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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특별법이 유감인 이유[김현아의 시티라이브]

재건축 사업, 출발은 했지만 첩첩산중
'어떤 동네를 만들 것인가' 고민 필요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 연합뉴스]

[김현아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초빙교수]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이 드디어 시작될 모양이다. 그동안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사업추진을 위한 특별법 마련에 분주했다. 재건축 사업을 하려면 조합이나 추진위 설립과는 별도로 지구지정-기본계획수립-안전진단 통과라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1기 신도시는 이 과정이 준비되지도 진행되지도 않고 있었다. 그래서 신속하고 통합적인 계획수립, 안전진단, 용적률 인센티브를 담은 특별법 제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2019년 최초로 1기 신도시 특별법안(노후신도시 재생지원에 관한 특별법, 김현아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된 이후 5년간 총 14건의 유사법안이 발의됐고 지난해 국회 본회의에서 '노후계획도시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최종 통과됐다. 정부는 시행(4월 27일)한달 만에 바로 선도지구 공모를 시작했다. 선도지구란 시범사업과 비슷한 것인데 국토부의 마스터 플랜, 해당 지자체의 정비기본계획 수립이 마무리 되기 이전에 재건축 사업추진을 시작할 수 있게 해주고 안전진단 면제와 용적률 상향 혜택을 줄 전망이다. 재건축 사업 착수단계에 소요되는 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선도지구(2만~3만호)로 지정돼 원만하게 사업이 추진되면 2030년에는 신축 아파트로 변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선도지구로 지정되면 바로 재건축 사업이 추진될까? 정부가 제시한 2030년까지의 로드맵은 실현이 될까

재건축 사업 생각보다 긴 시간 소요, 곳곳에 걸림돌 여전

일반적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소요기간은 얼마나 될까? 서울시내 완공된 사업지구들의 사례(서울특별시의회(2019), ‘서울시 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한계 및 개선방안 연구’)를 살펴보면 구역지정에서 착공까지 평균 14년이 소요된다. 아파트 공사기간(평균 30개월)까지 감안하면 약 17년 정도 걸린다는 이야기다. 특별법(촉진법)으로 추진되는 경우는 이보다 기간이 조금 단축되는데 그래도 평균 9~10년(구역지정~완공)이 걸린다.

빨리 시작했다고 빨리 끝나는 것도 아니다.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략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제도적 요인 2) 경기적 요인 3) 조합내 분열과 갈등이다. 제도적 요인은 정권마다 재개발 재건축 정책이 규제강화와 완화를 반복해서 발생한다. 경기적 요인은 경기가 좋고 금리가 낮으면 사업기간도 단축되고 사업수익도 보장되는 반면, 경기가 나쁘면 비용도 많이 들고 사업기간도 늘어지게 된다. 사업 자체가 부동산 경기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내 분열과 갈등은 사업참여자들간의 내적요인이지만 점점 더 부각되는 장애요인이다. 이외에도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급등이 최대 현안이자 걸림돌이 되고 있다. 

1기 신도시 특별법은 겨우 제도적 요인에 의한 재건축 진입 걸림돌을 해소한 것이다. 경기침체나 공사비 문제, 조합내 분열과 갈등에 대한 준비나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신속 통합기획등으로 재건축 관련규제를 많이 해소한 서울시내 재건축 사업들이 멈춰선 이유들이 공사비나 조합내 갈등문제임을 감안하면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에서도 이 문제해결이 녹녹치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경기도시공사(경기주택도시공사, GH)가 5개 1기 신도시 거주민 1569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1기 신도시 주민 10명 중 8명은 재건축 분담금으로 2억원 이하가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현재 재건축 사업의 추가분담금 규모는 이보다 훨씬 커질 전망이다. 혹자는 분담금을 줄이기 위해 더 높은 용적률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용적률은 양날의 칼이다. 너무 높아지면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금이 높아지고, 주거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반분양분에 대한 미분양 리스크도 커진다. 앞으로는 이득인 것 같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과 부작용이 늘어난다. 고령인구가 늘어난 초고령화 시대에 초고층 아파트가 얼마나 환영받을지도 미지수다. 

재건축 전(befor)과 후(after)의 1기 신도시, 무엇이 상상되나

1기 신도시의 주거환경이 기존 서울의 노후주택단지와 차별성을 가진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기존 서울의 노후주택이 재개발 재건축 사업은 불량주거지가 천지개벽수준으로 바뀌었다. 단순히 고층아파트로 변모하는 것이 아니라 동네의 도로나 공원, 편의시설 등이 갖추어지면서 동네의 주거수준이 크게 향상됐다. 그러나 1기 신도시는 30년 전이지만, 이미 계획도시로 건설됐다. 주택이 낡기는 했어도 단지밀도의 쾌적성이나 도로, 공원확보 측면에서 이미 일정수준을 갖추고 있다. 우리는 1기 신도시를 재건축해서 어떤 동네를 만들 것인가? 사업비를 낮춘다고 용적률만 잔뜩 높여 초고층의 주거단지로 만들것인가? 기존의 공원말고 어떤 것을 더 추가하고 보완할 것인가? 신도시에는 추가적인 도로보다 교통시스템의 성능과 속도를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특별법으로 이런 신도시의 미래를 만들 수 있을까. 30년 전 1기 신도시에 정착한 주민들은 이제 은퇴세대가 됐다. 늘어난 수명 때문에 이들은 더 많은 노후생활자금이 필요하다. 집에 추가로 자금을 투입할 의지와 능력은 크지 않다. 그들은 재건축 사업을 통한 재테크보다 쾌적하고 안전한 노후의 정주여건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현재 1기신도시 특별법에는 장밋빛 속도만 보이고 새로 지어질 주택과 동네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아니 당장 공사비 절감대책이나 장기저리로 분담금을 납부할 수 있는 금융상품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2030년 우리가 기대하는 과거(befor) 신도시와 대비되는 미래(after) 신도시의 모습은 무엇일까. 전문가의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다. 요란한 속도광고만 보이는 1기 신도시 재건축. 그래서 유감이다.


김현아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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