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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시장 독점’ 판결문 받아 든 구글…새로운 질서 움트나 [한세희 테크&라이프]

미국 정부에는 중요한 승리, 구글로선 뼈아픈 패배
시장 경쟁 활성화 기대…MS·애플 기회 잡을 듯

8월 5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와 구글의 반독점 소송에서 워싱턴DC 연방법원은 구글이 독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부당한 방법으로 검색 시장의 경쟁을 가로막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구글은 독점 기업이고,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

빅테크 플랫폼 기업의 악몽이 현실이 됐다. 구글이 검색 시장 독점 기업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와 구글의 반독점 소송에서 워싱턴DC 연방법원은 구글이 독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부당한 방법으로 검색 시장의 경쟁을 가로막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 정부에는 중요한 승리, 구글로선 뼈아픈 패배이다.

미국에 뿌리를 둔 소수 빅테크가 세계 디지털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는 가운데, 유럽에 이어 본진인 미국에서도 빅테크 견제를 위한 초강수가 나왔다. 현대 인터넷 생태계의 근간이라 할 검색 시장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구글은 검색 독점 사업자”

재판 과정에서 가장 큰 화제는 아이폰 사파리 브라우저에 구글을 기본 검색 엔진으로 탑재하기 위해 구글이 2022년 애플에 200억 달러, 한국 돈 약 27조5000억원을 지급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대략 애플 영업이익의 17.5%, 구글 매출의 1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처음엔 무료 제휴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점점 금액이 올라가 200억 달러에 이르렀다.

구글은 소비력이 큰 애플 사용자의 검색 트래픽을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구글은 모바일 운용체계(OS) 안드로이드를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사에 무료로 뿌리고, 대신 기기에 자사 검색과 애플리케이션(앱) 장터인 ‘플레이 스토어’를 기본 탑재하게 했다. 이를 통해 검색과 앱 유통을 장악했다. 안드로이드를 쓰지 않는 애플 기기에는 막대한 돈을 지불해 기본 검색 엔진 자리를 샀다. 또 삼성전자 같은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 파이어폭스 브라우저를 만드는 모질라재단과도 구글 검색 기본 탑재를 위해 거래를 했다. 가장 큰 몫은 애플에게 돌아갔지만, 삼성이나 모질라재단 등에도 연간 7조원에서 8조원에 달하는 돈이 뿌려졌다.

구글은 이렇게 해서 사람들이 인터넷을 접하는 거의 모든 접점에 구글 검색창을 심어 놓았다. 모바일 기기에서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검색 엔진이 됐다. 국내 모바일 검색 시장 우위를 지킨 네이버가 ‘예외적 사례’로 불리는 이유다. 이마저도 최근에는 점차 검색점유율 격차가 좁혀지는 추세다.

여기에 경쟁사가 끼어들 여지는 없었다. 구글이 애플에 주는 금액이 너무 커 애플은 다른 검색 기업과 제휴하거나 자체 검색 서비스를 개발할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검색을 장악한 구글은 여기서 나오는 막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쟁사와 검색 품질 격차를 더욱 벌렸다.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우리 회사 검색 서비스 ‘빙’을 사파리에 기본 탑재하면 광고 수익의 90%를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애플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검색을 독점하고, 따라서 검색 데이터도 독점한 구글을 추격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구글은 법정에서 자사 검색이 가장 훌륭하기에 선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플 역시 같은 입장이다. 에디 큐 애플 부사장은 법정에서 “애플이 빙을 기본 탑재하도록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불할 수 없는 금액은 없다”라고 증언했다. 그만큼 구글 검색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지만, 판사는 애플과 같은 대기업도 대안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검색 시장이 실질적으로 독점 상태인 것으로 판단했다.

‘검색 이후’ 질서를 향하여

지금 나온 판결은 구글의 독점 여부만 판단한 것이고, 이런 독점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는 추후 별도 재판을 통해 결정된다. 또 구글이 항소해 2심을 거쳐 대법원판결이 나오기까지 2년에서 3년은 걸릴 전망이다. 중간에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향후 전개를 예측해 볼 수는 있다. 일단 구글이 목 좋은 모바일 ‘부동산’을 거액에 독점하는 거래를 못 하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애플·삼성·모질라재단 등이 이번 판결의 패자다. 하드웨어 매출 성장세가 주춤해 서비스 부문 성장이 절실한 애플로선 구글 검색 탑재 대가가 아쉬울 터다. 삼성 역시 구글에 대략 조 단위의 돈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며, 모질라재단 역시 조직 운영 자금의 상당 부분이 구글에서 나온다.

물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구글이다. 독점 사업자라는 판결이 난 이상 기업 분할까지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크롬이나 안드로이드 사업을 분사해야 한다면 검색과 기타 서비스를 결합해 제공하고 사용자 데이터를 얻어 광고 효율을 높이는 선순환 사업 구조는 깨져 버린다.

검색 시장에서 갖는 압도적 위치나 굳어진 사용자 습관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구글이 지배적 사업자로 남을 가능성이 적지 않으나, 어쨌든 경쟁사가 활동할 여지가 보다 커져 지금보다는 시장 경쟁이 활성화되리라는 기대다. 특히 빙과 에지 브라우저를 앞세운 마이크로소프트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시장을 놓친 마이크로소프트는 다가오는 인공지능(AI) 시대에선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검색을 통한 사용자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다.

애플이 장기적으로 자체 검색 서비스 개발에 나서는 상황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애플은 자체 AI 모델과 챗GPT를 결합한 ‘애플 인텔리전스’ 서비스도 최근 발표했다. 오픈AI 역시 실시간으로 답을 제공하는 ‘서치GPT’를 테스트하고 있다.

기존 검색이 생성형 AI 모델이 관련 정보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가고 경쟁사들이 이에 맞춰 치고 나가는 와중에, 구글이 독점 사업자로 규정되면 데이터 확보에 지장을 받아 지금도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구글의 AI 서비스가 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1984년 AT&T의 지역별 분할이 초고속 인터넷 보급을, 1999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브라우저 끼워팔기에 대한 규제가 구글 등 차세대 인터넷 경제의 주역을 탄생시켰듯, 이번 판결이 새로운 시장 질서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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