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이 낮아도 직접 탐방가고 보고서를 만들어요”
[멀고 먼 독립리서치센터]③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 인터뷰
국내 독립리서치 “1인 기업 많고 사업유지 힘들어”
해외는 “셀 보고서 자유로워…유료화로 수익 창출”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증권사의 꽃이라 불리던 리서치센터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이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도 들꽃처럼 피어 있는 곳이 ‘독립리서치(IRP·Independent Research Provider)’회사다. 규모가 큰 회사를 중심으로 ‘매수’ 일색인 국내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와 달리, 스몰캡(소형주) 보고서를 비롯해 다양한 방식의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독립리서치 회사인 밸류파인더(Value Finder)의 이충헌 대표를 만나 독립리서치의 도전과 현실을 들여다봤다. 독립리서치회사는 증권사 내에 설립된 리서치센터와 달리 전문적인 보고서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독립된 회사를 말한다.
밸류파인더는 국내 독립리서치 중 최대 규모 회사로, 업계 최초로 KB증권, NH투자증권과 제휴를 맺어 증권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밸류파인더는 시가총액 5000억원 이하 스몰캡들을 직접 탐방해 기업분석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의 ‘니치마켓’(틈새시장) 니즈를 긁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코스닥 등 소형주에 관심이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밸류파인더의 보고서를 증권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공개하는 식이다.
해당 서비스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출신인 이충헌 대표가 증권사 재직 시절, 스몰캡 기업의 탐방을 거절당한 경험이 강력한 창업 니즈로 발동되면서 계기가 됐다. 이 대표는 “2023년 기준 시가총액 2000억원 미만 기업 중 1년간 보고서가 1건도 나오지 않은 기업 비율은 73.6%, 1000억원 미만은 83%에 달한다”며 “스몰캡 기업들에 대한 정보가 아직 부족한 상황이고, 이런 부분을 해결하고 싶어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스몰캡만 다루지만 향후에는 큰 종목들도 다룰 예정”이라며 “앞으로는 전반적인 투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밸류파인더는 업계 최초로 시도한 것들이 많다. 산업분석보고서, 하락 AS 보고서 등 증권사들이 하지 못하거나 안 하는 영역을 공략해 나갔다. 올해 유료화 서비스 같은 새로운 시도도 선보였다. 이 대표는 “굉장히 많은 것들을 시도했는데 올해 초에 웹툰 산업 보고서도 쓰고, 작년에는 반려동물, 자율주행 그리고 홈뷰티 디바이스 산업 보고서에 대해서 유료화를 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도에도 불구하고 공들여 분석한 보고서를 수익화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 대표는 “관련 종목들이 보고서 발표 이후에 주가가 오르기는 했었는데, 투자자들의 ‘그걸 또 돈 주고 봐야 되냐’와 같은 분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열악한 독립리서치 환경…당국 제도 도입 ‘지지부진’
우리나라는 대형 증권사 보고서들도 무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권사를 비롯해 독립리서치에서 나오는 보고서의 유료화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는 해외와는 대조적인 분위기라 더욱 사업화가 쉽지 않다. 이는 독립리서치만의 새로운 시각을 담아내거나, 일반 증권사 리서치에서 다루지 않는 영역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활동하는 데 제약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해외는 독립리서치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를 엿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우리가 리서치한 해외 독립리서치 기업은 번스타인리서치·스마트카르마·울프리서치 등의 미국회사”라며 “해외는 지적재산권(IP)에 긍정적인 문화를 갖고 있고, 기관과 연금 고객에 리서치 자료를 제공해 수익을 창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몰캡이 아니더라도 더 큰 섹터·매크로 자료들도 제공한다”며 “또 독립리서치 협회가 있고, 셀 보고서도 자유롭기 때문에 인정을 받고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독립리서치를 운영하는 이 대표의 가장 큰 고민도 확정성이다. 실제 국내 독립리서치는 1인 기업이 대부분인 데다, 사업을 접는 곳이 늘어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밸류파인더가 업계에서 제일 많은 임직원 수(6명)로 웬만한 증권사 스몰캡 리서치팀보다 인원이 많다”며 “그러나 수익성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전에도 독립리서치회사들이 많았지만 수익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라졌다”라며 “저도 처음에 6개월 이상 매주 보고서를 썼지만, 유료화나 성과가 없으면 사업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국내 독립리서치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현재 자본시장법상 독립리서치는 금융투자업이 아니라 유사투자자문업에 속한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독립리서치회사를 기본적으로 투자자문업으로 관리하며 별도의 유사투자자문업자 제도는 두고 있지 않다.
이 대표는 “처음 증권사와 협업을 맺을 때 독립리서치가 유사투자자문업자로 돼 있다 보니, ‘리딩방’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그들의 입장에서는 ‘비제도권이랑 이걸 해야 되냐’,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냐’와 같은 우려가 있었기에 서비스를 진행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었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지난해 금융당국은 독립리서치를 건전하게 육성하기 위해 제도권 내로 편입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2월 ‘2023 금융감독원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애널리스트의 성과 평가 체계 개선 등을 통해 증권사 리서치보고서의 신뢰성을 제고하고 독립리서치회사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독립리서치를 위한 금융투자업 인가 단위를 만드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새로운 단위를 만들거나 투자중개업·자문업 등 기존 단위에 넣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독립리서치회사 제도 도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이후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라며 “시장이 성장하는 데에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 반도체나 새로운 산업이 개화할 때도 다 적용되는 것”이라며 “코로나 당시 독립리서치회사들이 많이 설립됐지만 아직 시장은 개화 단계에 미치지도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여의도를 제외하면 아직 독립리서치에 대한 인지도는 높지 않다”라며 “스몰캡 기업들은 회사를 알리고 싶지만 증권사에서는 시총이 낮다는 이유로 보고서 작성을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고 언급했다. 그는 “당국의 제도적 지원을 통해 시장 규모가 커진다면 독립리서치회사들이 양질의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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