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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산업이 불러온 건설사 미래 먹거리 ‘데이터센터’…시공에서 개발까지

[건설사 ‘신사업’] ①
전 세계 데이터 사용량 급증
건설사 개발 사업 확장시 최대 58조원 시장

네이버의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 세종시 집현동 각 세종의 관제센터 전경.[사진 네이버클라우드]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인공지능(AI) 산업이 건설사들의 사업 지형을 바꾸고 있다. 비디오 콘텐츠 소비가 증가하고 클라우드와 ‧생성형 AI 사용자가 늘면서 데이터센터 필요성이 커지자, 건설사들이 이 새로운 먹거리에 주목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란 서버‧네트워크‧스토리지 등 IT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장비를 한 건물에 모아 통합 관리하는 시설을 말한다. 글로벌 IT 기업인 구글(Google)의 경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자사의 데이터센터를 ‘인터넷이 사는 곳’이라고도 부른다.

사업에 따라 운영 방식도 달라진다. 구글처럼 기업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면서 자체 인프라를 통해 데이터를 관리하는 곳을 엔터프라이즈 데이터센터(Enterprise Data Center)라고 부른다. 이밖에 여러 조직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코로케이션 데이터센터(Colocation Data Center)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가 운영하면서 사용자는 인터넷을 통해 리소스를 임대해 사용하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Cloud Data Center)가 있다.

MS‧아마존‧네이버‧카카오…데이터센터 필요성↑

주목할 것은 생성형 AI의 등장 등 전 세계 데이터 사용량이 폭증하면서 더 많은 데이터센터가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국내 데이터센터 수도 꾸준히 늘어났다. 2000년 기준 53개에 불과했던 데이터센터는 2022년 기준 187개로 확대됐다. 2025년에는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216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아마존은 2023년 인천 서구에 연면적 4.4만m² 규모의 자체 데이터센터 신축 허가를 승인받아 향후 5년간 총 7조 8000억원의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MS는 2020년부터 부산에서 자체 데이터센터 가동을 시작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2022년 3월 서울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초대형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카카오는 경기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 서버 12만대를 보관할 수 있는 규모의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을 준공했다. 이밖에 NHN클라우드와 룩셈부르크 본사를 둔 지코어가 함께 인천에서 AI 데이터센터를 공동 운영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7월 이후 2032년까지 국내에서 1200개 이상 데이터센터가 추가로 지어질 계획이다. 건설사가 데이터센터 시공만 수행하더라도 2029년까지 최소 11조 8020억~18조 964억원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만약 개발까지 사업을 추가할 경우 시장 규모는 22조8000억원에서 많게는 약 58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 가운데 보안 IT 이해도나 산업 발전, 보안 유지나 자연재해 안전성 등 다양한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의 데이터센터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 시공 넘어 개발까지 확장

건설사들도 데이터센터 시공에 머무르지 않고 개발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지난 1월 GS건설이 준공한 ‘에포크 안양 센터’다. 데이터센터 개발사업 가운데 건설사가 최초로 참여했다. 시공을 넘어 개발과 운영까지 사업을 확장한 첫 번째 사례다. GS건설의 자회사 지베스코자산운용은 이 사업의 기획, 투자 운용 및 사업 관리를 수행했다. 여기에 또 다른 자회사 디씨브릿지를 통해 에포크 안양 센터의 운영에 일부 참여한다. GS건설은 디벨로퍼로 데이터센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지난 2021년 5월 데이터센터 영업과 운영 서비스를 담당하는 디씨브릿지를 설립한 바 있다.

허윤홍 GS건설 대표는 준공식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GS건설은 데이터센터 전체 밸류체인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AI와 데이터 시대에 부응하고자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현대건설은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각 세종’, NH통합IT센터, 부산 글로벌 데이터센터 등을 시공했다. 지난해 수주한 안산 시화공단 국가산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는 13.2% 수준의 지분투자를 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4년 3월 준공한 이지스 하남 데이터센터의 시공을 담당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시공과 개발에 한정하지 않고 냉각시스템과 같은 기술에도 투자하면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정비사업의 경우 많은 건설 원가를 포함한 공사비, 조합과의 갈등처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데이터센터 사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수익성도 좋고 사업 추진이 수월하다”며 “정비사업 불황인 지금 건설사들이 신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건설사들이 다른 사업을 포기하면서까지 데이터센터에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건설사가 주택‧토목‧플랜트 등 기존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주력 사업은 그대로 남겨두면서 추가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진행할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건설사의) 단일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의존도는 낮기 때문에 준공‧임대 후 매각 시점까지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충분하다”며 “장기간 보유하며 임대수익을 인식하기보다는 일정 기간 후 매각하고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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