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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금맥, 돈이 모이는 ‘콘텐츠 IP’ [백세희의 컬쳐&로]

콘텐츠 지식재산의 활용례와 계약의 중요성

잘 만든 콘텐츠가 돈이 되는 시대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백세희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요즘 잘 나가는 드라마를 보면 ‘이건 원작이 뭘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지난봄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tvN 월화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는 김빵의 웹소설 <내일의 으뜸>을 원작으로 한다. 넷플릭스의 <지옥>, <이두나!>, <살인자ㅇ난감>, <마스크걸> 등 드라마를 즐겨 보지 않는 이들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작품들은 모두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바야흐로 장르적 확산의 시대다. 웹툰 또는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 제작은 지상파, 종편,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가리지 않는다.

잘 만들어진 ‘이야기’의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이 실제 성공 사례로 속속 증명되자, 하이브와 같은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역시 자체적인 스토리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야기를 만들고, 여기에 엔하이픈, 르세라핌, 엔팀 등 어울리는 아티스트들이 캐릭터로 등장하는 등 이야기와 아티스트가 상호 협력하는 구조다. 이야기의 문화산업적 활용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 같다.

콘텐츠 IP는 저작권과 상표권을 중심으로 하는 지식재산의 다발

이야기, 즉 콘텐츠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이익은 IP(지식재산권)의 처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성공을 반신반의하며 단칸방에서 만들어 낸 나의 이야기가 무궁무진한 광맥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콘텐츠 IP’를 손에 꼭 쥐고 있는지부터가 시작이다.

어지간하면 손에 꼭 쥐고 있어야 할 만큼 중요한 것이라는 느낌은 든다. 그렇지만 콘텐츠 IP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려니 막막하다.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콘텐츠 IP는‘특정 콘텐츠를 여러 장르로 확장하고 부가 산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식재산권 다발’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다발’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IP 자체가 여러 가지 구체적인 권리들을 모두 포섭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콘텐츠 IP는 저작권·상표권·디자인권·특허권·퍼블리시티권 등 다양한 권리를 모두 아우른다. 그 중 가장 주요한 권리는 저작권과 상표권이다.

장르적 확산과 연결되는 저작권 문제

저작권은 장르적 확산과 관련된다. 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애니메이션을 뮤지컬로 바꾸기 위해서는 저작권법상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보유해야 한다. 만일 동화 창작자가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포함한 IP를 누군가에게 모두 넘겨줬다면 창작자는 더 이상 원작을 활용한 애니메이션·연극·뮤지컬·영화·드라마를 제작할 수도, 막대한 부가가치를 나눠 가질 수도 없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 사건은 콘텐츠 IP 중 저작권과 관련한 안타까운 사례다. 동화 <구름빵>은 2004년 처음 출간된 이후 시간이 흐르며 점차 큰 인기를 누리며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원작자인 백 작가는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에서 발생한 이익을 전혀 분배받지 못했음은 물론이고, 제작 사실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이유는 당초 출판사와 체결한 계약에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포함한 저작권재산권 일체를 출판사에 넘겨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검정고무신>의 그림 작가 이우영 씨도 위와 유사한 저작재산권양도계약으로 인한 좌절감과 스트레스를 겪었다. 이렇듯 원작자가 콘텐츠 IP를 온전히 보유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작품의 활용에 따른 부가가치를 둘러싼 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캐릭터 등 부가 산업의 창출과 연결되는 상표권 문제

상표권은 캐릭터 상품 등 부가 산업의 창출과 관련된다. 유아용 애니매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의 주인공들이 그려진 음료나 과자를 생각해보자. <포켓몬스터>는 또 어떠한가. 이처럼 콘텐츠 IP의 권리자가 완구·문구·식음료·의류 사업자에게 자신의 IP를 브랜드로써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로열티를 지급받아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바로 상표권의 영역이다. 유명한 뮤지컬이나 콘서트에서 팔리는 각종 ‘굿즈’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완구·문구 등 사업자가 콘텐츠 IP 권리자로부터 캐릭터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라이선스 형식으로 확보하는 경우가 압도적이었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블록 장난감 제조 기업인 레고 그룹은 필자가 어린이였을 때만 하더라도 디즈니 등 거대 콘텐츠 기업의 IP를 라이선스한 제품을 주로 판매했다. 

지금은 어떠한가. 레고는 ‘닌자고’, ‘레고 무비’ 등 자체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 유통함과 동시에 이에 기반한 블록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완구 제조사인 주식회사 손오공이 자회사인 초이락컨텐츠컴퍼니를 통해 ‘헬로카봇’, ‘터닝메카드’ 등의 콘텐츠를 만들어내 자체 IP를 확보했던 예가 있다. 남의 이야기를 빌려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 활용하는 것이다.

IP 계약은 비전형계약 : 중요성에 비해 법률적 사전 점검은 부실한 현실

이렇듯 콘텐츠를 잘 만들어내거나 혹은 이미 만들어져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숨은 명작을 잘만 찾아내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손에 넣는 것과도 같다. 시장에는 이미 ‘콘텐츠 IP 비즈니스 디렉터’라는 생소한 이름의 직역도 생겨났다. 일종의 ‘이야기 중개인’ 정도로 이해하면 될까? 새로운 직종이 탄생할 만큼 콘텐츠 IP가 많은 돈을 벌어줄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며 이를 둘러싼 분쟁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콘텐츠 IP 거래는 앞서 언급한 ‘구름빵 사건’을 비롯한 여러 분쟁을 반면교사로 점차 정교해지는 중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많은 당사자가 법률 전문가를 ‘사건이 터진’ 후에 찾고 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이다. 창작자 혹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아직 문제가 터지지도 않았는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비용을 지출하고 싶지 않은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일명 ‘IP 계약’은 우리 민법전에 따로 올라와 있지 않다. 매매·임대차·도급·고용 등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민법전에 주요한 내용을 미리 정해둔 ‘전형계약’과 달리 IP 계약은 ‘비전형계약’에 속한다. 무슨 의미일까? 처음부터 당사자가 정교한 합의를 해 둬야 한다는 뜻이다. IP 권리자가 정당한 권리자인지, IP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상호 간의 이해를 기초로 IP의 어떤 부분을 넘겨줄 것인지, 양도가 아닌 이용허락이라면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이용허락인지, 양도대금 혹은 수익 배분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최대한 구체적인 합의안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성공을 확신하는 창작자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씨앗 같은 내 작품이 어느 순간 거대한 원천 IP가 돼 많은 이해관계자와 엮일지는 작품을 발표하는 초기에는 알 수 없다. 창작이 골치 아픈 분쟁으로 이어지는 일을 막으려면 예방이 최우선이다. 콘텐츠 IP가 가져오는 경제적인 효과를 충분히 즐기기 위해 미리 호미질을 해두는 작은 수고를 잊지 않기를 권한다.

백세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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