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치솟는 뉴욕‧바르셀로나, 사실상 ‘에어비앤비 금지법’ 시행
[불법 판치는 에어비앤비]②
단기 임대업 탓 주택 부족 현상 심화
한국도 사정 비슷하지만, 규제 방안 없어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최근 해외에서는 단기 임대의 일종인 공유 숙박업을 금지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글로벌 공유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 영업 규제를 까다롭게 하는 게 대표적이다. 공유 숙박업소가 상대적으로 호텔보다 저렴하게 관광객에게 잠자리를 제공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상주인구의 거주 공간을 빼앗아 주택 부족 문제를 일으키는 단점이 지적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스페인 최대 도시로 꼽히는 바르셀로나는 2029년까지 에어비앤비 아파트를 모두 없애는 ‘에어비앤비 클린 도시’를 이루겠다고 선포했다. AFP통신과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바르셀로나는 몰려드는 관광객에게 집주인이 숙박용 주택을 내어주면서 거주 공간이 사라지는 주택 부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하우메 콜보니(Jaume Collboni) 바르셀로나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에어비앤비와 홈어웨이 등 공유 숙박 플랫폼에 대해 면허를 갱신해 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해당 플랫폼에는 현재 1만여 개의 아파트가 단기 임대 허가를 받아 관광객들에게 숙소를 빌려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계산해 해당 아파트에 세입자를 받을 경우 약 1만 개의 집이 시장에 나올 수 있는데, 집주인들이 해당 주택을 단기 공유 숙박업으로 이용하면서 장기 임대용 주택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관광객으로 인해 아파트 임대료가 빠르게 치솟고 시민 불편이 이어지자, 시는 이런 특단의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콜보니 시장은 “바르셀로나의 단기 임대 붐이 도시 전체의 임대료를 지난 10년간 68% 끌어올렸고, 주택 구입비용도 38% 올랐다”며 “오버투어리즘의 부정적 영향이 명백한 상황에서 많은 아파트들이 관광 용도로만 쓰이도록 둘 수 없다”고 말했다.
에어비앤비를 금지한 곳은 바르셀로나뿐이 아니다. 미국 대표 도시 중 하나인 뉴욕시는 지난해 9월 같은 조치를 시행했다. 뉴욕시는 주택 전체의 단기 임대를 금지하는 ‘단기임대등록법’으로 불리는 지방법18조를 시행했다. 에어비앤비 등 숙박 공유 플랫폼이 뉴욕시 전체 부동산값을 끌어올린다는 지적이 해당 정책을 시행하게 된 배경이 됐다.
지방법 18조 핵심은 단기 임대 사업을 하려는 개인은 당국에 신고 후 허가를 받아야만 영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주택 전체를 단기 임대할 수 없도록 하고 예약 손님 허용 인원수도 2명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또 임대 중 집주인은 해당 거주지에 계속 머물러야 한다. 규정을 위반한 집주인은 숙박당 최대 5000달러의 벌금을 물게 된다. 사실상 시에서 허가를 제한하고 까다로운 규정과 강도 높은 규정을 적용하면서 에어비앤비에서 공유 숙박업을 하는 사업자도 줄고 있다.
에어DNA의 분석에 따르면 법 시행 전인 2023년 6월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뉴욕 단기 임대 숙소는 2만 개 이상이었지만, 시행 한 달 뒤인 2023년 10월 기준 등록 숙소 수는 3000여 개 수준으로 줄었다. 불과 4개월 만에 약 80% 감소한 것이다.
원룸‧오피스텔, 공유 숙박에 이용…1인 가구 타격
한국에서도 에어비앤비가 불법 영업 창구로 이용되면서 주택 부족 문제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 1인 가구가 선호하는 소형 주택이 불법 숙박업에 활용되면서 청년들의 전월세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서울 기준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주택은 약 1만건 이상, 지자체 허가를 받은 주택은 1900여 곳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미등록 업소는 에어비앤비 같은 플랫폼에 올릴 수 없도록 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정책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지난 2023년 제21대 국회에서 당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던 이종성 국회의원은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에어비앤비 등 통신판매중개자(플랫폼 사업자) 등이 미신고 숙박업소를 온라인으로 중개하는 것을 금지하고 미신고 업소 중개 시 중개자를 처벌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행법으로는 불법 숙박업소를 적발하더라도 해당 업소를 운영한 업자는 처벌할 수 있지만, 중개자인 에어비앤비 등 플랫폼 사업자는 처벌할 근거가 없다.
일각에서는 에어비앤비가 사실상 불법 영업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자체에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사업자가 공유 숙박을 위해 주택을 내놓더라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중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지난 3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에어비앤비를 제재했지만, 불법 영업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3월 에어비앤비의 전자상거래법 위반에 대해 향후 행위 금지명령 및 이행 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는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인(호스트)의 성명‧주소‧전화번호‧사업자등록번호 등 정보를 별도의 확인·검증 절차 없이 받아 그대로 소비자에게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자의 신원정보 확인, 제공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하지만 과태료가 50만원에 불과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에어비앤비가 사업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지자체나 경찰이 불법 영업을 단속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불법 영업이 사라지면 수수료 수익이 줄어드는 에어비앤비 입장에서 사실상 현재 상황을 묵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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