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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성공은 '구독경제의 승리'다

[이커머스 멤버십 전쟁]③
구독료 올렸지만 큰 타격 없을 쿠팡
아마존이 보여준 안정적 구독 수입 모델
유통 경쟁자들, 대형 구독 생태계 조성 필요

쿠팡은 지난 8월 7일부터 구독서비스 와우멤버십의 월 회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했다.[사진 연합뉴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최근 이커머스업계에서 큰 사달이 났다. 이커머스 플랫폼인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자(셀러) ‘정산 지연’ 사태를 일으켰고 이로 인해 애꿎은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큰 손해를 보는 것을 넘어 큰 위기에 빠져있다. 기업의 출혈 경쟁이 결국 실적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와 생존을 위협 중이다.

티몬과 위메프 사태를 보면 쿠팡의 반전이 더욱 놀랍게 느껴진다. 쿠팡 역시 티몬, 위메프처럼 소셜커머스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3사는 모두 가격비교로 손쉽게 플랫폼을 갈아타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다만 쿠팡은 직매입을 통한 ‘로켓배송’ 및 물류 경쟁력 강화 등을 쿠팡의 미래 먹거리로 선택했고 티몬과 위메프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풀필먼트(3자 배송)와 D2C(소비자직접판매) 등으로 변화를 모색했다. 그리고 2024년 현재 각기 다른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모양새다. 쿠팡은 이 치열한 이커머스업계에서 어떻게 독보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아마존이 이미 선보인 ‘구독경제의 마법’ 

쿠팡의 성장 비결은 크게 ▲계획된 적자 ▲빠른배송 ▲멤버십으로 볼 수 있다.

쿠팡은 글로벌 이커머스 아마존의 구독 멤버십인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을 벤치마킹해 쿠팡 ‘와우 멤버십’을 만들었다. 아마존은 전자서점에서 구독 멤버십을 통해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2004년 시작한 아마존 프라임은 구독서비스 및 멤버십의 롤모델처럼 여겨진다. 아마존 프라임은 구독료를 내면 무료배송, 스트리밍 음악, 아마존프라임비디오(OTT)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이렇게 아마존은 상품 판매가 아닌 구독료로만 얻는 연간 이익이 약 10조원에 달한다. 제이피 모건(JPMorgan) 발표에 따르면 아마존 프라임 연 구독료가 119달러(약 16만2000원)일 때 구독자는 약 784달러(107만5000원)의 혜택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료배송, 무료 OTT 등 구독료 대비 약 6~7배의 경제적 혜택을 받는 셈이다.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아마존의 물류창고에서 물품들이 레일로 이동되고 있다.[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22년 4월 인도 뭄바이에서 '아마존 프라임' 론칭 이벤트 비디오가 상영되는 가운데 화면 앞을 한 남자가 지나가고 있다.[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이처럼 구독료 대비 몇 배의 혜택을 구독자에게 제공하면 아마존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 40%는 아마존 사이트에서 연간 1000달러 이상을 소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회원은 8%만이 1000달러 이상을 사용했다. 구독자가 고액을 소비할 확률이 약 5배 정도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소비자는 록인(lock-in)돼 다른 플랫폼이나 회사로 이동하기 어렵게 된다.

또 아마존은 크로스셀링(cross selling) 및 업셀링(up selling) 전략도 펼치고 있다. 크로스셀링은 고객이 사려는 것과 관련된 상품을 추가로 구매하게 만드는 교차 판매 전략이다. 업셀링은 구매를 앞둔 고객에게 보다 상위의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서비스 판매 방법이다. 사이트 내에 유입된 고객들에게 할 수 있는 전략인 셈이다.

물론 이 같은 구독경제 기반의 멤버십 전략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뿐이지 이미 여러 국내 기업들도 구사하는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하다. 특히 여러 조사에 의하면 비구독자 대비 구독자가 물건을 살 확률이 약 2~7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의 아성, 흔들릴 가능성 낮다

8월 7일부터 쿠팡의 기존 구독자들에 대한 와우 멤버십 구독료가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12% 인상 됐다. 지난해 말 기준 쿠팡 와우 멤버십 구독자는 약 1400만명이다. 이번 인상으로 쿠팡은 구독료로만 연간 1조3000억원을 벌어들이게 됐다. 물론 이는 구독료만 계산한 금액이다. 멤버십을 통한 크로스셀링, 업셀링 등을 계산하면 조 단위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과연 쿠팡의 유료회원들이 다른 이커머스로 이탈할 것인지 관심이 높다. 신규 회원에 대한 구독료 인상은 이미 지난 4월에 이뤄졌다.

쿠팡이 이마트와 롯데쇼핑 등 기존 유통공룡들을 압도할 수 있었던 비결은 결국 구독 멤버십이다. 다른 유통업체들이 이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구독 모델이 필요해 보인다. 이미 유통업체들은 구독료 인상에 따른 '탈쿠팡족'을 잡기 위해 구독 멤버십을 론칭하거나 할인해 주는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쿠팡의 아성이 전혀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구독료를 올린다고 구독자가 우르르 이탈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기업의 구독 서비스는 더더욱 그렇다. 쿠팡이 구독료를 58% 인상했지만 이탈은 크지 않을 것이다. 유튜브 프리미엄의 경우 지난해 우리나라 구독료를 42% 인상했다. 하지만 구독 해지 및 이탈과 관련된 이야기를 누구도 듣지 못했다. 유튜브의 대체상품이 현재 우리나라에 없기 때문이다. 대체상품이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는 구독료 인상 시 강제구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선택지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4월에 쿠팡은 신규가입자를 대상으로 이미 구독료를 인상했지만 이용자 수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쿠팡의 월간 이용자 수는 구독료가 오른 4월 3090만명에서 5월 3111만명, 6월 3129만명으로 늘었다.

쿠팡의 올해 2분기 월간 이용자는 전분기(9035만명) 대비 약 3.3% 증가했다. 심지어 같은 기간 쿠팡의 결제추정액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와이즈앱 집계에 따르면 쿠팡과 쿠팡이츠의 지난 2분기 합산 결제추정금액은 14조65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쿠팡은 이미 쇼핑-OTT-배달 앱을 아우르는 구독경제 생태계를 만들었고 지금도 진화 중이다. 앞으로 더 많은 업종과 서비스가 쿠팡의 구독경제 생태계 안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신세계, 네이버, 컬리 등도 구독 멤버십 시장에 뒤늦게 들어왔지만 여전히 구독경제의 본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당장 쿠팡을 따라잡거나 이길 확률은 극히 낮다.

더 큰 구독 생태계를 조성하라

구독 멤버십 후발 주자들에게 미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쿠팡을 제외한 다른 기업들과의 오픈 콜라보를 통해 더 큰 생태계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쿠팡은 당분간 구독료를 인상하기 어렵다. 현재의 구독료에서 1~2번 더 구독료를 올리면 1만~2만원대가 된다. 이러면 구독자 이탈이 본격화될 수도 있다.

다른 기업들은 그때까지 인고의 세월을 참아내야 한다. 지금이라도 이커머스 및 유통 기업들은 상호 협력 및 외부와의 오픈 콜라보를 통해 더 큰 구독경제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 그룹사들은 내부에서 폐쇄적인 생태계를 만들려 하는 경향이 있어 오픈 콜라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쿠팡 와우멤버십은 향후 몇 년간 국내 이커머스업계의 추격과 C-커머스의 영토 확장이라는 파고를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이커머스 업계가 3년 이상의 기간을 투자해 다양한 오픈 콜라보로 매력적인 구독 멤버십 생태계를 만들어 낸다면 쿠팡 역시 왕좌에서 내려올 수 있다. 쿠팡과 국내 유통업체 그리고 C-커머스 간 경쟁의 관건은 멤버십 구독을 근간으로 하는 구독경제 생태계를 어떻게 조성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연구교수)은_ 대기업에서 20년간 근무하면서 신사업개발, BM(브랜드매니저)혁신, 밸류 업(Value Up) 등의 혁신 업무를 수행했다. 저서로는 <구독경제:소유의 종말>이 있다. 경제 전문가로 KBS1 및 TBS 라디오에서 ‘전호겸 교수의 경제인사이트’, ‘역발상 경제’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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