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차이나’의 진화[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프리미엄 강화로 기조 바꾼 중국 브랜드
韓 브랜드, 혁신과 변화로 도전 극복해야
[허태윤 칼럼니스트]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며 저가 제품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중국이 ‘프리미엄 브랜드의 산실’로 탈바꿈하고 있다. 중국이 여러 산업군에서 우리와 경쟁 관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단순하게 볼 일은 아니다. 중국의 브랜드 사업 기조가 ‘밸류 포 머니’(Value for money)에서 ‘프리미엄’(Premium)으로 변한다는 부분은 국내 브랜드들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세계시장서 존재감 키우는 中 브랜드
이 변화의 실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로봇청소기 시장이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이미 중국의 로봇청소기 브랜드 ‘로보락’은 매우 유명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시장에서 이름조차 생소했던 이 중국 브랜드는 삼성·LG전자 등을 제치고 국내 프리미엄 로봇청소기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로보락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한국 소비자들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했다.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한국의 주거문화에서 물걸레 청소 기능은 필수다. 그러나 기존 한국 브랜드들은 흡입과 물걸레 기능을 동시에 넣으면 악취가 난다는 이유로 이를 분리했다. 로보락은 여기서 기회를 포착했다. 냄새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흡입과 물걸레 청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가격이다. 로보락의 제품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최상위 라인보다 오히려 비싸다. 그럼에도 ‘품절 대란’이 일어날 정도로 인기다. 이는 중국 제품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완전히 뒤집는 현상이다.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테무·쉬인과 같은 중국 플랫폼들이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것. 특히 이들 브랜드들은 마동석이나 탕웨이 등 유명 광고모델을 통해 단순 가성비 제품 판매를 넘어 ‘브랜드 리포지셔닝’(새로운 이미지로 자리매김)에 나서는 분위기다.
알리가 국내에 축구장 25개 규모의 통합 물류센터를 구축하겠다는 발표 역시 브랜드 재구축의 의도로 보인다. 최근 알리는 입점·거래 수수료를 무료화 하며 신선식품 판매도 시작했다.
이 같은 중국 브랜드의 약진은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샤오미·오포·비보와 같은 IT브랜드와 하이얼·TCL 같은 가전산업을 중심으로 이미 시작됐다.
그런데 최근 미국·러시아·중국 간의 패권 경쟁은 새로운 양상을 만들고 있다. 특히 러시아 시장의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한때 삼성·LG전자가 장악했던 이 시장에서 이제는 중국의 하이얼·샤오미·하이센스와 같은 중국 브랜드들이 자리를 꿰찼다.
러시아 에프플러스 그룹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이미 하이얼은 러시아 냉장고 시장의 15.1%, 세탁기 시장의 16.1%를 점유하며 1위를 차지했다. TV 시장에서도 중국 브랜드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22년 1~9월 TV시장 점유율 1~3위는 하이얼(11.5%)·샤오미(8.3%)·하이센스(6.6%) 순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러시아 시장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중국기업들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는 주요 기업들의 해외 증시 상장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다이소를 모방한 중국 라이프 스타일 유통업체 ‘미니소’는 지난 2000년에 이미 나스닥에 상장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중국의 대표적인 화장품 브랜드 ‘퍼텍트 다이어리’의 모기업인 ‘이셴 E-커머스’가 나스닥에 입성했다. 이 기업의 경우 한때 시가총액이 150억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또한 중국의 장난감 기업 팝마트(Pop Mart)는 2020년 12월 11일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당일, 시가총액이 1000억 홍콩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차이나의 도전, 우리의 대응은
이러한 중국 브랜드들의 성공 뒤에는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 과감한 경영 혁신, 그리고 14억 인구를 자랑하는 거대한 내수 시장이 자리한다. 기업들은 거대한 내수 시장 덕분에 신 사업 추진에 있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다.
중국 브랜드의 진화는 한국 브랜드들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일본 브랜드들은 한국 브랜드의 도전으로 몰락을 길을 걷고 있다. 다만 삼성·LG·쿠팡 등 한국 브랜드들이 일본의 소니·도시바·샤프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특히 중국은 14억 인구의 내수 시장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더해져 우리보다 시장을 키우기 더 유리한 상황이다.
중국 브랜드의 반란은 이미 현실이 됐다. 우리는 이 도전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까.
우선 ‘메이드 인 코리아’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현재 K-컬처는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전 세계에서 우리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용성이 높은 상태다.
기술력을 결합한 독특한 브랜드 스토리를 개발하고 이를 통한 중국 브랜드와 차별화된 프리미엄 이미지를 글로벌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한 한국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강점을 재점검하고 핵심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기술 혁신, 디자인 우수성, 품질 관리 등 한국 제품이 가진 고유의 가치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특히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리더십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한국 브랜드들은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과감한 혁신과 변화가 필요하다. 기존의 성공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자기 혁신과 도전을 통해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차이나 브랜드의 반란은 위협이지만, 동시에 한국 브랜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한국 브랜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강력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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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서 존재감 키우는 中 브랜드
이 변화의 실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로봇청소기 시장이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이미 중국의 로봇청소기 브랜드 ‘로보락’은 매우 유명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시장에서 이름조차 생소했던 이 중국 브랜드는 삼성·LG전자 등을 제치고 국내 프리미엄 로봇청소기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로보락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한국 소비자들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했다.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한국의 주거문화에서 물걸레 청소 기능은 필수다. 그러나 기존 한국 브랜드들은 흡입과 물걸레 기능을 동시에 넣으면 악취가 난다는 이유로 이를 분리했다. 로보락은 여기서 기회를 포착했다. 냄새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흡입과 물걸레 청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가격이다. 로보락의 제품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최상위 라인보다 오히려 비싸다. 그럼에도 ‘품절 대란’이 일어날 정도로 인기다. 이는 중국 제품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완전히 뒤집는 현상이다.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테무·쉬인과 같은 중국 플랫폼들이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것. 특히 이들 브랜드들은 마동석이나 탕웨이 등 유명 광고모델을 통해 단순 가성비 제품 판매를 넘어 ‘브랜드 리포지셔닝’(새로운 이미지로 자리매김)에 나서는 분위기다.
알리가 국내에 축구장 25개 규모의 통합 물류센터를 구축하겠다는 발표 역시 브랜드 재구축의 의도로 보인다. 최근 알리는 입점·거래 수수료를 무료화 하며 신선식품 판매도 시작했다.
이 같은 중국 브랜드의 약진은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샤오미·오포·비보와 같은 IT브랜드와 하이얼·TCL 같은 가전산업을 중심으로 이미 시작됐다.
그런데 최근 미국·러시아·중국 간의 패권 경쟁은 새로운 양상을 만들고 있다. 특히 러시아 시장의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한때 삼성·LG전자가 장악했던 이 시장에서 이제는 중국의 하이얼·샤오미·하이센스와 같은 중국 브랜드들이 자리를 꿰찼다.
러시아 에프플러스 그룹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이미 하이얼은 러시아 냉장고 시장의 15.1%, 세탁기 시장의 16.1%를 점유하며 1위를 차지했다. TV 시장에서도 중국 브랜드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22년 1~9월 TV시장 점유율 1~3위는 하이얼(11.5%)·샤오미(8.3%)·하이센스(6.6%) 순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러시아 시장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중국기업들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는 주요 기업들의 해외 증시 상장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다이소를 모방한 중국 라이프 스타일 유통업체 ‘미니소’는 지난 2000년에 이미 나스닥에 상장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중국의 대표적인 화장품 브랜드 ‘퍼텍트 다이어리’의 모기업인 ‘이셴 E-커머스’가 나스닥에 입성했다. 이 기업의 경우 한때 시가총액이 150억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또한 중국의 장난감 기업 팝마트(Pop Mart)는 2020년 12월 11일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당일, 시가총액이 1000억 홍콩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차이나의 도전, 우리의 대응은
이러한 중국 브랜드들의 성공 뒤에는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 과감한 경영 혁신, 그리고 14억 인구를 자랑하는 거대한 내수 시장이 자리한다. 기업들은 거대한 내수 시장 덕분에 신 사업 추진에 있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다.
중국 브랜드의 진화는 한국 브랜드들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일본 브랜드들은 한국 브랜드의 도전으로 몰락을 길을 걷고 있다. 다만 삼성·LG·쿠팡 등 한국 브랜드들이 일본의 소니·도시바·샤프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특히 중국은 14억 인구의 내수 시장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더해져 우리보다 시장을 키우기 더 유리한 상황이다.
중국 브랜드의 반란은 이미 현실이 됐다. 우리는 이 도전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까.
우선 ‘메이드 인 코리아’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현재 K-컬처는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전 세계에서 우리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용성이 높은 상태다.
기술력을 결합한 독특한 브랜드 스토리를 개발하고 이를 통한 중국 브랜드와 차별화된 프리미엄 이미지를 글로벌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한 한국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강점을 재점검하고 핵심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기술 혁신, 디자인 우수성, 품질 관리 등 한국 제품이 가진 고유의 가치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특히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리더십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한국 브랜드들은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과감한 혁신과 변화가 필요하다. 기존의 성공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자기 혁신과 도전을 통해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차이나 브랜드의 반란은 위협이지만, 동시에 한국 브랜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한국 브랜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강력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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