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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심한 공장에서도 편하게 소통할 수 있다”[이코노 인터뷰]

정윤영 인투스 대표
성대 진동 신호 음성 신호로 만드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고요’ 제작
외부 소음 상관없이 대화 가능…제철소·건설 현장에서 만족도 높아

정윤영 인투스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포항공과대(포스텍) 고분자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연구를 하던 중 포스코 관계자를 만났다. 포스코 관계자는 연구원의 연구과제를 살펴보고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에게 필요한 것 같다”는 조언을 했다. 당시 산업현장에서 안전 불감증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던 때였고, 자신의 연구가 안전 관련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움직임이 있는 모든 대상의 진동 신호를 필요 신호로 변환하는 기술을 연구하던 교수는 2021년 8월 커뮤니케이션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타트업 인투스(intus)를 창업했다. 사람의 성대 진동 신호를 음성 신호로 변환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고요’를 개발하고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다. 정윤영 인투스 대표가 주인공이다. 

정 대표는 “우리는 시끄러운 곳에서도 편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웨어러블 스타트업이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현재 포스텍 전자전기공학부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인투스는 교수 창업인 셈이다. 

85dB 이상 소음 공간에서도 소통 원할

제철공장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면 공장 내부에서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투스가 측정한 바에 따르면 포스코의 제강 공장의 소음은 85데시벨(dB), 압연 공장 소음은 96dB에 이른다. 운행 중인 기차 옆의 소음이 80dB 수준이라고 하니, 공장 내부의 소음이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정 대표는 “85dB 이상이면 이어폰이나 헤드폰의 노이즈 캔슬링(잡음 제거) 기능이 작동하기 어렵다”면서 “공장에서는 이런 상황 때문에 이어폰 대신 무전기를 사용하는데 주변 소음이 무전기에 그대로 전달되어서 소통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인투스가 개발한 제품은 목과 귀에 착용하는 이어폰과 비슷하다. 작동 원리는 보통의 이어폰과 다르다. 사람이 말을 하는 원리는 성대가 떨리면서 생기는 공기 파동이 목구멍과 혀 등의 구강 구조 기관을 거치면서 고유의 목소리가 되는 것이다. 고요는 사람이 말할 때 발생하는 성대의 진동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정 대표는 “성대의 진동을 음성 신호로 변환하면 주변 소음이 아무리 커도 소통에 어려움이 없다”면서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각자의 고유 음색을 입히면 각자의 목소리가 생성된다” 고 설명했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성대 진동을 음성 신호로 변환해 주는 기술과 음성 신호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불명확한 음성을 명확하게 해주는 기술 등이 필요하다. 인투스는 이를 가능하게 한 특허 3건을 국내에 등록했고, 해외에도 1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인투스가 개발한 산업용 커뮤니케이션 웨어러블 디바이스 ‘고요-2’ 제품. [사진 인투스]


경쟁 제품 대비 1/5 경량화에 성공

인투스가 개발한 제품은 소음이 심한 현장으로 꼽히는 포스코 공장과 현대건설의 건설 현장 등에서 테스트했다. 지난해 3월에 한수원 새울 3호기 현장에서, 같은 해 7월 군에서도 현장 테스트를 진행했다. 정 대표는 “우리 제품을 테스트한 작업자분들은 모두 만족했다”면서 “특히 군에서도 니즈가 있었는데 당시 군에서 이슈가 생겨서 진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군에서 올해 다시 테스트를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술적인 완성도는 갖췄지만 정 대표가 해결해야 할 게 있다. 사람 몸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라는 하드웨어 측면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제품 테스트에서 확인한 것은 작업자들이 장갑을 많이 착용하기 때문에 제품을 섬세하게 다루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장갑을 낀 채로 제품을 착용하기 쉬워야 한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대충 써도 몸에 착 달라붙어야 하는 디바이스 특징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람마다 체형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맞게 제품을 제작해야 해야 한다. 무게도 가벼워야 한다. 정 대표는 “기존 제품 대비 1/5로 경량화는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인투스가 개발한 제품을 상용화하려면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에 하드웨어 제조 노하우까지 필요한 셈이다. 그는 “처음 고요 제품 하나 만드는 데 하루 꼬박 걸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수작업으로 해도 1시간이면 완성할 정도로 빨라졌다”면서 “제품 제조라인을 자동화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수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 양산 제품으로 만드는 데 어려움이다”고 말했다. 

고요의 기술적인 측면은 자신하지만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은 다른 차원임을 알게 됐다. 현재 정 대표가 집중하는 것은 제조 라인을 만드는 것이다. 자본이 필요한 일이다. 현재 수작업 위주로 이뤄지는 테스트 제품 제조가 이뤄지고 있고, 상용화를 위해서는 공장 라인이 필수다. 그는 “창업 초기 엔젤투자만 받았고, 투자를 받아야 할 때 투자업계가 좋지 않아서 투자 유치를 하지 못했다”면서 “제조까지 해야 하는 업이다 보니까 기존처럼 R&D 연구과제만 수주해서는 공장을 건설하지 못한다. 투자를 받기 위해 투자사를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정 대표는 우선 최소한의 인력으로 인투스를 운영하고 있다. 

인투스는 현재 포스텍의 스타트업 육성 공간 체인지업 그라운드에 자리 잡고 있다. 테크 스타트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주변 창업가와 포스텍 연구자들과 소통하기 쉽기 때문이다. 다만 포항이라는 지역의 한계로 엔지니어 고용은 어렵다고 토론한다. 그는 “포스텍에서 교수로 지내다가 창업을 해보니까 교수 사회가 온실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웃음)”면서 “전문경영인이 있지만 나도 회계나 채용 등 기업 경영에 대해서 모두 알아야 하는데, 직접 해보니 어려운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또한 “창업에 도전하는 후배에게 기술에 자신이 있다고 빠르게 창업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을 만나서 차분하게 준비한 후에 창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는 창업 후 3년 동안 연구개발 및 테스트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올해는 현장에 이 제품이 채택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윤영 인투스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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