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필리핀서 유기농 바나나 키운다” 예천 출신 고범림 대표의 인생 2막
- 30년 토목 인생 접고, 유기농 바나나 농장주로 변신
현지 생명공학기업과 함께 유기농 글로벌 시장 도전

경북 예천 출신인 고 대표는 지난해 8월부터 아시아 바나나 수출 시장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바나나 최대 생산국인 필리핀에서 농장 운영에 매달려오고 있다. 바나나 재배를 통해 '인생 2모작'을 개척하고 있다.
30년간 대기업 토목 회사에 다니며 서울과 대구, 부산 등지에서 활동한 그는 국내 과일시장에서 1∼2위를 다툴 정도로 시장 자체가 큰 바나나에 관심을 두게 됐다. 고 대표는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는 바나나를 재배해 국내에 수출하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며 바나나 농사에 도전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태풍에 취약한 바나나를 대량 재배하기 위해 고심 끝에 필리핀 남쪽 민다나오섬의 최대 도시 다바오를 택했다.
고 대표는 지난해 10월 현지 직원 25명과 함께 처음으로 약 21만㎡ 규모 농장에 바나나 모종을 심었다. 땅에 심은 바나나 모종은 약 8개월 정도부터는 커서 숲을 이루고, 꽃을 피워서 열매를 맺는다. 거의 다 키워도 안심할 수 없다. 바나나는 층층이 여러 송이의 열매가 자라서 크기가 커질수록 아래 있는 바나나를 누르며 상처가 날 수 있어서다. 그는 "바나나 송이 사이에 비닐을 씌워서 상처가 입지 않게 방지해 주는 일명 쏙쏙 작업은 매일 사다리를 들고 미로 같은 바나나 농장을 누비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592개 상자(20t)의 바나나를 수확한 것이 그의 첫 결실이다. 고 대표는 "다바오에는 태풍과 지진, 화산이 없어서 자연재해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면서 "일정한 기온과 비옥한 토양, 풍부한 강수량 덕분에 연간 770만개 상자(약 1040t)는 무난히 수확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고 대표에게 바나나는 다국적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1960년대부터 델몬트, 돌, 스미후루 등 글로벌 식품기업의 점유율이 높다. 이들 거대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규모가 작은 업체가 선택한 전략은 바로 ‘고품질 바나나’다. 이런 선택에는 다국적 농업기업인 마스만 드라이스데일(Marsman-Drysdale)의 도움이 컸다. 현지 지인의 도움으로 조직 배양 실험실과 종묘장을 보유한 마스만 드라이스데일와 협약을 체결하고 필리핀 자체 직영 협업 투자농장을 설립한 것이다.
고 대표는 "치명적인 곰팡이병(파나마병)이 전 세계 상업용 바나나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품종인 캐번디시 바나나를 멸종 위기로 내몰고 있어서 바나나 농장 운영을 결정하기까지 고민도 많았다"며 "병충해 예방과 관리로 인한 높은 생산성과 우수한 품질 등 마스만 드라이스데일이 가진 기술력은 캐번디시 바나나를 유기농으로 재배할 수 있는 능력을 더욱 향상시켰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유일하게 생명 공학 연구 부서를 갖춘 마스만 드라이스데일은 이미 자체 연구개발(R&D)을 통해 바나나 보호와 영양을 위한 생물학적 제제를 개발했다. 시가토카 방제(BIOSEB), 토양 생물비료(BIOFERTILIZER), 총채벌레 방제를 위한 바이오 살충제(PALTAN), 곰팡이 기반 생물학적 선충제(BIOPAC) 등이 대표적이다.
고 대표는 "1950년 다바오에 있는 7500ha 규모 아바카 바나나 농장이 모자이크 바이러스병으로 흉작을 겪었지만, 생명공학을 통한 다양한 연구개발로 병충해를 이겨내면서 지금은 ha당 수확량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바뀌었다"며, "20년 후에는 이 땅을 더 비옥한 땅으로 만들어 현지인들에게 되돌려주고 싶다. 고품질의 프리미엄 바나나, 더 안전한 바나나를 생산하겠다"고 말했다.
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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