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국내 넘어 해외로…한화오션 vs HD현대중공업 충돌 어디까지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사업 두고 경쟁 중
10조 규모 호주 호위함 사업서도 맞붙어
폴란드 ‘오르카 프로젝트’서도 마주해
‘유지·보수·정비’ 사업에서도 맞대결

HD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 [사진 HD현대중공업]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7조 5000억원 규모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해외에서 다시 맞붙었다. 대결 장소는 호주와 폴란드, 미국이다. 이들의 경쟁은 멈출 줄 모른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수주 경쟁을 넘어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서도 마주했다. 

13조 5000억원 규모 격전지 호주·폴란드

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호주 정부는 최근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미쓰비시중공업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 ▲스페인 나반티아 등 5개 조선업체에 건조계획안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호주 해군은 이를 바탕으로 평가 과정을 거친 뒤 내년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한다.

호주 정부가 10년 동안 투자 하는 금액은 약 111억 호주달러(약 10조1479억원)다. 호주는 호위함 11척을 구매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호주는 호위함과 전투함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사업에 선정된 사업자는 자국에서 3척을 건조해 2030년까지 호주로 인도해야 한다. 나머지 8척은 호주 현지 조선사와 협력해 생산한다.

업계는 유력한 경쟁 후보로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을 지목했다. 지난 2019년 미쓰비시중공업은 일본 정부로부터 3900톤(t)급 수상전투함 모가미급 호위함을 수주해 인도한 경험이 있다. 아울러 미국 무기를 주로 탑재한 군함을 생산하고 있다. 호주 해군이 보유한 미국산 무기체계와의 높은 호환성이 큰 장점이라는 평가다.

이번 사업을 위해 미쓰비시중공업은 미쓰이중공업과 ‘원팀’을 이뤘다. 일본 정부도 미쓰비시중공업이 수주를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일본 정부는 호주 정부를 상대로 치열하게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일본은 미국·호주·영국의 군사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각각 입찰에 참가할 전망이다. 이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점을 어필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충남급 호위함(3600t), 한화오션은 대구급 호위함(3100t)이 주력 함정이다. 

통상 ▲충남급 호위함은 1척에 4000억원 ▲대구급 호위함은 1척에 3400억원 ▲일본 모가미급 호위함은 1척에 500억엔(약 4400억 원) 규모다. 호주 정부가 책정한 예산에 따라 호위함 1척 가격은 10억 호주달러(약 8700억 원)를 초과해선 안 된다. 해외 모델을 호주 현지에서 건조할 할 경우 가격이 약 2배로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호주 국방부가 추산한 예산 범위를 충족하는 함종은 충남급과 대구급, 모가미급뿐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폴란드에서도 경쟁을 피하지 못했다. 호주에서 한 차례 맞붙은 이들은 폴란드 해군의 현대화 사업 ‘오르카(Orka)’ 잠수함 건조 프로젝트에서 나란히 출사표를 던지며 또다시 마주하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폴란드 정부는 해군 현대화 사업인 ‘오르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오르카 프로젝트는 해군에서 운용할 잠수함 3척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규모는 약 3조3500억원에 달한다. 폴란드는 이르면 이달 상위 3개 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수주전에는 ▲프랑스 ▲독일 ▲스웨덴 ▲스페인 등 유럽의 잠수함 강호들이 참여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이들과 경쟁한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일(현지 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국제 해양 안보 포럼’에 참가해 각 사가 보유한 기술력을 홍보하는데 집중했다. 국제 해양 안보 포럼은 매년 바르샤바에서 개최되는 폴란드 최대 해양 안보 콘퍼런스다.

한화오션은 해외사업단 박성우 상무가 ‘잠수함 운용 개념 및 교육훈련 분야’에 대한 발전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승조원 전비태세 유지 프로그램’ 제안을 통해 폴란드 측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폴란드 ‘오르카 잠수함’ 건조 중 승조원의 전투준비태세 유지를 가능하게 한다.

아울러 정승균 한화오션 해외사업단장 부사장은 주재국 외국 대사, 폴란드 해군 등 주요 인사가 참석한 패널 토론에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정 부사장은 현지화 및 기술이전 그리고 수리와 정비 지원 방안에 관해 상세히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도 해당 포럼에 참가해 ‘폴란드 해군 현대화를 위한 방위산업 발전방안’ 세션에서 발표 및 패널 토론에 참가해, 폴란드의 해양 안보 과제와 해군 및 방위산업체 발전을 위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HD현대중공업은 폴란드 ‘오르카 프로젝트’에 참여 의향서를 낸 세계 11개 조선업체 중 유일하게 3000톤(t)급 잠수함(KSS-Ⅲ PL)과 2000톤급 개발 잠수함(HDS-2300) 등 두 가지 플랫폼을 동시에 제안했다.

필리 조선소 전경. [사진 한화그룹]

수주 경쟁 넘어 ‘MRO’도 동시 겨냥

한화오션은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위치한 필리 조선소의 지분 100%를 1억달러(약 1390억원)에 인수했다.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보함에 따라 약 20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평가받는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의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앞서 지난 4월 HD현대중공업은 필리 조선소와 함께 미국 정부가 발주하는 함정과 관공선에 대한 MRO사업과 관련된 업무 협약(MOU)을 맺은 바 있다. 협약에는 HD현대중공업이 필리 조선소의 함정 설계를 지원 및 유지·보수에 필요한 자재를 공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한화오션이 필리 조선소 인수에 나서면서 해당 업무 협약은 무산될 전망이다.

양사가 필리 조선소를 두고 경쟁하는 이유는 필리 조선소가 미국 사업 진출을 위한 첫 단추인 까닭이다. 미국은 연안무역법(Jones Act)을 통해 자국에서 건조 및 개조된 선박으로만 미국에 해상운송 권한을 등록한다. 아울러 미국 국적 선원이 승선한 선박에 한해 미국 연안 운송권을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본토 소재의 조선소를 교두보로 확보한 것은 태평양 7함대 뿐 아니라 전체 미 해군의 함대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재 수주잔고에는 군함이 없으나, 당장 건조 및 수리작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알려진 미 해군의 상황을 고려하면 수리사업 등의 일감을 확보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 최초 미국 조선업 진출을 통해 미국 상선 및 방산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며 “미국은 해군력 강화가 필요했으나, 미국의 조선업 낙후로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의지를 표명했는데, 이번 인수를 다양한 시너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손가락 해명 후 '또 손가락'....섣부른 개인 해명이 더 불 지핀다

2성공한 12인의 비밀...최인석 레페리 의장이 추천하는 책

3세계 유학의 메카, 이것이 한국교육의 개혁이다

4‘합격률 단 16%’…보험업 ‘필수 인력’ 손해사정사, 그들은 누구?

5이슈로 보는 CEO 국감 소환…안 끝난 티메프 사태, 계속되는 배달앱 수수료 논란

6‘쩐의 전쟁’ 아닌 ‘경영 능력 경쟁’

7텔레그램이 보여준 게임의 새로운 미래

8제2의 두바이 초콜릿 온다...편의점업계, 치열한 디저트 전쟁

9"이러니 철밥통 소리 듣지"...LH, 무단결근 1년 직원에 8000만원 줬다

실시간 뉴스

1손가락 해명 후 '또 손가락'....섣부른 개인 해명이 더 불 지핀다

2성공한 12인의 비밀...최인석 레페리 의장이 추천하는 책

3세계 유학의 메카, 이것이 한국교육의 개혁이다

4‘합격률 단 16%’…보험업 ‘필수 인력’ 손해사정사, 그들은 누구?

5이슈로 보는 CEO 국감 소환…안 끝난 티메프 사태, 계속되는 배달앱 수수료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