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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산업 찾아라”…바이오 진출하는 식품 공룡

[바이오 품은 식품사]①
M&A로 유망 기업 인수해 시장 진입
식품·바이오 연관성 높아…‘역진입’도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 7월 3일 인천 연수구 송도 11공구에서 열린 롯데 바이오로직스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착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식품 분야의 강자들이 바이오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 등 방법은 다양하다. 이들 기업이 바이오 시장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저출생과 고령화 등으로 인구 감소가 우려돼 기존의 사업을 고집해서는 기업 성장에 한계가 있어서다. 식품은 의약품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이들 기업이 다른 분야의 기업들보다 바이오 시장에 뛰어들기 좋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일부 바이오 기업이 급속도로 성장한 점도 유통과 식품 분야의 기업들이 바이오 시장에 눈을 돌리게 했다.

식품업계 등에 따르면 바이오 시장에 진출한 주요 기업으로는 롯데그룹과 CJ그룹, 오리온그룹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오랜 기간 유통과 식품 분야에서 자리를 잡은 기업이라는 점이다. 최근 바이오 시장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롯데그룹은 뒤늦게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뛰어들었고 CJ그룹과 오리온그룹은 신약 개발 기업을 사들였다. 대상그룹은 대체육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며 신세계그룹은 투자를 통해 바이오 시장을 살펴보고 있다.

오리온은 수천억원대의 M&A를 발표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알짜배기 신약 개발 기업인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를 사들이면서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다국적 제약사의 가장 큰 관심을 받는 항체-약물 중합체(ADC) 분야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온 기업이다. ADC는 약물에 유도탄을 달아 암 치료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인 약물 형태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술이전을 성공시켜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기도 하다. ‘신약 개발 기업은 적자’라는 설명에 벗어나는 기업이라는 뜻이다.

오리온이 갑작스레 바이오 시장에 진출한 것은 아니다. 오리온은 2020년 세 분야의 신사업을 제시하며 바이오 사업을 그 중 하나로 꼽았다. 관련해 진단기업 수젠텍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고 또 다른 진단기업 지노믹트리와 대장암 조기진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시장에서 오랜 기간 닦아온 터를 활용하기 위해 중국의 산동루캉제약과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백신 개발 기업 큐라티스와 결핵백신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고, 하이센스바이오와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해 치과 질환 치료 효과가 있는 치약 제품의 개발에 착수하기도 했다.

롯데그룹도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롯데헬스케어를 통해 바이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의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의 시러큐스공장을 1억6000만 달러(약 2000억원)에 인수하며 바이오 시장 진출을 알렸다. 의약품 CDMO 사업의 허들을 고려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 기존의 공장을 사들이는 형태로 바이오 시장에 진출한 셈이다.

롯데바이로직스는 인천 송도에도 4조원 이상을 쏟아 공장과 부속 건물을 짓는다.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기업 설립 이후 매년 국제 무대에서 브랜드 알리기에 힘쓰기도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롯데바이오로직스에 각별한 관심을 쏟는 모습이다. 올해 7월 열린 롯데바이오로직스 송도 공장 착공식에서 신 회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를 롯데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기도 했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전무가 올해 초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로 선임된 점도 롯데그룹이 바이오사업에 쏟는 관심의 척도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CDMO 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을 쫓는다는 구상이다. 특히 신 전무가 향후 롯데그룹 경영권을 이어받는 데 있어 이번 바이오 사업 성과는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천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가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CJ바이오사이언스 본사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 활용을 위한 이지바이옴(EzBiome)'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식품사, 왜 바이오인가

CJ그룹은 CJ제일제당이 1000억원가량을 투입해 인수한 CJ바이오사이언스를 중심으로 신약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해 항암제를 비롯한 다양한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다. 내년까지 두 건 이상의 기술수출을 내기가 목표다.

이를 위해 CJ바이오사이언스는 영국과 아일랜드 소재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인 4D파마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후보물질과 플랫폼 기술을 사들이며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약 후보물질은 고형암과 소화기 질환, 뇌 질환, 면역 질환 등에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약 외 의료기기에 진출한 기업도 있다. 한국야쿠르트(hy)는 건강 사회 건설이라는 창립 이념에 따라 종합적인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의료 로봇 기업 큐렉소를 인수했다.

hy의 모회사는 비빔면으로 유명한 팔도다. hy가 큐렉소를 인수한 2011년까지만 해도 국내 의료 로봇 연구는 세계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큐렉소는 hy 품에 안긴 이후 인공관절 수술 로봇 분야에서 국산화를 이뤘고 정형외과 수술 로봇인 ‘큐비스 조인트’와 척추 수술 로봇인 ‘큐비스 스파인’, 재활 치료 로봇 ‘모닝워크’ 등의 수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식품 기업이 바이오 시장에 여럿 진출한 이유는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다른 산업 대비 높아서다. 식품 기업과 바이오 기업은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지침을 따르고 있으므로 같은 규제기관의 인허가 절차를 경험했다는 장점도 있다.

바이오 기술 개발 시 식품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일거양득이다. 실제 수많은 바이오 기업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신약 개발 기술을 활용, 건강기능식품 또는 기능성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같은 기술로 이른바 ‘역진입’이 가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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