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밀집한 데이터센터…주민 몰래 인‧허가, 반대 여론↑
[건설사 '신사업']②
전국 데이터센터 과반이 수도권 집중
주민 반대 여론 커지며 사업 포기하는 곳도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데이터 수요가 늘면서 데이터센터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건설과 관련한 잡음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집중 현상 때문에 데이터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도심 주민들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가 내놓은 ‘2023년 하반기 데이터센터 시장 보고서’를 보면 2023년 하반기 기준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수도권 시장의 점유율은 77%로 나타났다. 정부는 데이터센터를 전국으로 분산하기 위해 부담금 할인 등 각종 혜택을 제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경기도‧인천 등 수도권 이외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신설하면 전기 시설부담금 50%를 할인하기로 한국전력 기본공급약관 시행세칙을 개정했다.
우리나라에서 데이터센터를 지을 때 전기를 끌어오는 송전선이 평균 3㎞ 수준인데, 이를 위한 공사비가 45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비용은 시설부담금 형태로 청구된다. 여기에 50%를 할인받으면 새 데이터센터를 짓는 기업은 평균 20억 원가량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지방 지자체들은 데이터센터 유치에 팔을 걷고 나섰다. 전라남도 해남의 대규모 민관협력 도시개발 사업 ‘솔라시도’에는 1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 집적화 단지인 RE100 데이터센터파크를 조성한다. 총사업비는 약 10조원에 달한다. 솔라시도 RE100 산업 용지에는 2037년까지 40MW급 데이터센터 25개 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경상북도 포항에는 국내 최초의 육양국(국가 간 연결된 해저 광케이블을 지상 통신망과 연결해 주는 중간기지 역할) 연계 데이터센터 캠퍼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1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강원도는 춘천시에 데이터센터 집적 단지 ‘K-클라우드 파크’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데이터센터 분산에 나서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수도권 전력 사용량의 폭증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을 기준으로 2032년까지 접수된 데이터센터 관련 전력수전예정통지는 8만564㎿(1247건)이다. 이는 같은 해 9월 기준 전국 147개 데이터센터 계약전력 1916㎿의 42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10년 안에 전력 수요가 40배 이상 늘어날 것이란 뜻이다. 이 중 6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쉽게 완화하지 않고 있다. 데이터센터에 입점할 업체들이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은 곳을 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개발 이익이 크다는 점도 놓칠 수 없는 이유다. 실제 총사업비 3500억원이 투입된 경기도 하남의 데이터센터(IDC)의 경우 글로벌 인프라 투자운용사인 맥쿼리가 1조원에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가 IT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설이지만, 시설 임대나 건물 가치 상승 등 부동산 투자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투차처”라며 “카카오나 네이버처럼 자기 사업을 위해 데이터센터를 직접 짓는 정도가 아니라면 단순히 정부 혜택을 조금 더 받기 위해 지방 건립을 계획하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밀스레 짓는 데이터센터, 주민들 반대로 마찰
도심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서 주민들과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전자파나 소음, 열섬 현상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주민들이 마을 인근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상당수 기업이 데이터센터 건축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주민들의 불안을 부채질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데이터센터 관련 정보는 기업 보안 사항으로 다뤄지면서 인허가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듣지 않기도 한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에서도 이런 문제로 데이터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일산 덕이동 309-56 외 3필지에는 GS건설이 지하2층~지상5층 규모로 데이터센터를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발하면서 착공이 중단된 상태다. 데이터센터 건립 예정 부지 인근 500m 이내에는 1만 세대 이상이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고 초·중·고를 포함한 학교 10개가 위치하고 있다.
이기영 탄현동총비상대책위원회(탄현비대위) 위원장은 “이곳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면서 주민들의 의견은 묻지도 않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준 적도 없다”며 “고양시와 대기업은 절차대로 진행했다고 하지만 사회적 책임에서 등을 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열섬현상으로 인한 온도상승과 전자파 피해, 소음 공해 등 부작용이 우려되지만, 이는 증명하기도 어렵고 데이터센터가 건립되면 되돌릴 수도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 사업이 무산된 사례도 있다. 효성그룹은 계열사가 보유한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창고 부지에 지하 2층∼지상 8층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지으려 했지만, 주민 반대로 지난해 9월 사업 철회서를 제출했다. 지난달에는 경기 김포시 데이터센터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김포시청 앞에서 미국계 데이터센터 업체인 디지털리얼티(DLR)의 센터 착공을 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네이버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데이터센터 설립을 추진하다 주민 반발에 부닥치자, 세종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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