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은 더 이상 서민 음식이 아니다[스페셜리스트 뷰]
한우 로스구이 대체재로 성장한 삼겹살…어느새 2만원 시대
‘비계 삼겹살·금겹살’ 논란도 결국 비싼 가격 때문
[김태경 미트마케터] 지난 2011년, 구제역으로 살처분한 돼지가 많아지며 돼지가격이 급격히 올랐다. 이에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던 삼겹살은 1인분 ‘1만원 시대’를 맞이했다. 그리고 13년이 지난 요즘, 삼겹살 1인분(180~200g 기준)에 ‘2만원’이 넘는 가게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돈 관련 기관 등에서는 삼겹살 가격이 비싸다는 것에 억울함을 호소한다. 실제 삼겹살 1인분의 가격 2만원 중 실제 고깃값은 3500원(17.4%)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대부분 인건비와 재료비 등으로 삼겹살 가격이 오른 것이지 고깃값이 오른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1인분 2만원’이란 가격은 적당한 수준일까. 식당에 납품되는 삼겹살은 과지방 부분이 정리된다. 또 미추리 부분의 경우 구이용 삼겹살로는 판매할 수 없다. 이렇게 정리된 삼겹살에서도 20~25% 비중만이 판매용 삼겹살이 된다. 여기에 상추 등 반찬 가격을 더하면 식재료비는 전체 가격 2만원에서 3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일반적인 식당에서 식재료비의 비중이 30% 정도라고 가정하면 삼겹살 1인분 가격이 2만원인 것은 사실 합리적인 가격 수준으로 볼 수 있다. 과거와 같은 고전적 시각으로 지금의 삼겹살 2만원 시대를 바라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돼지고기는 사실 ‘소고기 대체재’였다
한국인은 왜 유독 삼겹살에 열광하게 됐을까. 사실 우리가 먹고 있는 삼겹살은 ‘한우 로스구이’의 대체재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스테이크의 한국화를 진행시켰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소고기 로스구이다. 삼겹살 로스구이는 소고기 로스구이의 변형으로 이해해야 한다.
1984년 축산학개론 책에서 한우는 일을 하는 소인 ‘역우’와 식용인 ‘육우’로 품종이 구분된다. 현재 우리가 먹는 한우는 당연히 육우다.
해방 이후 1970년대까지 소고기는 농번기인 봄이 되면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해마다 가격 파동이 발생했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고기를 많이 먹었다는 얘기다.
그러다 1970년대 중반, 892원이었던 소고기 한근의 값이 43% 오른 1274원이 됐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돼지고기가 비싼 한우의 대체재로 관심을 받기 시작한 계기다.
한국에서 유독 삼겹살이 유행한 이유는 품종 교체의 이유도 있다. 1970년대 후반부터 ‘버크셔종’ 등 맛있는 라드 타입의 돼지 품종이 생산성 위주의 ‘삼원 교잡종’으로 교체됐다. 이때부터 돼지고기의 감칠맛이 떨어졌다. 버크셔종 돼지는 육즙과 풍미, 부드러움으로 유명하다. 또 분홍빛을 띠고 마블링이 풍부하다. 또한 지방 함량이 높아 장시간 고온 요리에 이상적이다.
이에 버크셔종 돼지고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베리코 돼지, 듀록과 함께 세계 ‘3대 돼지 품종’으로 인정받고 있다.
반면 삼원 교잡종은 서구에서 개량된 돼지다. 서구는 돼지고기 소비의 70% 이상을 햄이나 소시지로 먹는다. 이에 고기의 맛보다는 살코기의 양이 많은 품종으로 개량을 했다. 이에 맛 측면에서 삼원 교잡종은 풍미가 좋은 버크셔종을 따라가지 못한다.
삼원 교잡종 돼지고기의 풍미가 약해지니 한국인들은 그나마 지방이 많아 부드럽고, 풍미가 있는 삼겹살 등 특정 부위 만을 좋아하게 된 셈이다.
삼원 교잡종 돼지를 맛있게 먹는 방법이 없던 것은 아니다. 1970년대 초 L-글루탐산나트륨(MSG)이 10~15% 첨가된 ‘맛소금’이 출시됐다. 개인적으로는 이 맛소금 출시가 삼원 교잡종 돼지의 감칠맛을 높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본다. 냉동 삼겹살 식당 식탁에 미제 후추통이 놓여져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손쉬운 상품화, 소주와 찰떡...이유 있는 인기
또한 1970년 중후반 전업 및 기업형 농가의 확산으로 배합사료 급여, 거세 등 양돈기술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후 냄새 없는 돼지고기가 공급되면서 양념 없이도 돼지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게 됐다.
고도수 유행도 삼겹살의 인기를 부채질한 요인이다. 1980년대 들어 도수가 23~25도인 고도수 소주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고도수의 소주는 삼겹살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도 위장도 보호해줬다. 삼겹살과 궁합이 매우 좋은 술이었던 셈이다.
쉽게 상품화가 가능한 것도 한국에서 삼겹살이 인기를 얻은 이유다. 1970년대, 베이컨 원료육으로 대일 수출되던 냉동 삼겹살은 국내 물가 조절용으로 공급되기 시작했다. 특히 각 정육점 마다 이미 보급된 육절기를 이용해서 냉동 삼겹살은 손쉽게 상품화가 가능했다.
가지런히 썰어 놓은 삼겹살은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판매할 수 있는 메뉴였다. 1970년대 당시 유행하던 돼지갈비는 포작업 기술이 필요했다. 또 따로 양념도 만들어야 해 전문 조리사를 꼭 채용해야 했다. 하지만 삼겹살은 육절기만 있으면 손님 식탁에 내놓을 수 있어 손쉽게 식당을 개업할 수 있었다.
산업화 이후 한국에서 삼겹살 식당은 최고의 회식 장소로 각광받았다. 한국에서 스타벅스가 사실상 ‘단기 장소 임대업’인 것처럼 당시 삼겹살 식당은 단기 회식 장소 임대업의 성격이 강했다. 이후 전국에 우후죽순 삼겹살 식당이 생기며 큰 인기를 자랑하게 됐다.
과거 돼지 사육은 농가에서 부업 수준의 일이었다. 또 한의학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특히 여름철 돼지고기 섭취는 ‘잘 먹어야 본전’이라는 말도 있었다.
1971년 일본이 돼지고기 수입 자유화를 시행했고 이때부터 우리나라가 일본에 돼지고기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부분육 가공장도 생겨났다. 아울러 1973년 삼성그룹이 용인에 ‘자연농원’이라는 대규모 현대식 양돈장을 만들면서 양돈업이 전업화, 기업화되기 시작한다.
또 당시 박정희 정부는 양돈을 국가 차원에서 장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소의 생산 주기가 상대적으로 길다 보니 폭팔적으로 늘어나는 육류 소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비계 삼겹살 논란의 핵심...결국은 가격
최근 제주도에서는 ‘비계 삼겹살’ 논란이 일었다. 비계 비중이 월등히 높은 삼겹살을 가게에서 판매해 논란이 된 이야기다. 비계 삼겹살 논란으로 ‘삼겹살 품질’ 이슈가 대두됐다.
하지만 사실 돼지고기는 지방맛으로 먹는 음식이다. 국내 삼겹살의 평균 지방 비중은 30~40%대다. 물론 서구에서는 살코기 타입으로 돼지를 개량해 지방이 적은 삼겹살을 생산하고 있다.
지방이 많은 삼겹살이 싫다면 목심이나 앞다리를 구워 먹으면 된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유독 돼지고기 부위 중에서 삼겹살만을 선호하고 있다. 원체 지방이 많은 고기인 삼겹살이지만 한국인들은 저지방 고기를 원한다. 이런 요구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같이 사람의 키를 침대에 맞춰 키가 크면 잘라서 죽이고 키가 작으면 늘려서 죽이는 것처럼 잘못된 행위다.
한국인들이 비계 삼겹살에 분노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서민 음식으로 여겨지던 삼겹살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삼겹살은 지난 40년간 한국을 대표하는 서민 음식이었다. 하지만 값싼 삼겹살이 소고기의 대체재로 인기가 있었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한돈 삼겹살은 더 이상 값싼 서민 음식이 아니다. 요즘에는 소고기와 맛으로 경쟁한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은 삼겹살이 서민 음식이라는 인식과 상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방이 과도하게 많은 비계 삼겹살과 비싼 삼겹살을 일컫는 ‘금(金)겹살’ 등의 표현은 서민 음식이라는 포지셔닝과 인식, 상식과 콘셉트 등이 무너져서 나온 얘기들이다. 이제 삼겹살 시장, 육류 시장을 보다 뉴노멀(New Normal)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때다. 삼겹살 가격이 소고기보다 싸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올드한 인식일 수 있다.
앞으로도 삼겹살 가격은 꾸준히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는 돼지의 주 사료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축산업은 해방 이후 미국의 값싼 잉여 농산물인 옥수수를 수입 사료 원료로 공급하며 성장했다. 하지만 물 부족 국가인 미국의 옥수수 가격은 더 이상 과거처럼 낮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서민 음식으로 우리의 곁을 지켜온 삼겹살은 이제 우리 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기후 위기를 초래한 우리들의 잘못된 행동 때문이니 누굴 원망할 수도 없는 일이다. 조금 비싸더라도 더 맛있는 ‘삼겹살의 시대’를 기대해 본다.
김태경 미트마케터
김태경 미트마케터 박사는_건국대 축산경영학 박사를 취득하고 지난 30여 년간 미트마케터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기후 위기, 인구 감소, 실질 소득 감소 등으로 달라진 식육 산업 변화와 관련한 미트 리터러시(지식과 정보를 획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 교육을 전파하고 있다. 미트마케터 활동 외에도 건국대 식품유통 경제학과 겸임교수 역임 및 고기 문화 콘텐츠 연구가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저서로는 <숙성,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 <대한민국 돼지산업사>, <삼겹살의 시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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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돈 관련 기관 등에서는 삼겹살 가격이 비싸다는 것에 억울함을 호소한다. 실제 삼겹살 1인분의 가격 2만원 중 실제 고깃값은 3500원(17.4%)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대부분 인건비와 재료비 등으로 삼겹살 가격이 오른 것이지 고깃값이 오른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1인분 2만원’이란 가격은 적당한 수준일까. 식당에 납품되는 삼겹살은 과지방 부분이 정리된다. 또 미추리 부분의 경우 구이용 삼겹살로는 판매할 수 없다. 이렇게 정리된 삼겹살에서도 20~25% 비중만이 판매용 삼겹살이 된다. 여기에 상추 등 반찬 가격을 더하면 식재료비는 전체 가격 2만원에서 3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일반적인 식당에서 식재료비의 비중이 30% 정도라고 가정하면 삼겹살 1인분 가격이 2만원인 것은 사실 합리적인 가격 수준으로 볼 수 있다. 과거와 같은 고전적 시각으로 지금의 삼겹살 2만원 시대를 바라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돼지고기는 사실 ‘소고기 대체재’였다
한국인은 왜 유독 삼겹살에 열광하게 됐을까. 사실 우리가 먹고 있는 삼겹살은 ‘한우 로스구이’의 대체재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스테이크의 한국화를 진행시켰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소고기 로스구이다. 삼겹살 로스구이는 소고기 로스구이의 변형으로 이해해야 한다.
1984년 축산학개론 책에서 한우는 일을 하는 소인 ‘역우’와 식용인 ‘육우’로 품종이 구분된다. 현재 우리가 먹는 한우는 당연히 육우다.
해방 이후 1970년대까지 소고기는 농번기인 봄이 되면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해마다 가격 파동이 발생했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고기를 많이 먹었다는 얘기다.
그러다 1970년대 중반, 892원이었던 소고기 한근의 값이 43% 오른 1274원이 됐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돼지고기가 비싼 한우의 대체재로 관심을 받기 시작한 계기다.
한국에서 유독 삼겹살이 유행한 이유는 품종 교체의 이유도 있다. 1970년대 후반부터 ‘버크셔종’ 등 맛있는 라드 타입의 돼지 품종이 생산성 위주의 ‘삼원 교잡종’으로 교체됐다. 이때부터 돼지고기의 감칠맛이 떨어졌다. 버크셔종 돼지는 육즙과 풍미, 부드러움으로 유명하다. 또 분홍빛을 띠고 마블링이 풍부하다. 또한 지방 함량이 높아 장시간 고온 요리에 이상적이다.
이에 버크셔종 돼지고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베리코 돼지, 듀록과 함께 세계 ‘3대 돼지 품종’으로 인정받고 있다.
반면 삼원 교잡종은 서구에서 개량된 돼지다. 서구는 돼지고기 소비의 70% 이상을 햄이나 소시지로 먹는다. 이에 고기의 맛보다는 살코기의 양이 많은 품종으로 개량을 했다. 이에 맛 측면에서 삼원 교잡종은 풍미가 좋은 버크셔종을 따라가지 못한다.
삼원 교잡종 돼지고기의 풍미가 약해지니 한국인들은 그나마 지방이 많아 부드럽고, 풍미가 있는 삼겹살 등 특정 부위 만을 좋아하게 된 셈이다.
삼원 교잡종 돼지를 맛있게 먹는 방법이 없던 것은 아니다. 1970년대 초 L-글루탐산나트륨(MSG)이 10~15% 첨가된 ‘맛소금’이 출시됐다. 개인적으로는 이 맛소금 출시가 삼원 교잡종 돼지의 감칠맛을 높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본다. 냉동 삼겹살 식당 식탁에 미제 후추통이 놓여져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손쉬운 상품화, 소주와 찰떡...이유 있는 인기
또한 1970년 중후반 전업 및 기업형 농가의 확산으로 배합사료 급여, 거세 등 양돈기술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후 냄새 없는 돼지고기가 공급되면서 양념 없이도 돼지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게 됐다.
고도수 유행도 삼겹살의 인기를 부채질한 요인이다. 1980년대 들어 도수가 23~25도인 고도수 소주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고도수의 소주는 삼겹살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도 위장도 보호해줬다. 삼겹살과 궁합이 매우 좋은 술이었던 셈이다.
쉽게 상품화가 가능한 것도 한국에서 삼겹살이 인기를 얻은 이유다. 1970년대, 베이컨 원료육으로 대일 수출되던 냉동 삼겹살은 국내 물가 조절용으로 공급되기 시작했다. 특히 각 정육점 마다 이미 보급된 육절기를 이용해서 냉동 삼겹살은 손쉽게 상품화가 가능했다.
가지런히 썰어 놓은 삼겹살은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판매할 수 있는 메뉴였다. 1970년대 당시 유행하던 돼지갈비는 포작업 기술이 필요했다. 또 따로 양념도 만들어야 해 전문 조리사를 꼭 채용해야 했다. 하지만 삼겹살은 육절기만 있으면 손님 식탁에 내놓을 수 있어 손쉽게 식당을 개업할 수 있었다.
산업화 이후 한국에서 삼겹살 식당은 최고의 회식 장소로 각광받았다. 한국에서 스타벅스가 사실상 ‘단기 장소 임대업’인 것처럼 당시 삼겹살 식당은 단기 회식 장소 임대업의 성격이 강했다. 이후 전국에 우후죽순 삼겹살 식당이 생기며 큰 인기를 자랑하게 됐다.
과거 돼지 사육은 농가에서 부업 수준의 일이었다. 또 한의학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특히 여름철 돼지고기 섭취는 ‘잘 먹어야 본전’이라는 말도 있었다.
1971년 일본이 돼지고기 수입 자유화를 시행했고 이때부터 우리나라가 일본에 돼지고기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부분육 가공장도 생겨났다. 아울러 1973년 삼성그룹이 용인에 ‘자연농원’이라는 대규모 현대식 양돈장을 만들면서 양돈업이 전업화, 기업화되기 시작한다.
또 당시 박정희 정부는 양돈을 국가 차원에서 장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소의 생산 주기가 상대적으로 길다 보니 폭팔적으로 늘어나는 육류 소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비계 삼겹살 논란의 핵심...결국은 가격
최근 제주도에서는 ‘비계 삼겹살’ 논란이 일었다. 비계 비중이 월등히 높은 삼겹살을 가게에서 판매해 논란이 된 이야기다. 비계 삼겹살 논란으로 ‘삼겹살 품질’ 이슈가 대두됐다.
하지만 사실 돼지고기는 지방맛으로 먹는 음식이다. 국내 삼겹살의 평균 지방 비중은 30~40%대다. 물론 서구에서는 살코기 타입으로 돼지를 개량해 지방이 적은 삼겹살을 생산하고 있다.
지방이 많은 삼겹살이 싫다면 목심이나 앞다리를 구워 먹으면 된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유독 돼지고기 부위 중에서 삼겹살만을 선호하고 있다. 원체 지방이 많은 고기인 삼겹살이지만 한국인들은 저지방 고기를 원한다. 이런 요구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같이 사람의 키를 침대에 맞춰 키가 크면 잘라서 죽이고 키가 작으면 늘려서 죽이는 것처럼 잘못된 행위다.
한국인들이 비계 삼겹살에 분노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서민 음식으로 여겨지던 삼겹살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삼겹살은 지난 40년간 한국을 대표하는 서민 음식이었다. 하지만 값싼 삼겹살이 소고기의 대체재로 인기가 있었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한돈 삼겹살은 더 이상 값싼 서민 음식이 아니다. 요즘에는 소고기와 맛으로 경쟁한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은 삼겹살이 서민 음식이라는 인식과 상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방이 과도하게 많은 비계 삼겹살과 비싼 삼겹살을 일컫는 ‘금(金)겹살’ 등의 표현은 서민 음식이라는 포지셔닝과 인식, 상식과 콘셉트 등이 무너져서 나온 얘기들이다. 이제 삼겹살 시장, 육류 시장을 보다 뉴노멀(New Normal)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때다. 삼겹살 가격이 소고기보다 싸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올드한 인식일 수 있다.
앞으로도 삼겹살 가격은 꾸준히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는 돼지의 주 사료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축산업은 해방 이후 미국의 값싼 잉여 농산물인 옥수수를 수입 사료 원료로 공급하며 성장했다. 하지만 물 부족 국가인 미국의 옥수수 가격은 더 이상 과거처럼 낮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서민 음식으로 우리의 곁을 지켜온 삼겹살은 이제 우리 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기후 위기를 초래한 우리들의 잘못된 행동 때문이니 누굴 원망할 수도 없는 일이다. 조금 비싸더라도 더 맛있는 ‘삼겹살의 시대’를 기대해 본다.
김태경 미트마케터
김태경 미트마케터 박사는_건국대 축산경영학 박사를 취득하고 지난 30여 년간 미트마케터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기후 위기, 인구 감소, 실질 소득 감소 등으로 달라진 식육 산업 변화와 관련한 미트 리터러시(지식과 정보를 획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 교육을 전파하고 있다. 미트마케터 활동 외에도 건국대 식품유통 경제학과 겸임교수 역임 및 고기 문화 콘텐츠 연구가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저서로는 <숙성,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 <대한민국 돼지산업사>, <삼겹살의 시작> 등이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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