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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전등화’ 임기만료 앞둔 5대 은행장…연임 변수는

[5대 은행 덮친 금융사고 나비효과]②
홍콩ELS 사태·금융사고 발생여부 변수
‘지배구조 모범관행’ 따라 9월부터 인선 시작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은행 수장의 임기가 올해 연말 만료된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금융사고 발생 여부 등에 따라 각 행장들의 거취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행장 거취 점쳐보면…정상혁‧이승열 연임 ‘청신호’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농협은행장 등 5대 은행장의 임기가 오는 연말 종료된다. 주요 시중은행의 행장은 기본 2년 임기에 추가로 1년을 더해 3년의 임기가 주어지는 것이 통상적이다. 다만 올해는 유난히 금융사고가 많았던 만큼 은행마다 연임 여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올해 상반기 신한은행을 ‘리딩뱅크’로 이끈 정상혁 행장은 연임 청신호가 켜졌다. 정 행장은 한용구 전 신한은행장이 건강상 이유로 취임 한 달 만에 물러난 뒤 갑작스레 수장을 맡게 됐음에도,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통 신한맨’ 정 행장의 저력은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도 드러났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 2조535억원을 기록하며,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2조원을 넘겼다. 글로벌 부문도 호실적을 내면서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타 은행들과 격차 벌리기에 나섰다. 올해 상반기 해외법인 당기순이익은 40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늘었다.

이승열 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이 행장은 하나은행의 첫 외환은행 출신 행장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화학적 결합으로 자산 관리와 글로벌, 연금사업 분야 경쟁력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행장은 대외 활동에 적극 나서진 않지만 ‘조용한 카리스마’를 지녔다는 후문이다. 리더의 솔선수범을 강조한 이 행장의 경영 철학은 지난해 전체 시중은행 가운데 순이익 1위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2022년 연결기준 2조98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실적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후 이 행장이 취임한 뒤에도 2023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3조2922억원을 기록하면서 1위 자리를 지켜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ATM. [사진 연합뉴스]

이재근 연임할까…위태로운 조병규‧이석용
2022년 취임한 이재근 행장의 연임은 ‘물음표’다. 이 행장은 2년 임기를 마친 뒤, 1년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에 추가 임기를 부여받으면, 3번째 임기가 된다. 국민은행이 은행권에서 홍콩 ELS 판매 규모가 가장 컸던 것에 더해 3월 104억원, 4월 383억원 등의 배임 사고가 있었던 점은 연임에 변수다.

다만 허인 전 국민은행장이 3연임하며 회사를 4년간 안정적으로 이끈 전례가 있어, 이 행장의 3연임 가능성도 나온다. 은행업권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조직 쇄신’과 ‘조직 안정’ 중 어느 것에 무게를 두는 지에 따라 이 행장의 거취가 달라질 수 있다.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지난해 1월 취임했다. 이 행장은 내부 출신의 세대교체라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농협은행에서는 3월 109억원 규모 부당대출 배임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5월 53억원, 11억원 규모의 배임사고가 추가로 드러났다. 총 규모는 174억원에 이른다.

더군다나 금융사고 가운데 2건은 이 행장 시절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109억원의 부당대출 관련 금융사고는 2019년 3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53억원 규모 금융사고는 2020년 8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 농협중앙회장으로 취임한 강호동 회장이 내부통제와 관리책임 강화를 줄곧 얘기하고 있는 만큼, 조직 변화를 꾀할 수도 있다. 관리책임 강화 방안에는 중대 사고와 관련된 계열사 대표의 연임을 제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조병규 우리은행장 또한 위태로운 상황이다. 조 행장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취임 후 가동된 ‘우리은행장 선임 프로그램’을 통해 선임된 최초의 행장이다. 지난해 7월 임기를 시작한 조 행장은 ‘순이익 1위 은행’을 목표로 내걸고,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당차게 공표한 포부가 무색하게, 잡음은 지속됐다. 지난 6월 우리은행 대리급 직원이 대출 신청서를 위조해 100억원을 횡령했다. 최근에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들이 우리은행에서 수백억원 대의 부당 대출을 받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정 대출은 조 행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이뤄졌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각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 따라 오는 9월부터 인선 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에는 기존 폐쇄적인 승계 절차를 없애고,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차기 행장 선임 준비를 시작하도록 한 원칙이 담겨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사 결과는 나와봐야 아는 것이지만, 3연임은 각 사 재량이고 보편적으로 은행장들에겐 ‘2년+1년’의 임기가 주어진다”면서 “올해는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도 실시되는 만큼 승계절차에 빠르게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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