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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출국금지’에 ‘암 투병’ 임원이 연사로…파두 ‘FMS 발표’ 함의

‘파두-SK하이닉스-메타’ 구조 변화…웨스턴디지털 협력 사실상 공식화
메타, 3년 연속 파두와 함께 ‘기조연설’…“제품 만족도 높다는 방증”

파두는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전시회 ‘2024 FMS’가 개막한 8월 6일(현지시각) 웨스턴디지털·메타와 공동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사진은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는 아누 머시 파두 마케팅 부사장. 파두에선 당초 이지효 파두 각자대표가 기조연설자로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금융감독원이 출국금지를 풀어주지 않아 불발됐다. 아누 머시 부사장은 암 투병 중에도 대체자가 없는 상황이라 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파두]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국내 반도체 설계 전문(팹리스) 기업 ‘파두’가 웨스턴디지털(WDC)·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모기업)와의 협업 관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 3사는 최근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전시회에서 나란히 기조연설에 나섰다. 사실상 ‘공동 사업 진행’을 대외에 표명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파두는 그간 SK하이닉스와 협업해 메타향 사업을 진행해 왔다.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Nand Flash·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정보가 계속 저장되는 비휘발성 기억장치)에 파두의 컨트롤러를 붙여 메타가 요구하는 성능의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제품을 공급해 왔다.

3사의 발표를 두고 기존 사업 구조에서 SK하이닉스가 담당한 역할을 웨스턴디지털이 대신하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도체업계 일각에선 이를 두고 ‘파두가 사업 안전성을 확보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SK하이닉스는 그간 파두와 기술 협업을 진행하면서 재고 처리나 물품 공급 등에서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사업적 위험 부담을 웨스턴디지털과의 협업을 통해 덜어냈다는 시각이다. SK하이닉스로선 최근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는 메타란 ‘대형 고객사’를 놓칠 수 있다는 점에서 뼈아픈 손실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파두 기술력 논란 사실상 종결”

파두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전시회 ‘2024 FMS’(2024 Future of Memory and Storage)에 참석, 웨스턴디지털·메타와 함께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3사는 ‘인공지능(AI) 혁명을 이끌다’란 주제로 함께 발표를 진행하며 확고한 협력 관계를 대외에 확인 시켜줬다.

2024 FMS 기조연설에는 구체적으로 ▲에릭 스패넛 웨스턴디지털 마케팅담당(부사장) ▲로스 스텐포트 메타 스토리지 엔지니어가 올랐다. 파두에선 당초 이지효 파두 각자대표가 기조연설자로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출국금지를 풀어주지 않아 불발됐다. 이에 기조연설자론 아누 머시 파두 마케팅 부사장이 대신 나섰다. 아누 머시 부사장은 암 투병 중에도 대체자가 없는 상황이라 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앞서 금감원에 ‘FMS 참석을 위해 사흘만이라도 출국금지를 풀어달라’는 취지로 탄원서를 냈다. 금감원 측은 이 대표의 요청을 최종적으로 거부했다. 구체적인 거절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금감원은 파두가 ‘기술성장기업 특례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당시 제시한 2023년 연간 매출 예측치와 실제 매출 차이가 1000억원 정도 발생한 데 불법적 요인은 없는지 수사하고 있다.

대규모 매출 차이가 발생하면서 시장에선 곧장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벌어졌다. 일부에선 파두에 기술력 부재를 의심하는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파두는 이에 줄곧 “반도체 불황에 따른 매출 하락”이라고 해명해 왔다. 매출이 예측치와 다르게 나타난 이유가 기술력 부재가 아닌 ‘시장 상황’ 때문이란 입장이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 반도체 시장이 바닥을 찍고 개선되자, 파두 사업은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24 FMS에서 세계 낸드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 중인 웨스턴디지털과 글로벌 빅테크로 꼽히는 메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은 그간 제기된 ‘기술력 부재’ 논란을 잠재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메타는 3년 연속 파두와 함께 기조연설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가 그간 파두가 공급한 제품에 만족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파두는 기조연설을 통해 플래시 메모리 저장장치의 미래와 이에 따른 SSD 및 컨트롤러 기술 변화에 대해 진단했다. 고성능 고효율 중심의 표준화도 제안했다. ▲AI 시대 맞춤형 차세대 SSD 개발 ▲차세대 SSD 컨트롤러 리더로 자리매김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중심의 차세대 데이터센터 시스템 등 현재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추진 중인 사업 전략도 소개했다.

파두는 또 이 자리에서 주력 제품인 SSD 컨트롤러 기술의 변화를 전망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차세대 SSD 개발 계획을 소개하고, 5세대(Gen5)와 6세대(Gen6) 컨트롤러에 대한 미래 전략도 소개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메타가 차세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서 사용할 SSD 제품을 파두-웨스턴디지털 협업을 통해 공급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라고 했다.
파두가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전시회 ‘2024 FMS’에 마련한 전시 부스. [사진 파두]

이번 발표에서 기존 협력사인 SK하이닉스가 아닌 웨스턴디지털이 참석했다는 점에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메타가 구축 중인 ‘차세대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기술적 요구를 SK하이닉스가 충족하지 못했으리라는 식의 소문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지난 2019년 제품 공급을 위해 메타에 3세대(Gen3) SSD 제품 인증을 요청한 바 있다. 메타는 당시 SK하이닉스 제품에서 데이터 손실 현상이 지속해 발행하자, 2020년 4월 평가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메타의 SSD 컨트롤러 관련 기술 인증을 획득한 파두가 ‘해결사’ 역할을 하면서 메타향 사업이 추진된 것으로 전해진다. 메타가 자사 기술 인증을 통과한 파두를 SK하이닉스에 추천하면서 메타향 사업이 이뤄진 구조다. 파두와 SK하이닉스가 협력해 메타에 SSD 제품을 공급한 건 2021년 말부터다. 반도체 불황에 2023년 공급이 중단됐다가 최근 소량의 납품이 이뤄지며 사업이 재개된 것으로 전해진다.

메타는 최근 메타는 300억 달러에서 370억 달러로 잡았던 올해 AI 관련 투자를 최근 35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올해에만 최대 55조원을 쏟아부어 AI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단 구상이다. 멈췄던 데이터센터 투자도 다시금 이뤄지고 있는데, 신규로 마련될 시설엔 이번 FMS에서 파두·웨스턴디지털·메타가 언급한 5세대·6세대 SSD 제품이 탑재될 예정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파두는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전시회 ‘2024 FMS’가 개막한 8월 6일(현지시각) 웨스턴디지털·메타와 공동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사진은 파두가 기조연설에 사용한 5세대(Gen5) SSD 컨트롤러 관련 바료 자료. [자료 파두]

파두는 지난 6월 웨스턴디지털과 기업용 SSD에 사용되는 차세대 기술 ‘FDP’(Flexible Data Placement)의 공동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메타의 데이터센터 확대 전략 발표에 맞춰 웨스턴디지털과의 협업을 공식적으로 대외에 공개한 셈이다. FDP는 세계 빅테크가 모여서 차세대 데이터센터의 표준을 논의하는 OCP(Open Compute Project)에서 메타가 표준으로 제시한 기술이다. 파두는 지난 2023년 8월 FMS에 참석해 메타와 SSD의 새 관리 방법으로 FDP를 소개하기도 했다. 메타가 파두와 함께 고도화해 온 FDP 기술에 웨스턴디지털이 가세하는 구조다. 이는 메타 데이터센터가 5세대-6세대 SSD를 장착한 형태로 바뀌면서 기존 ‘파두-SK하이닉스’ 구조가 ‘파두-웨스턴디지털’로 전환됐다는 해석에 힘을 싣는 정황적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FDP 기술은 실제 고객이 쓰는 양보다 더 많은 데이터가 기록돼 SSD의 수명과 성능에 영향을 주는 문제인 ‘쓰기 증폭’(Write Amplification) 현상을 크게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SSD의 쓰기 성능을 최대 2~3배까지 향상하는 동시에 수명을 대폭 늘려줄 수 있어 ‘AI 시대’에 적합한 기술로 꼽힌다.

파두는 ‘해외 낸드 플래시 메모리 제조사’에 6월과 7월 각각 47억원과 68억원 규모의 컨트롤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시장에선 해당 계약이 메타향 사업을 위해 웨스턴디지털에 파두가 초도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체결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 매체 아난드테크 등 외신에 따르면 웨스턴디지털은 이미 메타향 SSD뿐 아니라 범용 제품에서도 파두의 컨트롤러를 탑재하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은 지난 6월 5세대 SSD 신규 제품군(PCIe® Gen5 SSD)을 공개한 바 있다. 데이터센터 솔루션은 ▲컴퓨팅 집약적인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5세대 기업용 SSD(eSSD)인 ‘울트라스타 DC SN861 SSD’(Ultrastar DC SN861 SSD) ▲스토리지 집약에 초점을 둔 ‘울트라스타 DC SN655 SSD’(Ultrastar DC SN655 SSD) 64TB eSSD‘ ▲방대한 데이터 스토리지를 위한 32TB ePMR SMR HDD인 ‘울트라스타 DC HC690 울트라SMR HDD’ 등을 공개했다.

아난드테크 등 제품을 해체한 결과 ‘울트라스타 DC SN861 SSD’에 파두의 컨트롤러가 탑재돼 있다고 보도했다. 웨스턴디지털은 파두의 5세대 SSD 컨트롤러(FC5161 NVMe 2.0 호환)를 기업용 SSD 제품에 장착해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동시에 소비 전력을 낮췄다. 또 일부 제품에는 파두와 개발을 공식화한 ‘FDP’ 기술이 이미 접목됐다.
웨스턴디지털은 지난 6월 AI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을 공개했다. [사진 웨스턴디지털 홈페이지 캡처]

중국 기업도 홀린 기술력

파두는 이와 별개로 이번 FMS에 대형 전시 부스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AI 시대를 겨냥한 다양한 차세대 데이터센터 솔루션을 선보였다. 회사 측은 “기존의 SSD에서 효율성을 보다 극대화하는 디램리스(DRAMless) 기업용 SSD 제품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며 “FDP뿐 아니라 ATS(Address Translation Service) 등 차세대 기업용 SSD에 요구되는 혁신 기술도 대거 선보였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SSD의 전력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자체 개발한 전력관리반도체(PMIC)도 함께 전시해 업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고 했다.

파두는 또 이번 FMS에서 중국 스토리지 솔루션 전문기업 ‘바이윈’(Biwin)과 협력을 공식화하는 양해각서(MOU) 체결식도 진행했다. 파두와 바이윈은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포괄적 협력을 추진한다. 주요 협력 내용은 ▲중국 내 클라우드와 서버·스토리지 업체 등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용 SSD 개발·마케팅·판매 ▲중국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소비자용 SSD 공동개발 추진 ▲중국 시장을 위한 SSD 제품 양산 ▲테스트 시설 설립 등이다. 바이윈은 최근 세계 임베디드 스토리지 출하량 8위를 기록하며 중국의 대표적인 저장장치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지효 파두 대표는 “이번 FMS는 파두가 9년간 쌓아온 기술적·영업적 성과를 확인한 자리였다”며 “지금까지는 소수 고객을 중심으로 기술력을 확인해 왔었다면 올해부터는 제품·고객·시장 모든 면에서 공격적인 확장을 통해 본격적인 성장이 시작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나타난 시장침체에서 벗어나 기업용 SSD 시장에서 글로벌 리더로서의 사업적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두가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전시회 ‘2024 FMS’에 마련한 전시 부스. [사진 파두]

파두는 SSD 컨트롤러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SSD는 다수의 낸드를 병렬로 연결한 제품이다. 낸드는 값이 저렴하지만, 속도가 느리고 열에 취약하단 단점이 있다. 이를 단순히 병렬로 연결한다면 속도는 물론 내구성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시스템 반도체가 SSD 컨트롤러다. 다수의 낸드에 병렬적으로 동시 접근해 자료 처리 순서를 정하는 등 모든 기능을 제어해 ‘SSD 두뇌’로 불린다. SSD 경쟁력은 낸드가 아닌 컨트롤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두는 고사양이 요구되는 데이터센터용 SSD 컨트롤러를 설계할 수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파두 외 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은 삼성전자·마벨 정도로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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