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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가기 시작한 ‘넷플릭스 천하’…스포츠로 빈틈 파고든 토종 OTT

[OTT 트렌드 변화]②
‘흥행작 부재’에 외산 플랫폼 부진…최근 1년간 사용 지표 하락 뚜렷
티빙 ‘야구’–웨이브 ‘올림픽’-쿠팡플레이 ‘축구’…토종 OTT ‘성장 중’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사실상 장악한 국내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상륙 후 줄곧 성장 가도를 달려온 넷플릭스의 이용량이 최근 눈에 띄게 감소했다. 드라마 ‘카지노’와 ‘무빙’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한 디즈니플러스(+)도 감소세를 면치 못한 모습이다.

외산 플랫폼이 주춤할 때 토종 OTT인 티빙·웨이브는 반등의 신호탄을 쐈다. 쿠팡의 배송 서비스 중심 유료 구독 상품 ‘와우 멤버십’에서 번들(Bundle·묶음) 혜택으로 제공되는 OTT 쿠팡플레이도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토종 OTT가 저변 확대란 성과를 올린 데에는 ‘스포츠 콘텐츠 강화’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OTT업계 관계자는 “토종 플랫폼이 국내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아성을 넘는다는 건 아직 먼 얘기”라면서도 “국내 기업들이 스포츠 콘텐츠를 강화하면서 가입자 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국내 OTT 시장이 형성된 후 약 5년간 빠르게 확장하다 현재는 규모 면에서 ‘정체’ 혹은 ‘더딘 성장’ 시기에 접어들었다”며 “이제 한정된 수요를 ‘누가 더 많이 차지하느냐’로 경쟁 구도가 바뀌었는데, 토종 OTT들이 스포츠 콘텐츠를 강화하면서 외산 플랫폼 가입자를 일부 뺏어온 것으로 관측된다”고 했다.

넷플릭스·디즈니+ 이용자 감소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 이용 지표의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OTT의 주요 성장 지표로 꼽히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최근 1년 사이 14.37% 감소했다. 넷플릭스 애플리케이션(앱)의 MAU는 2023년 7월까지만 하더라도 1311만2415명을 기록했으나, 2024년 7월에는 1122만7675명으로 줄었다. 1년 사이 188만4740명이 감소한 셈이다. 넷플릭스 앱의 MAU는 올해 2월까진 통상 1200만명에서 1300만명 수준을 기록해 왔다. 그러나 올해 3월부터 1100만명 대를 기록하더니 지속 우하향해 6월에는 1096만389명까지 빠지며 부진했다.

월간 총사용 시간으로 보면 감소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7월과 8월 넷플릭스 앱의 월간 총사용 시간은 각각 1억1104만1374시간과 1억1392만8533시간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2월에는 8808만6740시간으로 줄어들더니, 지난 6월에는 7321만6062시간까지 빠졌다.

세계 시장은 물론 국내 시장에서도 압도적 1위를 기록하며 줄곧 성장 가도를 달려온 넷플릭스가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배경으론 ‘대형 흥행작의 부재’가 꼽힌다. 그간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게임’(2021년), ‘지금 우리 학교는’(2022년), ‘더 글로리’(2023년) 등이 흥행하며 성장을 거듭했다. 올해도 ‘선산’, ‘살인자ㅇ난감’, ‘마이 네임’ 등을 다양한 오리지널 K-콘텐츠를 선보였으나 ‘대형 흥행작’으로 불릴 작품은 없었다. 실제로 매주 화제성 순위를 발표하는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올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한 차례도 주간 화제성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디즈니+의 경우 오리지널 드라마 ‘카지노’ 시즌2(2023년 2월 공개)에 이어 지난해 8월 내놓은 ‘무빙’까지 연달아 흥행하며 사용 지표가 개선된 바 있다. 2023년 7월 MAU는 214만3673명에 그쳤으나, ‘무빙’ 공개 후인 같은 해 9월에는 433만7769명으로 껑충 뛰었다. 월간 총사용 시간 역시 이 기간 576만6556시간에서 1908만5149시간으로 3배가 넘게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무빙’ 이후 수백억원을 투입해 만든 오리지널 콘텐츠 ‘지배종’과 ‘삼식이 삼촌’ 등이 큰 인기를 끌지 못하면서 이용자가 다시 감소하고 있다. 디즈니+ 앱의 올해 7월 MAU는 251만6418명, 월간 총사용 시간은 538만9058시간으로 나타났다. ‘카지노’와 ‘무빙’으로 모집한 이용자를 고스란히 반납한 듯한 지표가 나타난 셈이다.
티빙의 ‘2024 KBO리그’ 홈 화면. [사진 티빙 홈페이지 캡처]

‘가성비’ 높은 스포츠로 토종 OTT 반등

해외 OTT가 국내서 부진을 겪을 때 토종 플랫폼은 스포츠 콘텐츠를 앞세워 사용 지표 개선을 이루는 성과를 써냈다. 티빙이 대표적이다. 티빙 운영사인 CJ ENM은 지난 3월 약 1300억원을 들여 올해부터 3년간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온라인 독점 중계권을 따낸 바 있다. 티빙은 3월 23일 KBO리그가 본격 개막하면서 쿠팡플레이에 내준 ‘토종 OTT 1위’ 자리를 다시 차지하기도 했다.

쿠팡플레이는 ‘와우 멤버십’ 확장에 힘입어 지난해 8월 티빙을 누르고 토종 OTT 1위 자리를 거머쥔 바 있다. 이어 2023년 11월 말 공개한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시대’의 흥행과 지난 3월 ‘쿠팡플레이와 함께하는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개최 등으로 티빙과의 격차를 벌렸다.

티빙은 이런 상황에서 국내 프로스포츠 중 가장 인기를 끄는 종목인 ‘야구’를 반전 카드로 내밀었다. 특히 올해 KBO리그는 ‘역대급 흥행’을 달리고 있어 야구 중계로 인한 티빙의 가입자 증가 효과도 두드러진다. KBO리그 누적 관중은 573경기 만에 847만5664명을 기록하며 최다 관중 신기록을 갈아 치웠다. 종전 최다 관중 기록은 2017년 840만688명이다. 신기록을 썼음에도 147경기가 남아있어 누적 1000만 관중 돌파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온라인 플랫폼 중 유일하게 KBO리그를 중계하고 있는 티빙은 올해 4월 MAU 706만2870명을 기록하며 8개월 만에 쿠팡플레이(702만7635명)를 누르고 토종 OTT 1위를 탈환했다. 이후로도 MAU 수치가 지속 우상향해 지난 7월에는 764만5339명으로 성장했다. 1년 전과 비교해 32.04%(185만5192명) 증가한 수치다. 월간 총사용 시간 역시 1년 사이 5012만4926시간에서 6646만1064시간으로 성장했다.

티빙이 KBO리그 중계로 외연을 넓혔다면 웨이브는 OTT 중 유일하게 프랑스올림픽 중계권을 확보하며 반등을 이뤘다. 7월 26일부터 8월 11일(현지시간)까지 진행된 파리올림픽 기간 웨이브는 ‘올해 접속자 최대치’를 다시 써내기도 했다. 8월 5일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 결정전에서 올해 최대 라이브 접속자 수를 기록했다. 당시 라이브 동시접속자 수는 6월 최고 수치 대비 8.2배에 달했다. 8월 4일 양궁 남자 개인 금메달 결정전에서도 평소 대비 웨이브 동시접속자가 7.2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티빙에 토종 OTT 1위 자리를 내준 쿠팡플레이 역시 스포츠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손흥민 선수가 주장으로 있는 토트넘 홋스퍼 FC(프리미어리그)와 김민재 선수가 소속돼 있는 FC 바이에른 뮌헨(분데스리가)을 한국에 초청하는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7월 30일부터 8월 3일까지 진행했다. 7월 31일에는 팀 K리그와 토트넘의 경기를, 8월 3일에는 뮌헨과 토트넘과의 경기를 열고 이를 중계하면서 국내 축구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바 있다.

토종 OTT가 이처럼 스포츠 콘텐츠에 집중하는 배경으론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디즈니+는 한 시리즈에 수백억원씩 투입하는데, 적자에 허덕이는 토종 플랫폼은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규모 자금을 쓰기 어렵다”며 “반면 스포츠 중계는 직접 제작하는 콘텐츠보다 비용이 적지만 유입·락인 효과는 뛰어나 ‘성장 동력’으로 삼은 것”이라고 했다.
손흥민 선수(오른쪽)와 김민재 선수가 지난 8월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 2차전 토트넘 홋스퍼 FC와 FC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를 마친 뒤 포옹하고 있다. [사진 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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