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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이혼 판결’ 여진 계속…요동치는 SK 주가, 향방은

[SK가 흔들린다]④
최태원·노소영 2심 판결 후, 주가 15% 폭등 뒤 하락세
SK그룹 자금 조달 과제 산적..."경영권 리스크 부각'

 SK그룹의 수장인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결과가 나오면서 그룹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나란히 출석하는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SK그룹의 수장인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결과가 나오면서 그룹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최 회장이 천문학적인 조(兆) 단위 재산분할 판결을 받은 가운데 보유 주식이 ‘재산 분할’ 대상이라는 결론이 나오면서다. 이에 주식시장에선 경영권 분쟁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며 주가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항소심 결과에 대해 시장에선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는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K의 주가는 전일 대비 1만2700원(7.10%) 하락한 16만6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SK가 최대 지분을 가진 주요 계열사들도 하락세를 보였다. SK이노베이션(-1.88%), SK네트웍스(-2.15%), SK스퀘어(-1.15%) 등이 동반 하락했다. SK스퀘어가 최대주주인 SK하이닉스(-0.46%)도 내렸다.

그룹주가 대체로 오르자 SK 계열 주요 기업들을 묶은 상장지수펀드(ETF)도 하락세를 보였다. 'KOSEF SK그룹대표주'는 전 거래일보다 170원(1.34%) 내린 1만24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SK 주가는 최 회장이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 이후 3거래일 연속 상승 흐름을 보인 바 있다. 판결 당일 주가는 15.86%까지 치솟았고 이날 거래량은 약 133만주로 전날 거래량(약 27만주) 대비 5배 가량 뛰었다.

서울고법 가사2부는 지난달 30일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와 함께 위자료 명목으로 20억원도 지급해야 한다고 봤다.

1심에서 인정된 재산 분할 665억원과 위자료 1억원보다 대폭 늘어난 액수다. 최 회장 측은 SK그룹 주식이 모두 최종현 선대 회장에게 받은 특유재산이라고 주장했지만 1심과 달리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SK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주가 변동성 ↑

특히 재판부는 최 회장의 주식이 ‘재산 분할’ 대상이라고 결론 지으면서, 최 회장이 대규모 현금 마련을 위해 최대 주주로 있는 SK의 현금 배당을 확대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한 영향이다. 또 SK그룹 지분을 둘러싼 경영권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최 회장이 대규모 현금 마련을 위해 배당을 확대할 거란 기대감이 SK그룹 주가 상승을 견인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 회장이 지난 6월 3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임시 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을 공식화하면서 투자심리는 위축됐다. 최 회장은 “개인적인 일로 구성원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사과한다”며 “그룹 경영과 국가 경제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노 관장 측은 일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노 관장은 사회공헌 활동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며 “재산분할로 받은 돈을 노 관장 혼자 쓰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 모두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일정 부분 선을 그으면서, 투심을 진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아직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남아있는 점도 주가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

업계에선 노 관장의 최종 승소 기대감에 따른 경영권 분쟁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는 최 회장이 최대주주(17.73%)이며, 국민연금(7.39%)과 최 회장의 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6.58%) 등이 주요 지분을 갖고 있다. 노 관장의 SK 지분은 0.01%인 8762주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종 판결에서도 2심과 같은 결과가 나오고, 노 관장이 받은 재산분할금 모두를 SK 주식으로 매수한다면 2대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SK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는 등 주가 끌어올리기에 힘쓸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최 회장이 현금 마련을 위해 SK 주식을 추가로 담보로 잡을 경우 SK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최 회장은 보유 주식 중 59.2%인 767만주를 담보로 걸어 4115억원을 대출받은 상태다. 담보 주식의 주가가 떨어지면 대출자인 최 회장이 추가로 담보를 설정해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못한 최악의 경우엔 대출을 내준 증권사가 담보주식을 강제 처분하는 반대매매(마진콜)를 당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양 측의 이혼 소송은 2심이 선고되기까지 6~7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대법원 선고까지 최소 2~3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너무나 많은 변수가 남아있어 향후 주가 판단을 하기엔 이르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고 결과를 떠나 주주 보호를 위해 경영권 행사에 영향을 주지 않는 계열사 주식을 팔거나, 주식담보 대출 등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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