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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추천 하지마!"...'쿠팡 로켓배송' 10년 만에 제동

공정위 쿠팡의 '상품 진열 및 추천' 문제있다 지적
역대 5위 규모 과징금 1400억 제재
로켓배송 효율성 떨어질 가능성 커져
2150만 소비자 '구매 혼란' 생기나

뉴욕증권거래소 앞에 걸린 쿠팡 현수막과 태극기.[사진 쿠팡]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쿠팡 로켓배송이 지난 2014년 출범 10년 만에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로 중단 위기에 놓였다.

공정위는 13일 쿠팡의 자체 브랜드(PB)를 포함한 로켓배송 직매입 상품 밀어주기 의혹에 대해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 고발을 결정하면서 사실상 쿠팡의 상품 추천을 제재했다.

쿠팡은 고객이 로켓배송 이용을 위해 자사 서비스를 찾고 있고, 당사가 고객에게 로켓배송 상품을 추천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1400억 강력 제제...쿠팡 측 "시대착오적이다"

공정위는 13일 쿠팡에 과징금 1400억원과 법인 고발이라는 ‘초강수 제재’를 내렸다. 과징금 규모는 공정위가 처리한 기업 단독 사건(담합 제외) 가운데 퀄컴, 구글, 삼성그룹 등에 이은 역대 5위 규모로 알려졌다.

경쟁업체나 부당지원 의혹 등을 낳았던 과거 불공정거래 행위 사건과 달리, 초저가 PB상품이나 애플 아이폰, 삼성 갤럭시 같은 상품을 검색 상단에 노출한 점을 ‘소비자 기만’으로 보고 과징금을 부과한 이유였다.

공정위는 쿠팡이 2019년 2월부터 최근까지 인위적으로 6만4250개 직매입과 PB상품을 검색 순위 상단에 노출했고, 임직원 상품평을 동원해 PB상품을 검색 상위에 올렸다고 했다.

‘쿠팡 랭킹순’의 소비자 선호도, 판매량 등 ‘객관적인 검색 지표’와 달리, 쿠팡이 수익성 제고 등을 이유로 인위적인 상품 배치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쿠팡의 행위로 소비자가 얼마나 큰 금전적 피해 등을 입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공정위는 쿠팡 측에 이번에 결정된 1400억원 외 추가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쿠팡은 이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시대착오적이며 혁신에 반하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쿠팡은 “가격이 싸고 배송이 편리해 많은 국민들의 합리적 선택을 받은 쿠팡의 로켓배송이 소비자 기망이라고 주장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유례없이 ‘상품진열’을 문제삼아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 과징금 총액의 절반을 훌쩍 넘는 과도한 과징금과 형사고발까지 결정한 공정위의 형평 잃은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쿠팡은 공정위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그동안 쿠팡은 ‘쿠팡 랭킹순’에서 소비자 선호도 등에 따라 대기업 ‘반값’ 수준의 PB상품이나 아이폰 등 로켓배송 상품을 추천해왔다. 판매량이 적은 중소기업 상품도 품질이 좋거나 가격경쟁력이 높으면 추천하는 식이다.

쿠팡 측은 “쿠팡의 랭킹은 고객들에게 빠르고 품질 높고 저렴한 상품을 추천한 서비스로, 고객들은 차별화된 로켓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쿠팡을 찾고, 쿠팡이 고객들에게 로켓배송 상품을 추천하는 것 역시 당연시해왔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정부가 사실상 상품진열 순서와 추천에 기준을 마련한 규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상품 추천→구매→배송→추가 직매입’ 등으로 이어지는 쿠팡의 기본적인 사업 흐름 가운데 첫 단계인 ‘추천’이 이번 공정위 결정으로 사실상 제약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쿠팡은 로켓배송 서비스에 제동이 걸려 고객들이 크게 줄고, 이에 따라 쿠팡의 로켓배송 투자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2150만 쿠팡 소비자, 혼란 오나 

쿠팡의 활성고객은 2150만명에 이른다. 쿠팡이 이런 성공을 거둔 핵심에는 로켓배송이 자리한다.

특히 업계에서는 로켓배송의 성공 요인에 대해 상품 추천을 꼽는다. 품질력이 우수한 상품을 추천해주는 소비자 인터페이스(UX)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빠른 배송 시스템과 시너지를 낼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공정위의 이번 제재로 당장 쿠팡의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는 2150만 소비자들의 구매에 혼란이 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만약 쿠팡에서 기저귀나 분유 새벽배송을 위해 밤 11시 58분에 쿠팡에서 상품을 찾으면 앞으로는 배송은 느리지만 4~5년간 누적 판매량이 높은 비싼 오픈마켓 상품이 먼저 추천돼 구매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 쇼핑앱 사용자들의 체류시간은 약 3~5분 남짓이다. 공정위 제재대로라면 소비자들은 쇼핑에 시간을 더 써야 원하는 상품을 찾을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이 수백만개에 이른다는 점이다. A유통업체 한 마케팅 담당자는 “공정위 제제는 광범위하며 불명확해 수백만개 상품에 대해 일일이 소비자에게 ‘상단 노출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며 “판매량이나 클릭수가 없지만 가격과 품질이 좋은 비인기 상품은 모두 검색 하위에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유통사 입장에서는 정부 눈치를 보며 무엇이 소비자를 오인하는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이 명확치 않다”며 “안전하고 획일적인 상품 추천 방식이 확산되면 결국은 소비자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마트, 배달의 민족, 쓱닷컴, 컬리 등 대부분의 유통업체들도 온오프라인 공간에 PB상품이나 인기 가전 브랜드 상품을 상위에 추천하고 있다. 이번 쿠팡 규제를 본보기로 다양한 추천방식이 줄어들면 소비자 편익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박정은 이화여대 교수는 “전 세계 정부에서 상품 진열 순서를 규제한 일이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기업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정부 간섭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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