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유통 공룡’의 등장…1000원짜리 팔아 3조 매출 일군 다이소
[1000원숍의 반전]①
균일가·인기템·높은 접근성 등 소비자 사로잡아
오로지 판매에만 집중…‘다이소깡’까지 생겨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1000원짜리 가성비 상품을 팔던 아성다이소(다이소)가 유통업계의 신흥 ‘공룡’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 불황과 전자상거래 활성화로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이 휘청이는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는 모습이다. 위기에 더욱 강한 다이소의 원동력은 뭘까.
유통가 변방에서 중심부로
다이소는 온라인 쇼핑이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성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4605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조9458억원)과 비교해 17.5% 증가했다.
매출은 꾸준히 오름세다. 다이소의 지난 4년간 연도별 매출액은 ▲2019년 2조2362억원 ▲2020년 2조4215억원 ▲2021년 2조6048억원 ▲2022년 2조9458억원 등이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연간 3조원대 매출을 돌파했다.
전통의 오프라인 유통 강자 이마트와 상반된 모습이다. 지난해 이마트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마트의 별도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2.1%, 27.4% 줄었다.
특히 다이소는 500~5000원 가성비 상품을 팔다보니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울수록 더 인기를 끌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1년 102.5 ▲2022년 107.7 ▲2023년 111.6으로 계속 늘었다. 해당 지수는 2020년을 기준으로 한다. 최근 3년간 꾸준히 물가가 상승했다.
업계는 브랜드의 달라진 위상에 주목한다. 다이소는 지난 1997년 일본의 ‘100엔숍’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출발했다. 당시만 해도 한 번 쓰고 버린다는 ‘싸구려’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졌다. 다이소는 일평균 100만명이 다녀가는 ‘국민가게’ 반열에 올랐다. 요즘 젊은 세대는 다이소를 ‘10대들의 놀이터’, ‘가성비 백화점’으로 부른다.
다이소는 전국 어디에나 존재한다. 지난해 기준 전국 오프라인 매장 수는 1519개다. 지난해(1442개)와 비교하면 7.8% 늘었다. 주요 편의점을 제외하면 오프라인 매장 수를 따라갈 곳이 없다. 다이소의 주요 경쟁 대상으로 볼 수 있는 CJ올리브영도 지난해 말 기준 1338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최고가 5000원·품질도 잡았다
국민가게로 떠오른 다이소의 성장 원동력은 ‘균일가’ 정책이다. 다이소 관계자는 “다른 유통 채널은 상품 원가에 본인들의 마진을 붙여서 판매한다. 그래서 상품 가격이 모두 제각각”이라면서 “다이소는 딱 6개의 가격만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다이소의 제품 가격은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으로 정해져 있다. 아무리 비싼 물건이라도 5000원을 절대 넘지 않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성비’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 좋다. 반대로 판매자 입장에서는 정말 많이 팔아야 수익이 난다. 다이소는 ‘박리다매’(싼 가격에 많이 팔아 이득을 극대화하는 방식)를 취한다. 균일가 정책을 유지하려면 이 방법뿐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다이소의 최근 수익성도 나쁘지 않다. 최근 매출 성장세와 수익 지표가 정비례하지 않지만, 꾸준히 2000억원 후반대 영업이익을 유지 중이다.
다양한 제품군과 ‘패스트 리빙’(최신 유행을 반영한 생활용품을 빠르게 생산 또는 판매하는 방식) 전략도 다이소의 성장을 이끈 원동력 중 하나로 꼽힌다. 다이소가 취급하는 제품의 수는 약 3만개에 달한다. 과자·아이스크림 등 식음료는 물론이고 장난감·화장품·의류 등으로 제품군이 지속 확대되고 있다.
일부 품목은 재고가 없어 팔지 못할 정도로 인기다. 대표적인 제품이 다이소가 지난 3월 판매 개시한 ‘손앤박 컬러밤’ 3종이다. 이 제품은 ‘샤넬 저렴이’로 불리며 출시 2주 만에 초도물량 30만개가 완판됐다. 지난해 10월부터 다이소에서 판매된 VT코스메틱 ‘VT리들샷’도 품귀 현상을 겪고 있는 대표 제품이다. 다이소는 물량 확보에 힘쓰고 있지만, 관련 제품 제조사의 규모가 크지 않고 자체 생산만 하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이소가 꾸준히 가성비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이유는 완성품 판매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이마트·쿠팡처럼 자체 브랜드 상품(PB·Private Brand Goods)은 판매하지 않는다. 판매 물품 중 다이소가 직접 제조하는 제품도 없다. 다이소는 현재 약 800개의 국내 업체로부터 상품을 받고 있다. 전 세계로 보면 35개국에서 상품을 받아 판매 중이다.
다이소가 제품을 선정하는 가장 큰 기준은 ‘가장 잘할 수 있는 곳’이다. 관련 제품을 가장 잘 만든다고 알려진 지역을 찾아가 직접 제품을 확인하고 결정한다. 일례로 베트남에서 라탄 바구니를 가져와 팔고, 체코에서 크리스탈 와인잔을 가져와 파는 식이다.
안전성도 엄격하게 따진다. 다이소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한 품질경영 국제표준인 ‘ISO 9001’ 인증을 받았다. 회사의 상품 판매 및 서비스에 대한 품질경영 시스템이 국제표준에 적합하다는 뜻이다.
다이소 관계자는 “법적으로 시험 성적을 받아야 하는 품목들이 있는데 이를 정상적으로 끝낸 상품만 판매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품질 담당 부서에서 품목들을 특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계는 다이소의 성공 비결로 저렴한 가격과 접근성을 꼽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달비가 없기 때문에 다이소에서 직접 물건을 사는 것이 온라인보다 더 저렴할 수 있다”면서 “다이소의 또 다른 특징은 접근성이 좋다는 것이다. 유동하기 좋은 곳에 다이소가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다이소깡’이라는 말이 생겼다. 다이소 판매 제품을 다른 제품과 비교하는 동영상 콘텐츠인데, 그만큼 인기가 많아졌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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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변방에서 중심부로
다이소는 온라인 쇼핑이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성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4605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조9458억원)과 비교해 17.5% 증가했다.
매출은 꾸준히 오름세다. 다이소의 지난 4년간 연도별 매출액은 ▲2019년 2조2362억원 ▲2020년 2조4215억원 ▲2021년 2조6048억원 ▲2022년 2조9458억원 등이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연간 3조원대 매출을 돌파했다.
전통의 오프라인 유통 강자 이마트와 상반된 모습이다. 지난해 이마트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마트의 별도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2.1%, 27.4% 줄었다.
특히 다이소는 500~5000원 가성비 상품을 팔다보니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울수록 더 인기를 끌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1년 102.5 ▲2022년 107.7 ▲2023년 111.6으로 계속 늘었다. 해당 지수는 2020년을 기준으로 한다. 최근 3년간 꾸준히 물가가 상승했다.
업계는 브랜드의 달라진 위상에 주목한다. 다이소는 지난 1997년 일본의 ‘100엔숍’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출발했다. 당시만 해도 한 번 쓰고 버린다는 ‘싸구려’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졌다. 다이소는 일평균 100만명이 다녀가는 ‘국민가게’ 반열에 올랐다. 요즘 젊은 세대는 다이소를 ‘10대들의 놀이터’, ‘가성비 백화점’으로 부른다.
다이소는 전국 어디에나 존재한다. 지난해 기준 전국 오프라인 매장 수는 1519개다. 지난해(1442개)와 비교하면 7.8% 늘었다. 주요 편의점을 제외하면 오프라인 매장 수를 따라갈 곳이 없다. 다이소의 주요 경쟁 대상으로 볼 수 있는 CJ올리브영도 지난해 말 기준 1338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최고가 5000원·품질도 잡았다
국민가게로 떠오른 다이소의 성장 원동력은 ‘균일가’ 정책이다. 다이소 관계자는 “다른 유통 채널은 상품 원가에 본인들의 마진을 붙여서 판매한다. 그래서 상품 가격이 모두 제각각”이라면서 “다이소는 딱 6개의 가격만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다이소의 제품 가격은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으로 정해져 있다. 아무리 비싼 물건이라도 5000원을 절대 넘지 않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성비’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 좋다. 반대로 판매자 입장에서는 정말 많이 팔아야 수익이 난다. 다이소는 ‘박리다매’(싼 가격에 많이 팔아 이득을 극대화하는 방식)를 취한다. 균일가 정책을 유지하려면 이 방법뿐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다이소의 최근 수익성도 나쁘지 않다. 최근 매출 성장세와 수익 지표가 정비례하지 않지만, 꾸준히 2000억원 후반대 영업이익을 유지 중이다.
다양한 제품군과 ‘패스트 리빙’(최신 유행을 반영한 생활용품을 빠르게 생산 또는 판매하는 방식) 전략도 다이소의 성장을 이끈 원동력 중 하나로 꼽힌다. 다이소가 취급하는 제품의 수는 약 3만개에 달한다. 과자·아이스크림 등 식음료는 물론이고 장난감·화장품·의류 등으로 제품군이 지속 확대되고 있다.
일부 품목은 재고가 없어 팔지 못할 정도로 인기다. 대표적인 제품이 다이소가 지난 3월 판매 개시한 ‘손앤박 컬러밤’ 3종이다. 이 제품은 ‘샤넬 저렴이’로 불리며 출시 2주 만에 초도물량 30만개가 완판됐다. 지난해 10월부터 다이소에서 판매된 VT코스메틱 ‘VT리들샷’도 품귀 현상을 겪고 있는 대표 제품이다. 다이소는 물량 확보에 힘쓰고 있지만, 관련 제품 제조사의 규모가 크지 않고 자체 생산만 하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이소가 꾸준히 가성비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이유는 완성품 판매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이마트·쿠팡처럼 자체 브랜드 상품(PB·Private Brand Goods)은 판매하지 않는다. 판매 물품 중 다이소가 직접 제조하는 제품도 없다. 다이소는 현재 약 800개의 국내 업체로부터 상품을 받고 있다. 전 세계로 보면 35개국에서 상품을 받아 판매 중이다.
다이소가 제품을 선정하는 가장 큰 기준은 ‘가장 잘할 수 있는 곳’이다. 관련 제품을 가장 잘 만든다고 알려진 지역을 찾아가 직접 제품을 확인하고 결정한다. 일례로 베트남에서 라탄 바구니를 가져와 팔고, 체코에서 크리스탈 와인잔을 가져와 파는 식이다.
안전성도 엄격하게 따진다. 다이소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한 품질경영 국제표준인 ‘ISO 9001’ 인증을 받았다. 회사의 상품 판매 및 서비스에 대한 품질경영 시스템이 국제표준에 적합하다는 뜻이다.
다이소 관계자는 “법적으로 시험 성적을 받아야 하는 품목들이 있는데 이를 정상적으로 끝낸 상품만 판매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품질 담당 부서에서 품목들을 특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계는 다이소의 성공 비결로 저렴한 가격과 접근성을 꼽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달비가 없기 때문에 다이소에서 직접 물건을 사는 것이 온라인보다 더 저렴할 수 있다”면서 “다이소의 또 다른 특징은 접근성이 좋다는 것이다. 유동하기 좋은 곳에 다이소가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다이소깡’이라는 말이 생겼다. 다이소 판매 제품을 다른 제품과 비교하는 동영상 콘텐츠인데, 그만큼 인기가 많아졌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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