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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최대 수혜…지배구조 개편이 불편한 이유 [이코노 株인공]

알짜 두산밥캣은 저평가…적자 로보틱스는 고평가
지배력 강화 두산 최대 수혜…소액주주는 반발

두산의 협동로봇 사진. [사진 두산로보틱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두산그룹이 개편안대로 두산밥캣의 지배구조를 조정할 경우, 지배주주의 이익과 지배력은 강화되지만 계열사와 개인 주주들의 이익은 희생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는 7월 11일 분할·합병 및 포괄적 주식교환 등 사업구조 재편을 위한 일련의 계획들을 결정 공시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밥캣 주식을 보유한 투자부문을 인적분할하고, 이를 두산로보틱스가 흡수합병해 두산밥캣 주식을 승계한다.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 잔여지분(54%)에 대해서도 포괄적 주식교환·이전 방식으로 공개매수 이후 두산밥캣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고, 비상장 전환 및 합병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가장 수혜를 보는 것은 지주회사 두산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개편이 성공하면 두산은 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이자 손자회사였던 두산밥캣이 두산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지배력을 공고히 하게 된다. 이를 통해 두산은 두산밥캡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기존 14%에서 42%로 높아진다. 또 2023년 기준 약 4조6000억 원의 미처분이익잉여금을 갖고 있는 밥캣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잠재적 배당금도 그에 비례해서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가 되면 두산로보틱스의 재무안정성도 확보하게 된다. 기존 구조에서 두산로보틱스가 계획 대비 부진할 경우 주 두산 입장에서 추가적인 리소스 투입 등의 리스크에 노출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두산밥캣으로부터 거둬들인 대규모 배당금을 다시 로봇사업 투자금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돼 두산그룹으로서는 유동성 및 재무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분석이다. 

매출로만으로도 183배 넘는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가 품으면서 두산 입장에서는 관련 리스크를 해소하면서 자본적 이익까지 얻게 된 셈이다. 실제 두산밥캣은 지난해 매출 9조7000억원, 영업이익 1조3000억원을 기록해 그룹의 최대 알짜 회사로 꼽힌다.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연결 기준 2023년 연간 매출액은 530억원, 순손실 규모는 159억원에 달한다. 

지배주주 자본적 이익 추구 ‘꼼수’ 논란 

문제는 이 같은 개편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주주에게 손해라는 점이다. 특히 적자 기업인 두산로보틱스와 안정적인 두산밥캣의 자본거래 과정에서 기업가치는 거의 1대 1로 동일하게 평가됐다. 두산밥캣 1주에 두산로보틱스 0.63주가 배정됐는데, 알짜 회사 두산밥캣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되면서 소액 주주들의 반발을 살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평가 논란도 일었다. 두산로보틱스 주가의 단기 급등을 틈탄 지배주주의 자본적 이익 추구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7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두산그룹 케이스로 본 상장회사 분할 합병 제도의 문제점’ 세미나를 개최한 한국거버넌스포럼 측은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자본시장법의 상장회사 합병 비율 조항을 최대로 악용한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날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두산의 두산밥캣 지분율은 13.8%에서 42%로 크게 상승하게 되지만, 만약 두산로보틱스가 지난해 10월 상장 당시 공모가 수준으로 평가됐다면 같은 거래에서 두산의 두산밥캣 최종 지분율은 18.7%에 머무르게 된다”며 “로보틱스의 고평가가 두산에 얼마나 이익인지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직전 한 달 동안의 시가 외 다른 방식의 합병가액 산출을 허용하지 않는 현 법령은 과거 기업집단의 자의적 평가·조작 우려를 방지한다는 의의가 있었으나 지금은 건전한 감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번 분할합병·주식교환 증권신고서를 보면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주주에겐 분할합병·주식교환으로 받게 될 두산로보틱스 주식의 초고평가 상태와 주가 하락 가능성이 가장 큰 핵심 위험 요소다”며 “이 내용이 대단히 추상적으로만 기재되고 제대로 고지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열린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다. 김현정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두산에너빌리티 이사회가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하는 방식을 포기하고 이런 분할합병을 택한 것이 배임 혐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범죄 혐의가 있어서 송사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고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손해가 우려되는데 금감원이 이 신고서를 그냥 수리한다면 금융당국의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두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안 논란이 커지자 두산밥캣 자사주 소각을 통해 논란을 잠재우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두산밥캣은 오는 9월 25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두산로보틱스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확보하는 자사주를 오는 11월 임의 소각하는 방안을 결의할 예정이다. 두산밥캣 자사주가 소각되면 향후 신주 발행 물량이 줄어들어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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