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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더 빨리 더 강력하게 쇄신했어야”…‘김범수 구속’ 전 정황들

김범수, 좁혀온 수사망에 경영 재등판…쇄신 외쳤으나 ‘회전문 인사’ 논란
증언·기록 뒤집고 ‘지시·용인 없음’ 입증해야 복귀 가능…“더 일찍 나섰어야”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된 7월 23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카카오가 코너에 몰렸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주가 조작’ 의혹으로 대변되는 사법 리스크로 창업자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마주했다. 김범수 창업자는 공정자산 규모 기준 재계 서열 15위 카카오그룹의 총수다. 정보기술(IT) 대기업 창업자 중 첫 구속 사례다.

카카오가 ‘비상 경영’을 선언한 후 김범수 창업자는 그룹 내 역할을 강화해 왔다. ‘쇄신’이나 ‘경쟁력 강화’ 등 경영 일선에서 책임지는 영역을 넓히던 중 구속이 이뤄졌다. 이 때문에 정보기술(IT)업계 안팎에선 “회사가 흔들릴 조짐이 있을 때 더 빠르고 강력하게 쇄신 작업이 추진됐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묻어난 목소리가 나온다.

카카오는 ‘총수 구속’이란 사태를 만든 SM엔터 주가 조작 의혹이 불거지기 전부터 다양한 지점에서 구설에 올랐다. 정부·정치권 등 사회 전반에서 ‘문어발 확장’이나 ‘골목상권 침해’ 등의 비판을 받아 왔다. 핵심 사업인 카카오톡 경우에도 잦은 서비스 장애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김 창업자가 더욱 일찍 나서 대외 비판을 받는 지점들을 바로잡았으면 구속에 이르지는 않았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창업자는 그런데도 경영 재등판 후에도 주요 요직에 도덕적 해이를 보인 인물들을 다시 앉히면서 되레 논란을 키웠다. 그가 경영 일선에 다시 나섰음에도 카카오톡은 지난 5월에만 세 차례 멈춰서기도 했다.

‘징조’ 있었으나 구속 피하지 못한 김범수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3일 새벽 김 창업자를 대상으로 ‘증거인멸과 도주의 염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창업자는 서울 남부구치소에 갇힌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이날 구속된 김 창업자를 조사하기 위해 출석을 요구했으나, 김 창업자는 건강상 문제로 응하지 않았다. 김 창업자가 불출석 사유서를 내면서 첫 조사는 불발됐다. 다만 최대 구속 기간은 20일이다. 검찰은 구속된 김 창업자를 상대로 주가 조작 가담 여부를 조사한 뒤 그를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김 창업자 구속 전부터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SM엔터 주가 조작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사경은 지난해 8월 김 창업자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김 창업자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기도 했다. 특사경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김 창업자 구속에 앞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카카오 법인을 재판에 먼저 넘긴 바 있다. 배 전 총괄은 SM엔터 인수를 이끈 인물로 꼽힌다. 김 창업자를 비롯해 주요 경영진이 일찍이 ‘출국금지’를 받은 상황이기도 하다.

카카오는 금융감독원 등이 ‘SM엔터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 범위를 좁혀오자 지난해 10월 ‘최고 비상 경영 단계’ 돌입을 선언했다. 이에 따른 가장 큰 변화로는 김 창업자의 경영 복귀가 꼽힌다. 김 창업자는 지난 2022년 3월 스스로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란 직책은 유지했으나 공식적으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김 창업자는 위기가 이어지자 지난해 11월부터 회사 경영에 다시 손을 데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사업 방식을 ‘약탈적 가격’이라고 비유한 때와 일치한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규제 기관의 제재가 전방위로 이뤄지기도 했다. 김 창업자는 경영에 재등판하며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쇄신 작업에) 임하겠다”고 했다. 김 창업자는 현재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CA협의체 공동의장·경영쇄신위원장 등 3가지 직책을 맡고 있다. 그만큼 그룹 내 역할을 넓혔단 의미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그는 현재 서울 남부구치소에 갇힌 상태다. [사진 연합뉴스]

김 창업자의 경영 복귀로 카카오의 정상화가 조속히 이뤄지리란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김 창업자는 복귀 후 그룹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컨센서스를 형성하는 독립 기구인 CA협의체의 권한이 강화됐다. 쇄신 작업의 공정성·객관성 담보를 위해 준법과신뢰위원회(이하 준신위)를 독립 기구로 마련하기도 했다. 특히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의 임기 종료에 맞춰 차기 대표로 정신아 당시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내정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실질적 변화는 이뤄지지 않았단 지적이 나온다. 도덕적 해이를 보여 회사를 나간 인물들을 다시금 불러왔기 때문이다.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카카오 CTO로 다시 선임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 CTO는 카카오뱅크 기업공개(IPO) 직후 스톡옵션 매도를 진행, 80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가져가며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정명진 전 그라운드X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복귀도 논란이 됐다. 그는 현재 카카오 CA협의체 전략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기타비상무이사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사로도 이름을 올린 상태다. 정 사무국장은 카카오 계열사 그라운드X와 크러스트에서 CFO를 역임했다. 두 계열사 모두 이른바 ‘코인(가상화폐) 먹튀 논란’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와 있다.

준신위는 이 과정에서 카카오에 ▲일부 경영진 선임과 관련해 발생한 평판 리스크를 해결할 방안 ▲앞으로 유사 평판 리스크를 예방하고 관리할 방안 등을 마련하라고 했다. 김 창업자는 그런데도 기존 인사를 밀어붙였다. 김 창업자가 “준신위는 인사에 개입하지 말라”는 의중을 내비쳤다는 말이 카카오 내부에서 들리기도 했다.

SM엔터 주가 조작 수사, 향방은?

검찰은 지난해 2월 인수 주체인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SM엔터 주가를 조작했고, 김 창업자가 이에 가담했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약 2400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가를 조종했다는 게 검찰 측 판단이다. 검찰은 특히 카카오가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함께 총 553회에 걸쳐 SM엔터 주식을 고가에 매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카카오가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집한 시점이다. 하이브는 지난해 2월 10일부터 28일까지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SM엔터 주가는 하이브 공개매수 나흘째부터 12만원을 웃돌았다. 이 가격을 형성하는 데 카카오 측 의도가 작용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검찰은 김 창업자가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시세조종 계획을 사전에 보고받고 승인했다고 본다. 특히 하이브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지난해 2월 28일 시세조종에 가담했단 혐의를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검찰은 현재 같은 사안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들을 수사하며 다양한 자료들을 확보했다. 이를 보고 ‘김 창업자가 주가 조작에 가담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 창업자가 SM엔터 주식 장내 매집과 관련해 최종 의사결정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3월 배 전 총괄 관련 공판기일에 SM엔터 주식 매입을 결정하는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의 회의 기록을 증거로 내놓기도 했다. 김 창업자는 이런 증언과 기록을 뒤집고 ‘불법적 행위를 지시·용인한 바 없음’을 증명해야 회사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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