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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자산만 10조’ 블랙록은 왜 가상자산에 주목하나 [김기동의 이슈&로]

‘금융계 큰손’ 래리 핑크의 넥스트는 ‘가상자산’
美 가상자산 정책 변화 주목…韓의 대책은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사진 로이터/연합뉴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2024년 1월 10일 새해 벽두부터 등장한 ‘깜짝 뉴스’에 전 세계 금융시장과 디지털자산 업계가 들썩였다. 글로벌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이 이뤄졌다. 가상자산이 기존 금융 시스템 안에서 거래됨에 따라 기관자금의 유입은 물론, 일반투자자의 접근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가상자산 시장과 전통 금융 시장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가상자산 태도 바뀐 블랙록, 왜?

비트코인 현물 ETF는 투자자들이 직접 비트코인을 보유하지 않고도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상품이다. 그동안 많은 자산운용사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이 극심한 가격 변동성과 시장 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놨다. 

하지만 블랙록은 달랐다. 블랙록은 승인 신청서에서 시장 조작 방지를 위한 강력한 내부 통제와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조했고, 나스닥(NASDAQ)과의 파트너십으로 거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SEC를 움직여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로부터 4개월 뒤에는 이더리움 현물 ETF도 승인받았다. 비트코인보다 승인받기 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을 뒤집은 셈이다.

그 중심에는 래리 핑크(Larry Fink) 블랙록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래리 핑크는 원래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에 부정적이었다. 2017년 가상자산 호황기 속에서도 ‘비트코인은 대표적인 자금세탁 수단’이라며 폄하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2년 초 주주서한을 통해 “고객들의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스테이블 코인(법정화폐 가치를 추종하는 가상자산)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부정적 입장이 변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그 후 블랙록은 스테이블 코인 기업 ‘서클인터넷파이낸셜’의 4억 달러 펀딩 라운드에 참여했다. 또 미국 기관 고객을 위한 최초의 현물 비트코인 상품인 ‘프라이빗 트러스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로 꼽히는 ‘코인베이스’와 파트너십까지 발표했다. 

블랙록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산운용사다. 2024년 1분기 기준 약 10조5000억 달러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국내총생산(GDP)보다 자산규모가 크다. 블랙록은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엔비디아·구글과 같은 기술 대기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기업 경영의 화두가 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개념도 블랙록이 투자의 조건으로 기업들에 요구하면서 정립됐다.
  
래리 핑크는 전통 금융시장의 재편까지 모색하고 있다. 앞으로 채권·주식·부동산 등 모든 자산을 토큰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이를 위한 상품을 출시하고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모았다. 모든 자산의 토큰화는 기존 금융 시스템을 혁신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전통 자산의 거래가 가능해질 것으로 시장은 기대한다. 

이처럼 영향력이 큰 블랙록의 가상자산에 대한 태도 변화에 전 세계인은 주목하고 있다. 오랜 기간 전통 금융시장과 혁신 금융기술의 융합을 이끌어온 ‘금융계의 큰손’ 래리 핑크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이끌어 낸 과정은 그가 미래 금융시장에 대해 가지고 있는 비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제도권 수용국가 느는데…아쉬운 韓 현실

미국 대선에서도 가상자산은 뜨거운 이슈다. 공화당 측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면서 친(親)가상자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간 강경책을 펼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기조를 완화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에 그의 정치적 결단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6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처리됐다. [사진 연합뉴스]

최근 미국 하원은 ‘21세기 금융 혁신 및 기술법’(FIT21)이라고 불리는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승인했다. 가상자산을 상품으로 규정하기 위한 가이드 등 시장 친화적인 내용을 골자로 하는 최초의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다. 공화당이 주도한 이 법안에 민주당 의원 중 71명도 당파를 넘어 찬성표를 던졌다. 미국 국회의원들이 가상자산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금융시장 흐름 속에서 영국·홍콩·호주 등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수용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아쉽다. 지난해 6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7월 19일부터 시행된다. ‘1단계 입법’으로 불공정 거래행위에 초점을 맞춘 법안을 우선 마련한 것이다. 

가상자산의 발행·유통 및 자금조달 사업자 규제 등은 ‘2단계 입법’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결국 지난 국회에서 이를 처리하지 못했다. 이제 우리는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의 융합이 어떻게 글로벌 금융 시장을 재편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지 주목해야 한다. 블랙록과 래리 핑크의 다음 행보에 대해 그래서 더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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