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 성장’ 스마트홈, 320조 시장 열린다…삼성·LG전자 접근법은?
[똑똑해진 주택, 스마트홈 시대]②
2010년 초부터 기술 내재화…탄탄하게 구축한 연결 플랫폼
韓 산업 이끈 역량과 AI 가전 무기로 세계 B2B 시장 ‘정조준’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가전과 정보통신기술(ICT) 기기는 스마트홈(Smart Home)을 구현하는 필수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통신 환경을 집 단위로 구축, 가정 내 모든 장치를 연결·제어해 편의 서비스를 구현하는 게 스마트홈 핵심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홈 시장은 인공지능(AI)·네트워크 등 관련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 제품 자체 성능의 고도화와 다양한 연결 기술 등장으로 집 안·밖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스마트홈 기기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시장 성장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7년 394억 달러(약 54조7070억원)에 그쳤던 세계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2023년 1348억 달러(약 187조1670억원)로 커졌다. 이들은 또 이 시장이 2028년에는 2316억 달러(약 321조6920억원) 규모를 형성할 수 있다고 봤다.
스마트홈 시장의 고성장을 이끈 분야로는 스마트 가전이 꼽힌다. 2023년 기준 스마트 가전 시장 규모는 526억 달러(약 73조원)로 조사됐다. 스마트홈 전체 시장의 39%를 스마트 가전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은 24.7%를 기록했다. 이는 스마트홈을 구성하는 주요 사업군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최근 기후 변화로 빠르게 시장이 성장하고 에너지 관리 분야보다 CAGR이 0.5%포인트(P) 높다.
정윤경 KDB미래전략연구소 미래전략개발부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주거 환경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편의를 증진하는 스마트홈 산업은 지속해 성장하고 있다”며 “기술 발달로 인한 급속한 디지털화와 맞벌이·고령가구 확대 등에 따른 주거환경 개선 수요가 맞물리며 스마트홈에 대한 관심이 증대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삼성·LG 안방’ 韓, 보급률 압도적
한국은 여느 지역보다 스마트홈 시장 성장 속도가 가파른 곳으로 꼽힌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현재 62억7000만 달러(약 8조7060억원) 수준을 형성한 것으로 추산된다. 또 1125만 가구가 스마트홈 기기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급률은 51.3% 수준이다.
한국의 스마트홈 기기 보급률이 50%가 넘을 수 있는 배경에는 삼성전자·LG전자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세계 가전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삼성전자·LG전자의 안방이다. 양사는 스마트홈 분야를 일찍이 ‘미래 먹거리’로 선정한 바 있다. 관련 역량을 지속해 고도화하면서 국내 스마트홈 시장에서 지속해 신규 수요를 창출해 왔단 견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통상 스마트홈 기기 보급률을 개발도상국은 10% 미만,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40%가 넘지 않는다고 본다”며 “한국은 세계에서 세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스마트홈 기기를 많이 쓰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국내 가전 시장을 양분하는 삼성전자·LG전자가 스마트홈 시장을 일찍이 주목해 생태계를 꾸려온 데 따른 현상”이라며 “스마트홈 확산이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에서도 보급률이 50% 수준이란 건 반대로 말해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의미”라고 했다.
삼성전자·LG전자는 실제로 AI·네트워크 등 스마트홈 구축 기술이 무르익지 않았을 때부터 관련 기술을 내재화했다. 삼성전자는 2014년 미국의 사물인터넷(IoT) 기업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약 2억 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IoT는 스마트홈을 구축하는 요소들을 연결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이다. 스마트싱스는 현재 삼성전자 스마트홈 연결 생태계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2011년 가전에 와이파이(Wi-Fi) 모듈을 접목하며 연결성에 초점을 맞춘 스마트 가전을 내놓은 바 있다. 2016년에는 IoT 제어 브랜드 ‘스마트씽큐’(SmartThinQ)를 선보였고, 2017년에는 AI 기술 브랜드 ‘씽큐’(ThinQ)를 내놓으면서 생태계를 순차 확장해 왔다.
양사의 이런 시도가 국내 스마트홈 생태계를 성장케 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로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지난해 5월 조사한 ‘스마트홈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스마트홈 브랜드 이용자 분포에서 삼성전자 스마트싱스가 이용률 45.5%로 1위에 올랐다. LG 씽큐는 39.4%로 2위를 기록했다. 양사의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비율도 19.9%로 집계됐다. 이는 통신사 서비스(26.5%)나 건설사 내장 서비스(19.1%) 등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양사의 연결 플랫폼은 2022년을 기점으로 발전 방향성을 ‘개방형 생태계’로 전환하며 이용자를 더욱 끌어모았다. 삼성전자는 당시 HCA(Home Connectivity Alliance)가 발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HCA는 세계 가전업체들이 스마트홈 생태계 확대를 목적으로 만든 협의체다. LG전자 역시 비슷한 시기에 HCA 의장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 기업은 HCA 표준 기술을 통해 브랜드와 상관없는 연동성을 제공하겠단 취지로 협업하고 있다. 양사는 또 IoT 국제 표준인 ‘메터’(MATTER)를 자사 제품에 순차 적용하면서 사업 외연을 지속해 넓히는 중이다.
삼성전자 스마트싱스 생태계는 이에 따라 현재 약 330개 브랜드의 3600여 종 제품이 들어올 정도로 커졌다. 이용자 수도 3억명을 돌파했다. 회사는 최근 스마트싱스에 에너지 관리 기능을 덧붙이는 등 생태계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스마트싱스 에너지’(SmartThings Energy) 서비스는 세계 97개국에서 601만명이 사용 중이다.
양사는 연결 플랫폼뿐 아니라 가전 기능도 스마트홈 구축에 적합한 방향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서버 연결 없이 기기 자체적으로 AI 기능을 수행하는 기술)를 가전에 접목하면서 기기 자체의 편의성을 강화하고 있다. 양사는 냉장고·에어컨·세탁기·건조기·공기청정기·TV 등 올해 출시한 신제품에 AI 기능을 접목했다. 사실상 모든 제품에 AI를 적용하고 있단 뜻이다.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나 사용자·주택 환경 등을 인식한 기능 제어와 같은 편의 서비스가 AI를 통해 동작된다.
생태계 확장 방점 ‘B2B’
삼성전자·LG전자는 올해 특히 그간 쌓아온 스마트홈 구축 역량을 토대로 기업간거래(B2B) 시장 공략에 팔을 걷어붙인 모습이다. 건설사와 협업해 시공부터 ‘사용자 관점’으로 편의 기능을 마련하는 식이다. 전통적인 소비자향(B2C) 가전 판매 방식을 스마트홈 시장 확대에 맞춰 기업향으로 전환, 신규 매출을 창출하겠단 취지다.
양사의 이런 전략 아래 연결 플랫폼도 새로운 옷을 입고 있다. 소비자 가전에 국한된 ‘적용 범위’를 플랫폼 사업자·기기 제조사·건설사 등을 모두 아우르는 솔루션으로 전환하겠단 포부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의 기업용 버전인 ‘스마트싱스 프로’(SmartThings Pro)를 6월 초 공개하며 해당 전략을 본격화했다. LG전자 역시 씽큐를 기업용 솔루션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의 이런 변화에 시장 반응도 뜨겁다. 삼성전자가 지난 4월 미국 건설사 ‘클레이턴 홈 빌딩 그룹’과 생활가전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한 점이 대표적 사례다. 클레이턴사가 신규 공급하는 주택에 와이파이 기반의 스마트 기능을 장착한 삼성전자의 키친 패키지가 설치된다. 5월에는 국내 수주 소식을 내놨다. 회사는 시행사 디에이치프라프티원과 2024년형 AI 시스템에어컨을 ‘그란츠 리버파크’에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LG전자는 씽큐를 통해 단지에 구축된 엘리베이터·조명 등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기능을 더욱 확장해 기존 아파트 단지를 포함해 올해 300여 개 단지 20만 세대 이상으로 B2B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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