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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야, 이 사람 어때?”…AI 활용해 인재 예측하는 스펙터 [이코노 인터뷰]

[우리 일상에 스며든 AI 기업들]⑤ 윤경욱 스펙터 대표
‘대화형’ 인재 예측 AI ‘테오’ 론칭 이후 300여 기업에서 사용
“AI 활용한 HR테크 기업들은 더욱 늘어 날 것”

윤경욱 스펙터(SPECTER) 대표(왼쪽)와 조을이 PO(Project Owner)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테오(TEO)야, 이 지원자가 우리 회사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면접관이 테오에게 묻는다. 지원자를 선별해야 할 면접관이 되려 도움을 요청하는 테오의 정체는 무엇일까. 우선 면접관의 가까운 지인은 아니다. 물론 지원자의 최측근도 아니다. 테오는 인재 검증 플랫폼 스펙터가 개발한 ‘대화형’ 인재 예측 AI다. 

인재 예측 AI 테오는 면접관이 지원자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해결해 준다. 해당 AI는 서류 검토 단계뿐만 아니라 면접 전·후 나아가 최종 채용 여부에도 활용된다. 나아가 지원자가 회사의 인재상과 기업문화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따지는 ‘컬처핏’ 까지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실현 시킬 수 있었던 배경으로 스펙터가 보유한 양질의 DB와 AI 기술력이 꼽힌다.

양질의 DB와 AI의 만남 

윤경욱 스펙터 대표가 양질의 DB를 대하는 태도는 신념에 가까웠다. 질이 나쁜 DB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는 지원자의 평판 조회 과정에서 ‘양질의 DB’가 주는 영향력을 그 누구보다 잘 안다. 이는 대표가 실행한 숱한 채용 과정과 앞 전 사업의 실패라는 경험을 통해 몸소 배웠다. 

윤 대표는 “지난 2015년 시작한 첫 창업에서 300명을 넘게 채용했다. 공동 구매 관련 사업이었는데, 이를 위해 약 1500명에 가까운 지원자의 면접을 진행했다. 수많은 HR 과정을 경험한 셈”이라며 “결론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첫 창업이 실패로 끝났고, 300명이 넘는 직원들은 다시 채용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그게 너무 미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첫 창업 때 함께 일하던 사람 중 유독 뛰어난 능력을 갖춘 직원들이 있었다. 그런 친구들에게 안부를 물으니 돌아오는 대답은 ‘아직 이직하지 못했다’였다”며 “제아무리 유능한 인재라도 자기 PR 능력이 부족하면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당시 소식을 접한 윤 대표는 고민에 잠겼다. ‘이런 현상이 과연 옳은가’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초기 스펙터의 슬로건이 여기서 나온다.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에게 날개를 달아준다’. 유능한 인재가 본인의 역량을 뽐내지 못하니, 구직자 개개인의 평판을 DB화해 기업에 조금 더 쉽게 닿을 수 있도록 돕기 시작했다.

지난 2020년 6월 오랜 고민 끝에 창립된 스펙터는 현재까지 약 4000개의 기업에 평판 조회 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된 평판 DB는 72만개를 넘어섰다. 막대한 양의 DB다. 질 또한 우수하다. 지원자 1인당 평균 4.1개의 평판이 약 3일 내에 등록된다. 등록된 지원자 평판의 단순 글자 수 합은 약 1만 자가 넘는 수준이다.

[사진 스펙터]

AI를 통해 사람을 ‘예측’하다

아직 베타 단계인 테오는 론칭 3주차를 맞이했다. 이 기간 동안 테오를 경험한 기업은 약 300여 곳에 달한다. 기존 스펙터의 고객들이 AI를 활용한 테오를 하나, 둘 활용하기 시작한 셈이다. 이들이 테오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예측’이다. 테오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을 거스른다. AI를 활용해 사람을 예측하는 단계에 다다랐으니 말이다. 실제 테오의 예측 정확도는 약 90%에 달한다.

테오의 정확도를 측정하기 위해 N번의 개념 증명(POC·Proof of Concept) 과정을 거쳤다. POC는 기술의 실행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한 실험을 뜻한다. 스펙터는 실험 결과 구직자에 대한 질문을 받은 테오의 답변이 구직자의 평판 조회와 비교했을 때 약 90% 이상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A라는 구직자에 대한 평판으로 ‘무슨 일이 생겨도 일을 마무리 짓는다’가 대다수를 차지했을 경우다. 면접관이 ‘A 구직자는 책임감이 있는 편인가’라고 물었을 때 테오가 A 구직자에 대한 평판을 근거로 답변을 주는 식이다. 이 같은 과정을 N번 거쳤을 때 구직자의 평판을 근거로 한 답변이 90% 이상 정확했다는 게 스펙터 측의 설명이다.

테오 개발 최적화를 담당한 조을이 PO(Project Owner)는 “테오에 관한 신뢰도를 측정하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종류의 질문지를, 몇 번 반복 테스트했냐가 관건”이라며 “테오를 대상으로 한 내부 poc결과 정확도는 90% 이상으로 나왔다. 해당 결괏값에 대해 충분히 자신감이 있기에 론칭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테오에겐 중요한 원칙이 있다. A라는 사람에 대해 질문했을 때 B라는 사람에 대한 답을 절대로 하면 안 된다. 다만 AI들은 ‘알고 있는 정보에 대해서 말하지 마’와 같은 명령에 취약하다. 그러니 답변에 활용해서는 안 되는 정보가 있다면, 애초에 제공하지 않는 쪽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테오에게 제공하는 데이터에 대한 제어권을 확실하게 가지기 위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방식을 채택했다”며 “테오가 불필요한 정보를 습득하지는 않되, 주어진 정보를 충실하게 이해하고 분석하여 정확도 높은 답변을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HR 업계 부는 AI 바람...“더욱 거세질 것”

조 PO의 설명을 끝으로 윤 대표는 사람 개개인의 개성이 강해지는 만큼, HR업계도 이에 발맞춰 채용 방식에 변화를 줄 것으로 전망했다. 조직 우선주의에서 벗어나 개인 우선주의 시대로 넘어온 만큼, 구직자 개개인과 기업의 입맛을 동시에 맞추기 위해선 AI를 활용한 채용 방식은 불가피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윤 대표는 “HR에 도입되는 AI는 단순 HR의 트렌드를 넘어 사람과 기술, 그리고 산업 전체의 트렌드라 생각한다”며 “한 명 한 명의 자아와 개성, 다양성 등이 강해졌기에 이를 존중해 주면서 팀의 분위기를 만들지 않으면 기업도 최고의 인재들과 함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흐름에 스펙터는 방대한 DB를 기존에 확보해 둠으로 변화를 위한 기반 작업을 성실히 준비해온 상황”이라며 “이 같은 준비를 거쳐 AI를 도입했을 때 테오 같은 모델이 나온 만큼, 앞으로 단순 DB 확보를 넘어 AI를 활용한 HR테크 기업들은 더욱 늘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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