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지는 ‘중동發 화약 냄새’에…정유 업계 ‘노심초사’
이스라엘 vs 이란·헤즈볼라 전운 고조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도 요동
2분기 실적 저조한 韓 정유 업계 직격탄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국제 유가가 출렁인다. 이스라엘과 이란·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전운이 고조되면서다. ‘중동 긴장’에 덩달아 국내 정유 업계도 긴장한다. 정제마진 하락으로 2분기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유가의 불확실성까지 얹어진 까닭이다. 문제는 하반기다. ‘중동 리스크’ 확대로 하반기에도 위험은 여전하다. 결국 정유업계는 국제 유가 전망이 어려워지면서 하반기 전망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달 31일 이란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됐다. 이란 입장에선 자국의 중심에서 하마스 수장이 암살된 셈이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이번 암살과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국제 사회는 암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보복을 고심하는 이유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로켓 약 25발을 발사했다. 헤즈볼라는 친이란 성격을 띤다.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최고위급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를 잃은 바 있다. 이스라엘을 배후로 한 ‘암살’이 중동 화약고를 들썩이게 만든 핵심 계기가 된 셈이다.
롤러코스터 탄 ‘국제 유가’
중동 정세가 급격히 불안해지면서 국제 유가도 덩달아 요동친다. 대표적인 예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다. WTI는 3대 유종 중 하나로 미국 서부 텍사스주의 중부 지역에서 생산된다. 주로 미국 내에서 거래된다. 다만, 세계 최대 선물거래소인 뉴욕상품거래소에 상장된 중심 유종으로 국제유가를 선도하는 가격지표로 많이 활용된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 종가 보다 3.22달러(4.2%) 올랐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큰 상승 폭이다. 다음날 13일(현지시간) WTI 종가는 전장보다 2.14% 하락한 배럴당 78.3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시장 참가자들은 ‘원유 수요 악화’에 주목했다. 중동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됨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원유 수요 악화가 원유 급등세를 진정시킨 셈이다.
실제 전 세계 원유 수요는 계속 약해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분기 전 세계 원유 수요는 하루 71만 배럴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2년 말 이후 가장 작은 원유 수요 증가폭이다.
앞서 지난 12일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중국의 수요 감소를 원인으로 올해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하루 13만5000배럴로 제시했다. IEA는 OPEC이 감산 조치를 유지하더라도 브라질과 캐나다, 미국 등의 산유량이 증가함에 따라 내년에도 원유 공급은 과잉일 것으로 전망했다.
흔들리는 정유 업계
중동의 화약 냄새는 국내 정유 업계에게 뼈 아프다. 가뜩이나 정제마진 하락으로 인해 2분기 아쉬운 성적표를 받은 가운데, 유가의 불확실성이 더해지는 까닭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 합계는 396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분기와 비교하면 수익성은 곤두박질친 셈이다.
지난 1분기 국내 정유 4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1조8006억원이다. 불과 3개월 만에 영업이익이 약 78% 급감했다. 국내 정유사들이 부진한 실적을 받게 된 핵심 원인으로 본업인 석유 부문이 지목됐다. 2분기 들어 정제마진 약세와 함께 석유 수요 둔화 등이 이어지자 덩달아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값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제외한 것을 뜻한다. 주로 정유사의 수익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사용된다. 업계에서는 통상 4~5달러 선을 손익 분기점으로 본다.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 정유시장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올해 1분기 기준 7.3달러에서 2분기 3.5달러로 반토막 났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중동 지역에서 대규모 전쟁이 발생할 경우 원유 공급망은 불안해질 수 밖에 없다. 원유 공급망 불안은 원유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다만, 수요가 부족한 상황 속 오르는 원유 가격이 오히려 정제마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하반기 전망도 불투명하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12대 수출 주력 업종의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15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하반기 수출전망 조사’에 따르면 석유제품의 경우 올해 하반기 채산성이 더 악화할 것이라는 응답 비율이 100%로 모든 업종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호황기에는 국제유가와 석유 제품 수요가 함께 증가하는 까닭에 정제마진이 증가한다”면서도 “수요는 늘지 않고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유가만 상승 할 경우 오히려 제품 생산비만 증가해 정제마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하반기 반등도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달 31일 이란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됐다. 이란 입장에선 자국의 중심에서 하마스 수장이 암살된 셈이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이번 암살과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국제 사회는 암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보복을 고심하는 이유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로켓 약 25발을 발사했다. 헤즈볼라는 친이란 성격을 띤다.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최고위급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를 잃은 바 있다. 이스라엘을 배후로 한 ‘암살’이 중동 화약고를 들썩이게 만든 핵심 계기가 된 셈이다.
롤러코스터 탄 ‘국제 유가’
중동 정세가 급격히 불안해지면서 국제 유가도 덩달아 요동친다. 대표적인 예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다. WTI는 3대 유종 중 하나로 미국 서부 텍사스주의 중부 지역에서 생산된다. 주로 미국 내에서 거래된다. 다만, 세계 최대 선물거래소인 뉴욕상품거래소에 상장된 중심 유종으로 국제유가를 선도하는 가격지표로 많이 활용된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 종가 보다 3.22달러(4.2%) 올랐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큰 상승 폭이다. 다음날 13일(현지시간) WTI 종가는 전장보다 2.14% 하락한 배럴당 78.3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시장 참가자들은 ‘원유 수요 악화’에 주목했다. 중동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됨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원유 수요 악화가 원유 급등세를 진정시킨 셈이다.
실제 전 세계 원유 수요는 계속 약해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분기 전 세계 원유 수요는 하루 71만 배럴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2년 말 이후 가장 작은 원유 수요 증가폭이다.
앞서 지난 12일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중국의 수요 감소를 원인으로 올해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하루 13만5000배럴로 제시했다. IEA는 OPEC이 감산 조치를 유지하더라도 브라질과 캐나다, 미국 등의 산유량이 증가함에 따라 내년에도 원유 공급은 과잉일 것으로 전망했다.
흔들리는 정유 업계
중동의 화약 냄새는 국내 정유 업계에게 뼈 아프다. 가뜩이나 정제마진 하락으로 인해 2분기 아쉬운 성적표를 받은 가운데, 유가의 불확실성이 더해지는 까닭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 합계는 396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분기와 비교하면 수익성은 곤두박질친 셈이다.
지난 1분기 국내 정유 4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1조8006억원이다. 불과 3개월 만에 영업이익이 약 78% 급감했다. 국내 정유사들이 부진한 실적을 받게 된 핵심 원인으로 본업인 석유 부문이 지목됐다. 2분기 들어 정제마진 약세와 함께 석유 수요 둔화 등이 이어지자 덩달아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값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제외한 것을 뜻한다. 주로 정유사의 수익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사용된다. 업계에서는 통상 4~5달러 선을 손익 분기점으로 본다.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 정유시장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올해 1분기 기준 7.3달러에서 2분기 3.5달러로 반토막 났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중동 지역에서 대규모 전쟁이 발생할 경우 원유 공급망은 불안해질 수 밖에 없다. 원유 공급망 불안은 원유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다만, 수요가 부족한 상황 속 오르는 원유 가격이 오히려 정제마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하반기 전망도 불투명하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12대 수출 주력 업종의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15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하반기 수출전망 조사’에 따르면 석유제품의 경우 올해 하반기 채산성이 더 악화할 것이라는 응답 비율이 100%로 모든 업종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호황기에는 국제유가와 석유 제품 수요가 함께 증가하는 까닭에 정제마진이 증가한다”면서도 “수요는 늘지 않고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유가만 상승 할 경우 오히려 제품 생산비만 증가해 정제마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하반기 반등도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로또 1146회 1등 당첨번호 ‘6·11·17·19·40·43’,…보너스 ‘28’
2“결혼·출산율 하락 막자”…지자체·종교계도 청춘남녀 주선 자처
3“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진정성 있는 소통에 나설 것”
450조 회사 몰락 ‘마진콜’ 사태 한국계 투자가 빌 황, 징역 21년 구형
5노르웨이 어선 그물에 낚인 '대어'가…‘7800t 美 핵잠수함’
6'트럼프의 입' 백악관 입성하는 20대 女 대변인
7주유소 기름값 5주 연속 상승…“다음주까지 오른다“
8트럼프에 뿔난 美 전기차·배터리업계…“전기차 보조금 폐지 반대”
9"백신 맞고 자폐증" 美 보건장관의 돌팔이 발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