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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족도시 꿈꾼 고양시…K-컬처밸리 무산에 한숨·실망

[배드타운의 눈물]①
경기도, 전면 백지화 후 공영개발 약속
고양시 인구 100만 넘었지만, 재정자립은 경기도 꼴찌수준

2021년 10월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부지에서 열린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착공 및 비전 선포식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경기 고양시가 과밀 억제 등 중첩 규제로 자족 기능을 상실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법률 개정 활동에 나선다고 7월 29일 밝혔다. 고양시는 각종 규제로 공장의 신‧증설이 어려워 일자리를 만들 여건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고양시는 휴전선과 가깝다는 이유로 과밀억제권역 외에 개발제한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규제가 추가돼 산업기반 시설 조성에 엄격한 제한을 받고 있다.

고양시가 ‘일자리’에 목말라하며 자족 도시로 변화하길 원하는 건 그만큼 ‘베드타운’으로의 한계를 절실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일산은 서울 등 도심에 직장을 가진 시민들의 주거지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신도시였지만, 대부분이 주거용 택지나 아파트로 이루어져 일자리와 소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한계를 마주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 교통 문제, 지역사회의 단순화 등 결국 우려하던 베드타운의 단점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2조원 규모 CJ라이브시티 “전면 백지화”

지난 7월 ‘CJ라이브시티’ 사업 백지화는 자족 도시로 변모를 바라던 고양시민의 기대감이 무너진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CJ라이브시티는 CJ그룹 계열사인 CJ라이브시티가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 32만6400㎡(약 10만평) 부지에 약 2조원을 투입해 세계 최대 규모의 K팝 공연장(2만석)과 스튜디오, 테마파크 등을 조성하려던 사업이다. 한국 문화와 콘텐츠를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뜻으로 ‘K컬처밸리’ 사업으로도 불렸다. 하지만 경기도는 7월 1일 “CJ라이브시티와 사업 협약을 해지하고 공영개발 방식으로 사업을 재추진한다”고 밝혔다.

김현곤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그동안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 4차례나 사업 계획 변경에 합의하는 등 적극 협조했지만, CJ라이브시티 측이 자금난 등을 이유로 지난달(6월) 30일 완공 기한을 맞추지 못했다”며 “지체상금(기한 내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지불해야 하는 배상금)을 감면해 달라는 수용할 수 없는 요구도 하고 있어 협약 해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시민들은 반발했다. 10년간 부가가치 30조원, 직접 일자리 9000여명, 간접 취업 20만 명 등 경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사업이 중단된 것에 대해 항의가 빗발쳤다. 경기도청 홈페이지에는 ‘CJ라이브시티 관련 상세한 소명, 재검토, 타임라인 제시 요청’이란 청원 글이 올라왔고 2주 만에 1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일각에서는 사업이 무산된 부지에 ‘또 아파트를 짓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만큼 K컬처밸리 사업 무산에 실망한 시민들이 많다는 뜻이다.

이에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김동연 지사와 고양을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이기헌·김영환·김성회 등 세 의원이 전날 긴급 회동에서 K-컬처밸리 사업의 원형 유지, 신속 추진, 책임 있는 자본 확충 등 3개 항에 뜻을 모았다”고 밝히며 “K-컬처밸리 사업은 그대로 간다”고 했다. 경기도는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행정1부지사를 단장으로 K컬처밸리 TF를 구성하기로 했다. 도와 고양시가 장항동, 대화동, 송산·송포동 등 JDS 지구(26.7㎢)에 추진 중인 경제자유구역에 K-컬처밸리 부지를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경기도 역시 K-컬처밸리 사업 무산이 고양시에 얼마나 큰 충격을 줄 수 있는지 짐작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고양시 베드타운 전락…인구는 많은데, 재정자립도↓

고양시는 인구는 2014년 100만명을 넘어선 대도시다. 수원(2002년), 창원(2010년), 용인(2017년)과 함께 100만명 돌파 후 2022년에는 ‘특례시’로 승격됐다. 특례시는 광역시처럼 ‘도’에서 분리되지는 않지만, 광역시와 비슷하게 자치 행정권을 더 강화한 형태다. 

그런데도 아직 베드타운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 부동산 가격 안정화와 주택공급 정책으로 진행하는 3기 신도시 사업에서 고양 창릉신도시가 또 베드타운의 역할을 맡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창릉신도시는 고양시 덕양구 동산·용두·화전·성사·도내·화정·행신동 일대 약 3만8000가구를 수용해 대규모 주택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3기 신도시 중 서울과 가장 가까운 창릉에 주택 물량 확대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릉지구의 성장 잠재력과 자족 기능 향상을 위해 확보하기로 한 유보지를 축소한다는 것이다. 일자리 없이 주택만 들어서면 자족 도시로의 기능이 더 약화할 것을 우려한 고양시는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덕양연합회는 “주먹구구식 주택 정책으로 108만 고양시민이 피해를 본다”면서 “자족 용지를 줄여 임대아파트를 잔뜩 지어 베드타운화하려는 건설 정책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환 고양시장도 최준엽 LH 처장을 만나 창릉지구의 자족 기능 확보 등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주거 중심의 개발에서 탈피해 자족 용지를 확보하고 일자리 중심의 도시로 조성돼야 한다는 게 고양시 측 주장이다. 이 시장은 “민선 8기 시작부터 ‘고양 창릉 공공주택지구를 수도권 서북부권의 대표적 일자리 거점지역과 친환경 생태 주거단지로 건설하기 위해서는 자족 용지 확대와 주택 수 축소, 제대로 된 호수공원 조성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요구했음에도 현재까지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해당 내용의 반영을 요청했다.

‘베드타운’ 고양시 위상의 하락은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고양시 공업지역 물량은 일산테크노밸리 10만㎡를 포함해 16만 6000㎡ 수준, 반면 수원은 411만3000㎡에 이른다. 고양시의 올해 재정자립도는 33.7%를 기록했다. 전국 지자체의 재정자립도 평균이 43.31% 수준임을 고려하면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2022년 기준 2114만원으로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26위를 차지했다. 경기도에서 손꼽힐 만큼 많은 인구를 보유한 도시지만, 1인당 지역 내 총생산은 적다는 뜻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일산이 신도시 대표 도시 중 한 곳이었지만, 베드타운 역할에 머무르고 젊은 세대가 감소하면서 활력을 잃은 감이 있다”며 “일자리를 확보하고 자족도시로 발전하지 못하면 성장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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