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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해상운임 3400선 돌파…‘석화·철강·중기’ 직격탄

SCFI, 2022년 8월 이후 처음 3000선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가뭄 등 다양한 요인 작용
석화·철강·중기 하반기 전망도 흐려져

화물선들이 하역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 AP=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글로벌 해운 운임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홍해 사태 장기화와 파나마 운하 가뭄, 미국의 대 중국 관세 부과 등이 영향을 미치면서 운임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문제들은 단기간 해결되기 쉽지 않아 화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3475.60으로 집계됐다. 해운 운임은 최근 1년 새 급격히 뛰었다. 2023년 3월 24일 기준 908.35에 불과했으나, 올해 1월 12일 2206.03을 기록하며 두 배 가까이 올랐다. 

SCFI가 3000선을 넘어선 시기는 지난 5월 31일이다. 이날 SCFI는 3044.77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시기였던 지난 2022년 8월 이후 처음으로 3000선을 넘어섰다. 이후 지난 21일까지 계속해서 3000선을 유지하고 있다.

SCFI가 이처럼 강세를 보인 배경으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이 지목됐다.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는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진입하는 관문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 예멘 친이란 후티 반군이 홍해 상선을 공격함에 따라 사실상 막힌 상태다.

지난 14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지난해 11월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하마스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7개월 넘게 공격을 감행하면서 홍해 사태가 장기화되자 상선들은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크게 우회하는 실정이다.

북미와 남미를 잇는 파나마 운하 가뭄도 문제다. 파나마 운하 운영 당국은 극심한 가뭄으로 물의 양이 부족해지자 통과 허용 선박 수를 줄였다. 현재 파나마운하청은 하루 평균 32척을 통과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22척 안팎까지 줄었던 지난해 연말과 비교하면 많이 증가한 수치지만, 여전히 정상화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대기 시간과 통행료도 모두 늘어났다. 최근에는 미국 동부와 동남부 항만 노동자들이 가입한 노동조합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가 파업 방침을 밝혀 화주들의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파나마운하청은 하루 평균 32척을 통과시키고 있고, 10월에는 기존의 일평균 36척의 통행량을 회복할 것”이라며 “강수량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높아 연말까지는 일부 통행 차질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중군 간 무역 갈등도 운임 상승에 한몫한다. 업계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철강 ▲반도체 등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대폭 인상하기로 하자 일부 중국 기업들이 수출 물량을 확대함에 따라 해상운송 수요가 늘어난 점도 해상운임 압박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복합적인 요인으로 세계 해운 운임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하자 ‘팬데믹 물류대란’이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노르웨이 화물분석 업체인 제네타 자료를 인용해 2TEU(40피트짜리 표준 컨테이너 1대)를 중국에서 유럽으로 운송하는 비용이 지난 10월 평균 약 1200달러(약 166만원)에서 최근 약 7000달러(약 971만원)로 급등했다고 전했다.

이는 공급망이 차질을 빚던 2021년 말 기록한 최고치 1만5000달러(약 2082만원)보다는 낮다.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통상적인 가격과 비교하면 약 5배에 달한다.

태평양 횡단 요금도 비슷한 규모로 오른 상황이다. 중국 상하이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까지 2TEU를 운송하려면 6700달러(약 929만원) 이상, 상하이에서 뉴욕까지 운송은 거의 8000달러(약 1110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2000달러(약 277만원) 수준에 그쳤다.

해상 운임 상승 국내 여파는

수출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철강 업계의 하반기 전망은 흐리다. 해운운임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되면서 업계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해상운임은 석유화학업체들의 수익성을 저해하는 핵심 비용 중 하나로 꼽힌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수출로 얻는 까닭이다.

앞서 2022년 1분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으로 인해 발생했던 글로벌 물류대란 당시 SCFI가 4500까지 오르자 국내 주요 석유화학사들의 물류비가 2배 이상 상승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 특성상 해상운임 상승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며 “지정학적 리스크 및 관세 부과 등 대외적인 변수를 국내에서 해결하기란 쉽지 않기에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철강 업계도 마찬가지다. 해운 운임 상승은 원료 수입비 인상으로 이어져 부담으로 다가온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철광석 가격은 톤(t)당 140달러(19만4110원)에 육박했다. 이후 지난 21일 기준 106달러(14만6969원)를 기록했다. 

철광업계 관계자는 “철광석과 같은 원재료 가격은 비교적 약세를 보이지만 해운 운임 상승 등 물류비 부담 증가로 인해 실질적으로 드는 비용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소기업에겐 더 큰 문제다. 장기계약이 어렵고 대기업과 비교했을 때 협상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의 경우 폭등한 단기운임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선박 적재 공간 이용 시 장기가 아닌 단발성 계약을 맺기 때문에 운임 상승의 영향이 크게 다가온다.

이에 정부는 최근 해상 운임 상승에 따라 수출입 물류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수출 선복 지원을 위해 국적선사 HMM 등을 통해 6~7월 중 임시선박 4척을 추가 투입하고, 중소기업 대상으로 전용 선적 공간을 4개 수출 주요 항로에 항차당 1685TEU 제공할 방침이다. 아울러 하반기 인도되는 신조 컨테이너선 7척도 차질 없이 투입할 계획이다.

이밖에 중소 수출기업의 물류비 부담 경감을 위해 수출바우처 하반기 지원분 202억원을 조기 집행한다. 무역보험 특별지원 대상·기간도 확대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출입 물류 비상대응반 등을 통해 해상 운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수출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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