확대하려다 손실만 커졌다고 보고 있다”며 “수수료이익의 20~30%가 ELS 등의 신탁 수수료에서 만들어지고 있는데 ELS 판매 수수료가 중단되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5대 금융의 올해 1분기 수수료이익은 3조156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1% 증가했는데, 홍콩 H지수 ELS 배상금이 기타영업손실로 반영돼 비이자이익 전체 규모가 크게 줄었다. 그 결과 당기순이익 감소로까지 이
어진 상황이다. 

5대 금융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88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6%(9740억원) 감소했다. 은행을 중심으로 무리한 수수료이익 확대가 실적 하락을 만들면서 당분간 비이자 부문의 수익 창출 노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올 1월부터 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들은 홍콩 H지수 ELS 판매에 문제가 발생한 후 ELS 상품 판매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 우리은행만 ELS 판매를 중단하지 않았다. 다른 은행 대비 판매 규모가 크지 않아서다. B은행 관계자는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 자체가 중단됐다”며 “무기한 판매 중단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美는 계좌 유지비용 내지만…韓은 무료 서비스

국내 은행들은 비이자이익을 늘릴 뚜렷한 방안이 없다고 보고 있다. 투자 상품 판매 기피만 아니라 미국 은행들처럼 계좌이체와 계좌 유지비용, 자동화기기(ATM) 사용 수수료를 고객들에게 요구하지 못하고 있고, 대부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여겨진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고객에게 월 12달러를 받고 있다. 계좌 잔고가 1500달러가 넘어야 이 비용이 면제된다. 국내 은행들이 ATM 인출 및 송금, 카드 재발급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과 달리 미국 은행들은 여기에서 모두 수수료를 받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품 판매를 통해 비이자이익을 늘리기는 쉽지 않고, 무료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면 비판이 커질 우려가 높다”며 “자산운용 부문을 강화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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