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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 꿈꾸는 韓…연말 ‘탐사 시추’ 첫 삽

尹, 첫 국정 브리핑서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발표
“성공 가능성 높으나, 우선 추후 지켜봐야” 의견도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 심해에서 140억 배럴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석유 및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국정 브리핑을 열고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특정 현안을 주제로 직접 국정 브리핑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에 들어와 지난해 2월 동해 가스전 주변에 더 많은 석유 가스전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하에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 평가 전문 기업에 물리 탐사(자료 취득·분석을 통해 석유 발견 가능성 전망) 심층 분석을 맡겼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이번 동해 심해 평가를 수행한 기업은 미국의 액트지오(Act-Geo)사다. 지난 2017년 설립된 액트지오는 미국 휴스턴 소재의 지질탐사 전문 컨설팅 회사다. 남미 등 세계 심해 지역 탐사에 다수 참여한 적이 있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액트지오는 지난해 말 포항 일원 동해 심해 유망구조에서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분석 결과를 정부에 내놓았다. 이후 정부와 한국석유공사는 국내외 업체 및 민간 전문가 위원회를 통해 액트지오 측 평가에 대한 신뢰성 검증을 거친 뒤 최우선 개발 후보 해역을 선정했다.

석유·가스가 발견될 전망이 있는 유망구조 도출 지역. [사진 연합뉴스]

프로젝트명 ‘대왕고래’...성공 가능성 20%

이번 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의 이름은 ‘대왕고래’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석유·가스가 대량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은 가스전 후보지에 ‘대왕고래’라는 이름을 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함에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당국은 경북 포항 영일만에서 38∼100㎞ 떨어진 넓은 범위의 해역에 가스와 석유가 대량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한 상태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이르면 오는 11월부터 동해에 한국 측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위치한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친 ‘대왕고래 가스전’ 후보 해역에서 ‘탐사 시추’를 실시할 계획이다. 탐사 시추는 긴 탐사공을 바닷속 해저 깊숙이 뚫어 실제 석유와 가스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일컫는다. 향후 탐사 시추를 통해 본격적으로 부존 여부와 부존량을 확인해 나갈 계획이다.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2035년께 본격적인 생산에 착수한다. 

통상 석유·가스 개발은 ▲물리 탐사 ▲전산 처리 ▲자료 해석 ▲유망 구조 도출(석유·가스가 발견될 전망이 있는 구조) ▲탐사 시추 ▲개발·생산 등의 단계를 밟아 진행된다. 지금까지 석유공사와 미 액트지오가 진행한 단계는 ‘유망 구조 도출’이다. 자원 매장 ‘가능성’을 확인했을 뿐이다. 실제 자원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선 ‘탐사 시추’ 작업이 필요하다. 

앞서 정부는 해외 전문기관으로부터 이번 탐사 시추 성공 가능성이 20% 정도 된다는 결과를 받았다. 정부는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 실제 석유와 가스 확인할 예정이다. 확률상 5차례 탐사 시추공을 꽂을 때, 한 번 석유를 발견할 수 있는 셈이다. 통상적으로 자원 탐사 성공률이 10% 안팎인 점을 고려한다면 20%는 낮은 수치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석유 화학 업계 관계자는 “탐사 시추 성공률 20%는 굉장히 높은 수치다. 북해 유전의 경우 시추해서 생산까지 가는 성공률이 1%도 안되는 경우도 있다. 정부는 성공률이 20%가 나왔기에 5번 시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해당 성공률을 미뤄 봤을 때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수치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수치만 봤을 때 20%는 높은 수치가 맞다”며 “다만, 실제 발견이 되어도 예상 매장량과의 차이 및 개발 단계에서 경제적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당장은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앞서 1998년 동해에서 첫 상업적 가스를 발견해 동해 가스전을 개발한 경험이 존재한다. 당시 동해 가스전의 매장량은 4500만배럴에 그쳐 소규모 가스전으로 통했다. 투입된 투자액은 약 1조2000억원이다. 지난 2004년부터 2021년까지 매출은 2조6000억원, 순이익은 1조4000억원에 그쳤다. 경제성을 따져봤을 때 개발 초기 기대에는 못 미쳤다.

과거 1976년 박정희 정부 때도 영일만 일대서 원유와 가스가 발견됐다는 내용과 유사한 ‘석유 발표’가 있었다. 당시 부푼 기대는 ‘해프닝’으로 그쳤다. 해당 기름을 분석한 결과, 실제 원유라면 휘발유·경유·등유·증유·가스 등 여러 물질이 뒤섞여 나오지만 ‘경유’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결론이 나와서다. 결국, 박정희 정부의 석유 발표 이후 1년 만인 1977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개발이 중단됐다.

동해 가스전 탐사 모습. [사진 한국석유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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