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감에 짓눌린 세탁특공대를 위한 변론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스타트업 특성 이해하지 못한 언론 보도 아쉬워
창업 10년 차 세탁특공대…누적 투자액 277억, 꾸준히 성장
[최화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연구원] 지난 4월 공중파 뉴스에 국내 스타트업 ‘워시스왓’이 소개되었다. 워시스왓은 비대면 세탁 서비스 ‘세탁특공대’를 운영하는 회사이다. 2015년 국내 최초로 모바일 앱으로 소비자들의 세탁물을 수거한 뒤 집 앞까지 돌려주는 서비스를 시도해 창업 당시 큰 화제가 되었다. 이후 비대면 세탁 시장이 커지면서 회사는 급성장해 2023년 기준 관련 분야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뉴스의 요지는 세탁특공대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 제기였다. 일부 소비자들이 배송 지연과 옷감 손상을 경험하고 언론사에 제보한 것이다.
특별한 것이 없는 내용이었지만 해당 뉴스는 부적절한 정보 전달과 방식으로 스타트업계 내부에서 이슈가 되었다. 기업 고발 보도에서는 드물게 기업명이 그대로 노출돼 버렸다. 스타트업 대표가 인터뷰를 통해 얼굴을 드러내고 직접 사과했다는 점도 의외였다. 더욱이 해당 스타트업이 자본 잠식에 처해 있다는 소식으로 뉴스가 마무리되는 형식도 논란거리였다.
보도가 나간 지 두어 달이 지났다. 세탁특공대는 현재 어떤 상황일까. 업계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세탁특공대는 피해 소비자들에게 적절한 후속 조치를 제공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더불어 자본 잠식 상황은 맞지만, 이는 운영 효율화를 위한 재투자에 기인한 것일 뿐, 당장 회사 운영이 어려울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세탁특공대는 창업 10년 차를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회사는 분기별 운영 적자와 흑자를 모두 기록하며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총 누적 투자액 규모가 277억 원에 달한 만큼 시장의 기대를 잇달아 받으며 꾸준히 성장해 왔다. 거래 관련 지표들은 지속해서 성장했고 스타트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모범 스타트업으로 평가받아 왔다.
이에 스타트업 일각에서는 일부 언론 매체가 세탁특공대를 마치 고질적인 고객 응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내일이라도 당장 폐업할 것처럼 기술한 점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세탁특공대 보도에 더하고 싶은 내용
언론은 시장과 소비자의 목소리를 투명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세탁특공대는 겨울철이 지나자 봇물 터지듯 밀려드는 세탁물 수요를 예측하지 못해 고객 응대가 부실했다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시장과 고객은 이를 단순한 경영 실수 이상으로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스타트업 산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세탁특공대의 입장을 약간은 옹호하고 싶다.
세탁특공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을 아우르는 스타트업이다. 일종의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사업) 플랫폼 사업자이다. 플랫폼 스타트업이 창업 첫해부터 매출과 이익을 내는 사례는 거의 없다.
실리콘 밸리에 소재한 대표적인 O2O 스타트업들이 좋은 예시이다. 차량 공유 스타트업 우버(Uber)는 작년에 첫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2009년에 설립되었으니 창업 15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 셈이다. 글로벌 숙소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Airbnb)는 2008년 창업한 이래로 오늘날까지 연간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두 기업 모두 성장성과 잠재성을 인정받아 각각 뉴욕증시와 나스닥에 상장되었다.
국내 스타트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내 대표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10년 설립 이후 2016년 첫 영업 흑자를 기록했다. 우아한형제들은 2019년 독일 스타트업 딜리버리히어로에 무려 4조원이 넘는 금액에 매각되었다.
앞서 언급한 국내외 스타트업들은 창업 후 몇 년 동안 매년 적자에 허덕이다 흑자로 전환했다. 일부 스타트업들은 여전히 연간 운영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모두 실패한 기업일까. 오히려 시장은 이들을 모두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한다. 대부분 O2O 스타트업들은 창업 초기 영업 적자를 경험한다. 이는 업종 특성상 모객 활동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이 시기에 발생한 매출액과 외부에서 유치한 투자금을 전부 사업에 재투자한다.
세탁특공대도 비슷한 이유로 현재 경영난에 빠져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세탁 공장 증설과 물류망 확보에 계속 투자가 필요했을 것이다. 관련 시장 1위 업체이기는 하지만 작은 조직으로 운영하는 스타트업이기에 계절에 따라 변동성이 높은 세탁물 수요에 즉각 대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늘날 많은 스타트업들이 그러하듯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금리로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며 후속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을 수도 있다.
언론의 렌즈는 서비스 문제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었고, 세탁특공대가 속한 업의 특성을 함께 전하지는 못했다. 아마도 스타트업 산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정보가 부족했던 보도 내용에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 아닐까.
세탁특공대 생존을 응원하는 이유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0년 기준 국내 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은 33.8%이다. 북미 스타트업 현장 관계자들은 스타트업 5년 생존율을 10% 이하로 내다보고 있다. 짐작건대 스타트업 10년 생존율은 그보다 한참 낮을 것이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건강함은 스타트업의 높은 생존율과 성공 사례의 누적으로 증명된다. 이는 수많은 스타트업 생태계 연구에서도 거듭 언급된 내용이다.
세탁특공대는 올해 창업 10년 차를 앞두고 있다. 창업자의 능력과 노력, 투자자를 포함한 관계자들의 지원, 시장 환경 등 수많은 조건을 충족해야 스타트업은 생존할 수 있다. 개별 생존 사례들은 산업계에 성공 문화를 확산시킨다. 이런 이유로 현장에서는 세탁특공대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크다.
거시적 관점에서 세탁특공대의 생존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진일보이기도 하다. 여전히 녹록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세탁특공대에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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